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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mJade Dec 15. 2021

번아웃도 아닌 것이 까불기는!

입국한 지 아직 3주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너무 우울해졌습니다.

순간 벌써 번아웃이 온건가?라고 생각했는데

번아웃이기엔 싱가포르에 와서 그동안 번(burn) 한 게 없더라고요.(머쓱)


번아웃 증후군이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직무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의 통칭입니다.


제가 최근에 열심히 한 건

- 싱가포르 오기 전 열심히 사람들 만나서 작별 인사하기

- 최대한 싸게 싱가포르 정착하는 방법 찾기

였던 것 같습니다.


흠, 이러한 것들은 아닌 것 같고...

도대체 뭐 때문에 나는 이렇게 우울해하고 있는 거지?


저는 이러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우울한 감정 티 내기

주변 몇몇 사람들에게 그냥 모든 게 다 피곤하다고 말했습니다. 왜 그러냐, 벌써 무슨 일 있냐는 질문을 받았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내가 왜 우울 해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번아웃은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1. 회사에서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은행계좌도 못 만드는 상황이며, 은행 계좌를 못 만드니 시간을 쓰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충전과 현금에 가까워지는 삶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통카드도 매번 현금으로 충전해야 되고, 휴대폰 데이터 및 요금을 다 써도 직접 샵에 방문해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도 한국 카드로 수수료를 더 낼 각오를 하지 않는 다면 불가능합니다.

사람이 많은 슈퍼마켓이나 이케아에서도 카드 계산하는 줄보다 사람도 많고 줄도 천천히 빠지는 계산대에 서야 합니다. 3개월 뒤에 싱가포르와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2. 친구 사귀기

그 나라에서 살기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현지 친구 만들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친구가 있으면 그 나라에 대해 더 알기 쉬워지고 적응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지니까요. 저는 헬로우톡이라는 언어교환 어플을 통해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친구를 사귀어볼까 싶었는데, 너무 잦은 flirting과 사기꾼까지 있어 오히려 더 피곤해졌습니다. 심지어 언어교환 목적이다 보니 어떠한 방법으로 어떻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연락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3. 일

일은 점차 익숙해져가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이거 했다 저거 했다, 저 기능 붙여야 된다, 지금 이거 급한다. 등 등 산만한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이건 차차 나아지겠지요.


4. 돈 벌기

사실 싱가포르에 오면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를 올려볼까, 이야기를 잘 써서 책을 내 볼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볼까 등 등 여러 생각이 있었지만 막상 정말 돈이 되는 일이 무엇이 있고,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하.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쉽게 잘 버는 것 같은데, 막상 제가 하려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5. 미래의 방향성

꼭 두 가지 미래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살 미래를 그려야 할지, 이제 막 시작한 외국생활로 미래를 그려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국이냐 싱가포르냐 두 나라 중에 한 곳을 선택해야 할 이유도 없고 꼭 그렇게 되지도 않겠지만 그냥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 더 지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우울한 이유를 찾아냈으니 해결하는 방법인 두 번째 방법부터 다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두 번째, 운동 하기

사실 그렇게 운동을 싫어하지 않는 편이지만, 막상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홈트나 산책 등을 해주면 복잡했던 머리가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평소엔 안 하더라도 가벼운 운동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집안일 하기

집안일 하기의 가장 중요한 건! 빨래부터 돌리기!

옷을 세탁기에 넣고 문을 탁! 닫는 순간 제 걱정도 여기서 끝! 하고 탁 닫히는 기분이 듭니다ㅎㅎ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집안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정돈하고 나면 제 너저분한 마음도 깨끗하게 정돈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네 번째, 돈 쓰기 (합리적인 가격 선에서)

돈을 씁니다. 사고 싶었던 것을 사고. 먹고 싶었던 것을 먹습니다. 단, 합리적인 가격 안에서요.

장을 봐도 좋고, 시내에 나가도 좋습니다. 저는 오늘 싱가포르 Orchard에 나가서 여름옷을 샀습니다. 먹고 싶은 커피도 마시고요. 단, 너무 많은 돈을 쓰게 되면 우울감이 조만간 다시 찾아오니 조심하세요!

돈 쓰러 가는 길에 예쁜 풍경까지 얻어걸렸는데 기분이 더 좋아졌습니다 =)




이 힘으로 다시 내일부터 잘 살아보려고 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

사실 정말 너무너무 꼰대스러운 발언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저도 열심히 살아보려고 합니다.라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잘 살아보려고 한다고 적었습니다.

번아웃인 줄 알았으나 번아웃이 아닌 이유도 찾아냈고, 오늘 하루 힐링 잘했으니 그냥 다시 잘! 살아보겠습니다.


번아웃이 맞는지 다시 한번 의심해보고 다시 잘! 살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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