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요건부터 알아보자
토플 성적도 만들었고 추천서 초안까지 썼다면, 이제는 에세이를 쓸 차례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아주 잘 하신 것이다. LL.M. 입학서류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마지막까지 힘을 내서 에세이를 써봅시다.
어느 학교에 지원하느냐에 따라 에세이를 몇 부를 써야 하는지, 무슨 내용으로 써야 하는지가 달라진다. 일단 하버드와 예일은, 다른 학교들보다 내용이나 글자수 면에서 상당히 엄격하게 에세이를 요구한다. 가뜩이나 이들 학교는 마감일도 이르므로, 여기에 지원하실 분은 시간 여유를 두고 준비하시는 게 좋다.
내가 지원했던 5개 학교 LL.M.에 써 내야 하는 에세이 요건을 표로 정리해보았다. 일단 복잡한 하버드 부터.
출처: 하버드 로스쿨 LL.M. 입학 홈페이지 FAQ, 첨부된 2021년 입학원서 4쪽.
1,500자면, 워드에서 Times New Roman 체에 싱글 스페이스로 꽉 채워서 3쪽 쯤 된다. 평가요소가 아이디어와 작문 능력이므로, 아이디어도 번뜩여야 하고 글 전체의 구조도 좋아야 하고 문장 자체도 수준 높아야 한다.
예일 로스쿨이 학자(지망생)만 뽑는 것과는 달리, 하버드 로스쿨은 학계, 공직, 법원, 국제기구, NGO와 법률 사무소 출신들을 동등하게 취급한다. 따라서 하버드가 특별히 선호하는 에세이 소재는 따로 없다.
예일도 에세이 요건이 까다롭기로는 하버드 못지 않다. 에세이를 두 편 써야 하는 것은 공통되지만, 제한 글자수가 더 적고, 굉장히 심도있는 학문적인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예일 로스쿨 LL.M.은 아예 대놓고 학문을 해온 사람만을 뽑기 때문에 ("[i]t is intended expressly for those committed to careers in law teaching and scholarship"; "Admission is generally open only to those committed to a career in teaching law. The LL.M. program at Yale Law School is not designed to prepare students to take the New York State Bar Examination.") 연구 아젠다를 아주 잘 써내야 한다.
1,000자면 워드에서 Times New Roman 체 12 포인트에 싱글 스페이스로 두 쪽이 조금 안되고, 250자면 반 쪽 쯤 된다. 학문 아젠다이든, LL.M.의 필요성이든, 이 짧은 쪽수 안에 제대로 쓰기란 쉽지 않다. 나는 학문적인 연구를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1,000자를 채울 만한 컨텐츠가 애초부터 없었지만, 만약 컨텐츠가 마련된 분이라면 방대한 컨텐츠를 컴팩트하게 줄여서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 같다.
시카고 로스쿨에서는 그래도 에세이 주제가 비교적 자유로워서 마음이 편하다. 게다가 한 편만 쓰면 된다!
시카고에서는 예일과는 정반대로,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을 환영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While we do not require professional experience as a prerequisite to admission, an overwhelming majority of our LLM students come to the program with at least some experience.; LLM students often put together course and seminar schedules that reflect certain practice specialties such as corporate/securities, intellectual property, antitrust/regulation of business or commercial transactions.). 그러므로 실무 경험이 있다면, 에세이를 쓸 때에도 그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특이하게도, 시카고는 직업적인 목표 뿐 아니라 "개인적인 (personal)" 목표에 관해서도 쓰라고 권하고 있다. 시카고 로스쿨은, 얼마나 LL.M. 커뮤니티가 작고 (정원 70-80명) 아늑하고 서로 네트워킹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공개적으로 어필한다. 그런 걸 보면, 시카고 로스쿨이 에세이에서 기대하는 "개인적인" 내용이란, 아마 LL.M.에서 다지게 될 우정과 네트워크를 발판삼아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내용이 아닐까?
하버드, 예일, 시카고 것까지 에세이를 쓰고 나면, 이젠 나머지 학교들에서는 제발 에세이를 요구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하나 쓰는 데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하지만 찾아보니까 거의 모든 학교에서 에세이를 요구하는 것 같네예...
하버드나 예일보다는 좀더 쉬운 건지, 아님 자유주제라서 더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시카고나 컬럼비아가 공통적으로 '당신에 관한 이야기,' '레주메나 다른 서류에는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쓰라고 하는 걸 보면, 어쨌거나 진솔하게, 그리고 내 매력이 팡팡 드러나게 써야 할 것 같다.
NYU가 에세이 글자수가 제일 짧다! 500자 밖에 안된다. 다른 학교도 이렇게 할 것이지...ㅜㅜ
500자면 워드에서 Times New Roman 체 12 포인트에 싱글 스페이스로 딱 한 쪽 조금 안된다. 글자수가 상당히 적어서 컴팩트 하게 써야 한다. 주제 자체가 하버드나 예일처럼 딱딱하지 않고, 시카고나 컬럼비아처럼 완전 자유인 것도 아니라서, 적당한 가이드 라인 아래 쓰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지원할 학교를 정하고 그 학교가 요구하는 에세이 요건을 알아봤으면, 이제는 실제로 글을 써야 한다. 에세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 나갈지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