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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Nov 12. 2023

데이비드 핀처가 만든 '그 킬러 패스밴더의 일일'

<더 킬러> 스포일러 없는 짧은 리뷰


데이비드 핀처가 조용하지만 내내 큰 폭으로 진동하는 영화로 돌아왔다. 핀처의 신작 <더 킬러>에서는 <파이트 클럽>의 화려한 액션이, <세븐>만큼의 강력한 서스펜스가 없다. 대신 데이비드 핀쳐는 정적이지만 그 안에 서려있는 냉기로 관객을 매혹시킨다. <더 킬러>의 오프닝은 그 서막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주인공은 전문 킬러임에도 불구하고 목표 조준에 실패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역설적으로 주인공이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영화를 움직이는 동력은 '더 킬러(마이클 패스밴더)'가 감정적으로 흔들린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 킬러는 도통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드물지만 딱 한 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더 킬러’에게 보복하고 싶었던 악한들이 그의 집에 찾아와 주인공의 여자친구를 해친 것이다.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는 ‘더 킬러’가 복수극을 펼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을 묘사하는 데이비드 핀쳐의 연출법이 흥미롭다. ‘실행이 전부다’와 ‘공감은 약한 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대사가 반복된다. 이는 주인공이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치밀함과 동시에 계획이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 ‘더 킬러’가 가진 불안함과 강박이 영화를 이끄는 긴장감이 된 것이다.


이렇게 전문 직업인의 일상도 고유의 개성을 통해 보여주는 데이비드 핀쳐. 하지만 나사가 빠진듯한 종교영화로서의 메타포와 이야기의 느슨한 마무리가 아쉽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데이빗 핀쳐가 보여준 연출세계는 여전하다. <더 킬러>는 넷플릭스에서 11월 10일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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