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행복하게 수놓으려면 누군가와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고난 성정 때문인지, 후천적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둘 모두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늘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때에 따라 그 대상은 부모에서 친구, 친구에서 연인, 연인에서 자녀로 계속 변화했지만 어쨌든 누군가와 같이 삶을 채워 가기를 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사람이 곁에 있어도, 아무리 사랑스러운 사람이 곁에 있어도 마음 한 구석이 공허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러한 감정은 더욱 증폭되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인간관계는 더 이상 나를 행복으로 이끌지 못했다.
본능적으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잠들기 전에도 늘 책을 들고 다니던 어린 시절로 완벽히 돌아가진 못했지만 아이를 재우고 나면 살금살금 거실로 나와 책을 폈다. 책장을 넘기면 나만의 세상이 펼쳐졌다. 그곳에는 과거에 받은 상처도, 현재 겪고 있는 고통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자취를 감추고 오직 책을 읽는 나 자신만이 존재했다.
그렇게 나는 인생의 비밀 하나를 더 깨달았다. 인생을 행복하게 일구려면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에 앞서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야한다는 것을.
그러나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여건과 자원이 모두 부족했다. 직장 생활과 육아, 가사를 모두 전담하느라 혼자 있을 시간을 내기 힘들었고 관련한 지식과 정보, 경험도 턱없이 모자랐다.
혼자 돈을 벌고, 혼자 집안일을 하고, 혼자 아이를 돌보는 데는 도가 튼 나였지만 내 삶의 행복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나가는 데에는 서툴기 그지없었다.
결국 나는 사회 조사를 전공한 사람답게 우선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은 물론 관련 서적과 논문을 탐독하고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과정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 말고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결혼해도 외로운 건 똑같아.
자식들 다 키우고 혼자 남으면 뭐 하고 살지.
혼자 있음 잠만 자게 돼.
혼자 잘 노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라.
형태와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상당히 많은 지인들이 인간의 고독에 대해 본질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원하던 정보와 지식을 나눠 준 지인들도 고마웠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지인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또 다른 수확이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혼자가 두려운 당신에게>를 통해 혼자되는 것이 두렵고, 혼자 있는 것이 어색하고, 궁극적으로 혼자서도 행복해지고 싶은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혼자에 대해 탐색하고 혼자임을 경험하는 내밀한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공유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도 느껴지지만 인생이란 결국 혼자이고 또 함께인 것이기에 이 또한 나 스스로에게, 또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 되지 않을까 한다.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영원한 친구로서 자신을 소중히 살피고 그와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는데 집중하고 있는 나의 여정이 '당신들'께 조금이라도 따뜻하고, 의미 있게 전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