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받으면 바로 출발~
집 짓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늘어나는 대출로 마음이 계속 불안해져 갔다.
괜찮다, 예상했던 일들이다 하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쉬는 날에도 집에 있기가 불안하여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퇴근 후 쿠팡이츠 배달을 시작했다.
궂은 날씨에 프로모션도 걸리고 하면
3~4시간에 5만원씩도 벌어올 수 있었고
차량으로 배달을 했기 때문에
다른 생각 없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주말마다, 가끔은 퇴근하고 나서도 나가다 보니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아빠 또 나가? 아빠는 왜 맨날 쿠팡만 해? 우리랑 놀자"
"아빠 일하러 가는 거야~ 오늘은 둘이서 노는거 어때!"
"그럼 우리도 같이 가면 안돼?"
불편한 마음을 이겨내고
한 푼이라도 보태보려고 했던 일들이
열한 살, 여덟 살 아이들에게는 주말에 아빠를 빼앗긴 시간이 되었다.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하다가
문득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첫째를, 하루는 둘째를 차에 태워서
배달 콜을 잡고 길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픽업해서 주문자에게 배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보여줬다.
픽업을 할 때는 같이 가게에 들어가기도 했다.
같이 다니다 보니 속도는 느려졌지만 재미있기는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던 의미를 돌이켜보자면 이렇다.
첫째, 아빠가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빠가 가족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과
어떻게 벌어오는 돈인지 알게 해주면
돈을 쓰는 마음에도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둘째,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단 한 곳의 직장생활에 매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른 활동을 찾아 나설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셋째, 돈을 버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더불어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어떤 일이든 열심히 성실히 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고 말이다.
넷째, 간접적으로나마 돈을 버는 일에 아이들이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의 뿌리에 엄마 아빠의 노력이 있고
우리 가족으로서 아이들도 그 일에 동참하게 되었다.
두세 시간을 바쁘게 돌면서 소소한 심부름을 시켰다.
차에 실은 음식이 넘어지지 않게 잘 붙잡고 있으라거나,
배달을 할 때 초인종을 눌러달라고 하는 식이다.
한 건이 끝날 때마다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아빠를 도와줘서 아빠가 더 빨리 더 편하게 배달을 할 수 있었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두세 시간의 배달을 마치고 나면
집에 와서 아이에게 5천원을 건네주며 말해준다.
"딸, 고마워. 아빠 오늘 송이랑 같이 가서 너무 좋았어!
이 돈은 아빠랑 송이가 같이 번 돈이니까 이만큼은 송이꺼야. 자 고생했어!"
그리고 물어본다.
"오늘 아빠랑 해보니까 어때?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고 뿌듯한데 그래도 나는 아빠가 우리랑 집에 있는게 더 좋아~"
언젠가 아이들의 기억 속에
어린 시절 아빠와 음식을 배달했던 경험이 남는다면
새로운 일도, 낯선 일도 조금은 스스럼없이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조금이라도 그렇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