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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Jun 27. 2022

맞춤법 지킴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웹소설 댓글을 읽다보면 꼭 맞춤법에 대해 지적하는 글들이 있다. ‘이래서 웹소설이 인정받지 못하는 거다.’라고 폄하하기부터, ‘연재 끝난 작품이라 오탈자 수정 안되는 건가요?’ 안타까워하는 글까지…


다양한 감정을 볼 수 있는데 맞춤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댓글을 쓰신 분들을 통틀어 ‘맞춤법 지킴이’라고 부르겠다.


이런 댓글들을 볼 때마다 필자는 ‘정말 너무하다.’라고 느낀다.


물론 웹소설 작가인 필자도 동시에 독자이기도 하기에 문법을 계속 틀리는 작품을 볼 때 그 거슬림을 알고 있다.


그런데 글을 쓸 때 맞춤법을 틀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면도 분명 존재한다.


왜냐면 글을 쓸 때는 스토리 전개, 대사, 캐릭터 등등 다각도로 신경 써야할 부분이 많다.


그런 것들이 맞춤법보다는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아는 것도 틀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버스 좌석’을 ‘버스 자석’이라고 쓰는 그런 참사 말이다.


오죽하면 작가 스스로가 정한 주인공 이름도 계속 틀린다.


그럼 수정할 때 고치면 되지 않냐고? 대부분의 작가가 오탈자를 수정하려고 노력하고, 때문에 퇴고를 할 때 최대한 수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보통은 출판사나 플랫폼 담당자들이 한번 더 오탈자를 확인한다. (아예 맞춤법을 안 봐주는 플랫폼도 있긴하다.) 독자들이 보는 오탈자는 ‘그런데도’ 발생되는 것들이다.


왜 그런 일이 발생하냐면 작가는 자기 글에 이미 너무 길들여져셔 오탈자가 보이지 않는다.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면 되지 않냐고? 문법 검사기는 최대 1000자까지 수용 가능하다. 1화당 5000자를 쓰니 5번을 돌려야 한다.


웹소설의 특성상 여유로움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자료 조사 하고, 줄거리 쓰고, 원고 쓰고, 퇴고 하고 담당자에게 넘기는 과정이 굉장히 타이트 하게 진행되고, 한화를 뜯어 볼 수 있는 시간 따위는 없다.


계속 앞으로 앞으로 나가야 한다. 필자가 괜히 생존게임이라고 한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맞춤법 검사기를 계속 돌릴 수 있을까? 돌리는 작가님이 있다면 정말 대단한거고 박수를 쳐드리겠지만, 필자는 그렇게 못하겠다.


출판사, 플랫폼 담당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작가의 글에 융화되기 때문에 오탈자를 보지 못하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또한 과중한 업무도 이러한 것들을 부추기기도 한다. (새벽 2-3시에 메일이 오기도 하며 6개월 동안 담당자가 세번 바뀐적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어쨌든 맞춤법은 맞아야한다고 꿋꿋이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렇다면 제발 끝까지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지금부터는 자본주의 논리로 왜 필자가 너무한다고 말했는지 이야기 할 예정이다.


한 화의 자료 조사와 줄거리를 쓰는데 최소 시간은 30분으로 하겠다. 1-2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그 이상이 걸리는 때도 많지만 ‘최소’를 기준으로 한거다.


한 화(5천자)를 집필하는 시간은 최소 시간은 3시간으로 하겠다. 5시간, 10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그 이상이 걸리는 때도 많지만 ‘최소’를 기준으로 한다.


한화를 퇴고하는 데 걸리는 최소 시간을 30분으로 하겠다. 잘못걸리면 1-2시간은 너끈하지만 이 역시 ‘최소’ 시간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러니까 1화에 도합 걸리는 시간은 4시간이다. 2022년 최저시급이 9160원이니 4시간으로 치면 36640원이다.


보통 웹소설은 1화에 100원이다. 그리고 이 중 직계약을 하면 60원 정도가, 출판사를 끼면 30원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30원 혹은 60원으로 작가의 노동력 36640원을 산 것이다. 이 얼마나 파격 할인인지 느껴지는가?


만원 받는데 10만원어치 일을 시키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고, 부당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기본적으로 웹소설 시장 구조 자체가 10% 작가들이 돈을 버는 구조지 그 외의 작가들은 최저 시급도 못 챙겨간다.


그런데 만원 받으면서 10만원어치 일을 해주기 싫으면서, 웹소설 작가한테는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5천원짜리 티셔츠를 사면서 명품브랜드 퀄리티를 요구하는 거나 진배없다.


이게 합당한 요구인가?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맞춤법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독자는 그 작품을 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요구할 권한을 갖는 건 아니다.


맞춤법에 대한 댓글은 정말 야속하게 느껴진다.


상위 10%의 소득의 작가들은 이런 댓글이 달리는 게 싫어서 전문적으로 교정하시는 분들에게 의뢰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작가들의 소득은 그 정도가 되지 않는다. 전문적 교정은 작가가 자율적으로 할 수는 있겠지만, 독자가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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