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 Jan 14. 2024

1. 추운 여자

다시 따뜻함을 찾아

눈이 내린다.

바람에 눈 발이 휘날려서 일까 밖은 더 추워보였다. 가을내 치우지 못한 낙엽이 눈 바람에 날린다. 미처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여기저기 쌓여 있는 낙엽이 신경이 쓰였다.

눈이 점점 더 많아진다. 타이어를 진작 바꿨어야 했는데.... 창 밖을 보고 있자니 토론토에선 눈이 가로로 내린 다는 딸 아이의 말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가로로 내리는 눈이라~~

상상만해도 온 몸이 얼어오는 듯 했다.

토론토의 겨울은 더 길고 춥다.


비씨주에선 눈이 참 이쁘게 내린다.

커다란 눈 송이가 꽃잎이 날리 듯 소복소복 소리도 없이 금새 나무를 덮고, 마당을 덮고 거리를 덮는다.

매일 아침 새하얗게 눈 덮힌 주차장의 자동차들이 꼭 무덤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친구는 무섭다 했고 난 참 춥겠구나 했다. 비씨주의 겨울도 춥고 길었다.


캐나다에 몇 해나 살았나, 그 긴 것 같은 짧은 시간.

참 부지런히도 치열하게 살았다. 부지런한 성격도 아닌데 참 열심히도 살았던 건 부질없는  책임감과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이리라. 가족들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 과연 가족을 위한 일이었을까? 그래도 난 최선을 다해서 살았어 라는 자기 항변은 싸늘하게 누워있는 남편을 마주 한 순간 다 사라지고 없었다. 허무하고 또 허무했다. 도대체 무얼 위해 그리 미련하게 그 시간들을 보내버렸나 자책 할수 도 없이 그 사람이 가여워 몇 년을 슬퍼했다. 추운 계절이 올 때면 추운  날 혼자 떠난 인생이 안타까워 또 몇 년을 슬퍼하겠지.


그렇게 난 깊고 추운 우물 속에서 소리없이 몇년을 울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이제 함께 살아야 겠다.

그렇게 지난 겨울 토론토 행 비행기에 미래를 함께 실었다.


엄마, 뭐 할거야?

딸아이의 물음이 꿈에서 깨라는 듯  현실감이 확 밀려든다. 얄밉다.

엄마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뭘 해야 할까? 지난 몇년간 모아둔 돈은 바닥을 보이고, 덜컥 겁이 난다.


엄마가 좋아하는 일해. 나도 오빠도 성인이야.

아이가 건넨 말 한마디. 철없는 엄마는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토론토 책방.

글을 쓰고, 글을 나누고 책을 함께 읽는 일.

벌써 신이 나고 콧노래가 난다.






토요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