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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궈녁 Mar 03. 2024

감사에 대하여

조금 일희일비할 수 있지!

오늘따라 기분 좋은 일이 많았다.


가는 길마다 횡단보도 앞에 서면 녹색불이 켜졌다. 막힘 없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더니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바로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타니 항상 자리가 없는 이 시간 이 버스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사님 뒷자리가 비어 있었다.


그리고 최종 목적지였던 인기 맛집이 내가 도착한 시점에 맞춰 자리가 바로 났다. 이런 날이 있을까. 근래 드렸던 식사기도 중 가장 기쁘고 진실된 감시의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감사하기 좋은 날이었으니까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내 감사의 제목들이, 감사의 순간들이 얼마나 간사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횡단보도에 한 번도 걸리지 않고 건넜다가도,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15분 뒤에나 도착한다고 했다면, 애타게 기다린 버스에서 내가 내릴 때까지 빈자리가 한 자리도 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오늘처럼 감사할 수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 순간순간 별 것 아닌 일들에 발을 구르며 짜증을 내던 내 모습들이 떠올랐다.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의 일상은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사하다가도 또 다른 작은 일에 불평하고 짜증 내는 일희일비 그 자체였다. 누군가 나의 일상을 영상으로 찍어 보고 있다면 얼마나 가소롭고 작아 보이고, 우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크게 보라고 한다.


작은 일에 너무 기뻐하고 안주할 것도 없고, 또 작은 일에 지치고 힘들어할 필요도 없으니, 그러려니 하고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큰 목표를 지향하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사는데 급급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일상 속에서 일희일비할 일이 많아졌나 보다.


그렇지만 조금 일희일비하면 어떤가.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인데. 다만 일상 속에서 조금씩 감사의 가준을 넓히고 짜증의 기준을 좁혀가다 보면 템포가 빠르고 가쁜 인생에서 점점 더 여유롭고 울림 있는 삶으로 변해가지 않을까.


꼭 큰 목표를 가지고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느끼는 이 하루하루의 작은 순간들이 결국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니. 온전히 느끼고 온전히 감사하며 온전히 참아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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