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꿈을 꾸었다 다시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과 함께 웃고 입을 맞추는 일 같은
이상한 꿈을 꾸었다
여전히 나에게는 지겹게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것이 있고 또
누군가를 그리워할 마음이라는 것이 있나
나는 그 놈의 안경테에 시선을 태우는 것이 미웠다
운명이라는 거짓된 확신에 온 마음을 거는 것이 미웠다
언젠가 땔감이 다 떨어져버리는 것이 죽도록 아쉬웠다
아랫목을 뜨끈하게 데울 마른 얼굴이 이제는 없다
습하고 뜨거운 여름밤을 지나기 위해서 가슴과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사랑과 환상은 기어이 게워낸 빈 공실에 부는 미지근한 바람만이 여름을 버티게 했다
나는 내가 사랑한 것들에 이유를 붙이지 않았다
다만 사랑하지 못할 것들에는 셀 수 없는 이유가 붙었다
나는 한 쪽에 쏠린 이유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느라 쉽게 피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