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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Jan 17. 2024

65세에 미국 트럭 드라이버가 되신 작가님

길 위의 편지 '나의 아름다운 벗들에게'



미국에서 출간문의는 흔히 있는 일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책을 내려고 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내온다. 자비출판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등단이라는 커다란 벽을 넘지 않고도 이젠  누구나 책을 내고 작가가 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문예지나 신문사 주체의 등단 작가만의 세계였을 때보다 더 사람 냄새나고  다양한 날 것의 글들이 세상에 나오는 지금이 참 설레고 좋다.


얼마 전 출간의뢰를 해 오신 작가님도 그랬다. 이제  70세도 중반으로 접어드신 연세에도 기개는 아직 젊음 그 자체셨다.


은퇴 후 자식이 있는 미국으로 가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손주들을 보거나 친구들을 사귀며 운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려 하신다. 사실 나의 주변의 어르신들도 다르지 않다 특히 한국에서 갓 오신 분들은 더 그러시다.


그러나 이 작가님은 미국에 와서 65세에 운전대를 잡으셨다.

그것도 미 대륙츨 횡단하는 트럭드라이버.


작가 이정규 님은 책머리에 이렇게 남겼다.

지난 10년, 240만 km를 운전하며 써 내려간
길 위의 문장들을 엮어 오랜 벗들에게 그리고 여러분께 보낸다.          

그의 책 대부분은 긴 길 위에서 마주치는 자연과 나와 님들을 소중한 이들에게 편지로 남겼다.. 그 속에서 사람에 대한 소중함, 자연에 대한 경외감등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그의 글을 받아 편집하고 교정하고 디자인을 입히고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 끼지의 전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음이 행복하고 영광이었다.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세상을 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어떻게 살 것 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






“나는 이 길을 지나면서 내 지난 인생을 반추해 보곤 합니다. 휘몰아치는 광풍과도 같던 젊은 날을 지나고 스스로 욕심과 자신감으로 오만했던 사오십 대를 지나 이제는 인생이 그리 만만하지도 녹록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칠십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대륙을 휘젓고 다니면서 욕심도 번뇌도 없이 평정심을 지니고 사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자각. 그 자각이 긴 시간 트럭을 몰아야 하는 피곤함을 상쇄시키는 동력입니다.”


“어떤 친구는 노후를 보내기에는 모든 면에서 미국이 더 나은데 왜 한국으로 돌아가려 하냐고 합니다. 또 어떤 친구는 막상 한국에 돌아가야 할 때가 되면 틀림없이 마음이 바뀔 거라고 장담합니다. 그렇지만 나는 때가 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나는 미국에 온 이후 단 한 번도 여기가 정착하여 살 곳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사회에서 나는 늘 이방인일 뿐입니다.”

“트럭을 운전하며 미국의 방방곡곡을 다니다 보면 비록 웅장한 스케일의 국립공원에 가보지는 못하지만 대평원이나 끝이 없는 숲길, 사막과 암벽의 협곡들을 지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대자연 형성에 대한 불가사의를 몸으로 느낍니다. 눈앞에서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움직임도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경치도 그냥 예사로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냥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것은 없고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하여 예정된 것임을 체득합니다.”

“내가 미국의 장거리 트럭 운송 사업에 대해 이렇게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트럭 운전의 재미를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나는 운전을 통하여 스스로 인내를 배우고 새로운 인생에 눈을 뜨며 그래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백세가 넘는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께서는 만약 인생을 살아온 과거로 되돌릴 수 있다면 65세부터 85세까지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젊었을 때는 생각이 얕았고 65세가 되어서야 행복이 뭔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그때가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씀하십니다. 김 교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트럭을 운전하며 미 대륙을 횡단하는 나의 생각을 대변해 주시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 이 책 본문 中에서



작가님의 좋은 글을 책으로 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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