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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 Nov 07. 2021

예술은  창작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이 배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을까? (2019 작성)


우리는 영상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비교적 쉽고 간편하게 즐기고 있다. 스마트기기의 보급으로 영상을 접하는 매체가 TV나 영화스크린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까지도 가능해지면서 이전보다 더 자주, 편리하게 영상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 되면서 자투리 시간에도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간편한 콘텐츠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는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웹드라마, 모바일 영화 제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아직까지 기술의 발전은 배우라는 직업의 생존 위협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다양한 곳에서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 배우지망생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켰다. 웹 드라마 ‘열일곱’으로 데뷔한 배우 김도완은 웹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으며 현재 MBC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 출연하고 있고, 웹 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2’에 출연한 배우 이유진도 현재 서울시 광고에 출연중이다. 사람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이 현존하는 많은 직업을 대체할 수 있겠지만 감성이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업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직장인 및 취업준비생 4147명을 대상으로 ‘미래에 사라질 직업 VS 살아남을 직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하는 직업에 연예인, 작가, 영화감독이 각각 1,2,3위로 꼽힌 것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창의성과 미묘한 감정표현을 요구하는 직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기술이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은 충분히 예술가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만하다.


2018년부터는 이전과 다른 학습법인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 방식인 GANs(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의 해가 될 것이다. 비지도 학습은 레이블 없이 데이터 그 자체에서 지식을 얻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누군가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인공지능 스스로 사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기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모와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깨닫는 것도 있지만, 직관과 관찰, 추론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GANs는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능적 사고 과정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GANs의 활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미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게 소개된 프로그램도 있다. 사용자가 대충 스케치를 하면 진짜 같은 그림을 생성해주는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도 있고, 뿌연 이미지를 더욱 선명한 이미지로 복원시켜 주기도 한다. 위성사진을 지도사진으로 변환하는 사진 전환 프로그램은 물론 동영상까지 낮과 밤 그리고 여름과 겨울로 변환시키는 등 진짜 같은 가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정동훈, 2018).


GAN이 진짜에 가깝게 이미지를 생성한다면, CAN은 기존 예술작품 양식과의 차이를 극대화해 이미지를 생성한다. ‘기존 작품(prior art)’을 학습하는 것에서 출발해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추구하는 인간의 창작 활동과 비슷하지 않은가? 연구소 팀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을 관객에게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보여준 후 인간이 그린 건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건지 맞혀보도록 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작품을 인간이 그린 걸로 추측한 경우가 53%나 됐다. 예술가의 작품을 인공지능이 만든 걸로 오인한 경우도 38%였다. 인공지능 작품이 예술가 작품보다 높은 평점(호감도)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김동근, 2018).


더 이상 창작은 인간만의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술은 인간의 창조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영화배우 역시 그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컴퓨터 그래픽스 등의 기술 발달로 사람의 미세한 얼굴 근육까지 표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픽으로 얼굴 근육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배우가 등장하게 된다면 우리는 기존의 배우들보다 더욱 완벽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에는 배우라는 직업이 사라지게 될까?


 

우리가 환호하는 것은 배우의 ‘이미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람들은 배우의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의 이미지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우의 사생활, 인성, 가치관은 배우의 인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은 어쩌면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그 외의 모든 것’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하고 훈훈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성 논란에 크게 한 번 휩싸이면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고 그것이 해당 배우의 이미지가 되어 이후 작품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분명 배우의 인성이나 사생활은 연기력과 상관 없는 요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배우의 사생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기 외적인 요소를 활용해 그 배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현재 우리가 사랑하는 배우들의 인기나 이미지는 연기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컴퓨터 그래픽스가 실제 배우와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발전해 정교한 연기력을 선보인다고 할지라도, 사람들이 연예인이라는 한 인간에게 원하는 다양한 ‘스토리’는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롤모델로 삼기도 하며 연기자 이상으로 그들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부분에서만큼은 컴퓨터 그래픽스가 그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배우는 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요즘 TV를 보면 가수와 배우, 모델 등 연예계 내에서 구분되었던 직업 사이의 경계가 많이 흐려졌다. 가수나 모델이 배우로 데뷔하기도 하고, 배우가 앨범을 내기도 한다. 연예인들은 기존에 본인이 해왔던 장르가 아닌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하며 더 많은 인기와 돈을 얻는다. 이들이 인기와 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열광하고 회사는 그 인기를 이용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이돌 산업을 생각해보자. 앨범 커버를 다양한 버전으로 내놓아 팬들이 더 많은 개수의 앨범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팬사인회 응모 방식 역시 대량의 앨범을 구입해야만 확률이 높아지는 방법으로 운영한다. 이 외에도 각종 굿즈 사업을 통해 팬들의 지갑을 연다. 팬미팅, 콘서트 등 팬들과 연예인이 직접 만날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한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현생이 덕질을 방해한다.”라는 말이 존재할 정도로 그들의 인생에서 팬 활동은 큰 의미를 갖는다. 배우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덕후 문화’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자주 보기를 원한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아이돌이 출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연예인은 화면 속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콘서트와 팬미팅,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각종 브랜드의 행사를 통해 실제로 마주할 수 있다. 팬들은 연예인의 실물확인과 소통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회사는 그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이것은 컴퓨터 그래픽스의 발달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스의 발전으로 그래픽이 배우의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배우라는 직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배우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연기력뿐만이 아니다. 예능감, 소통, 인성까지 다양한 것들이 요구된다. 또한 기존의 연기자들만이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배우는 더 이상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직업이 아니며 연기로서만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도 아니다.


배우만이 배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돌, 운동선수, 아나운서 등 대중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연기에 발을 들이는 경우도 많다. 대중들의 요구나 관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상업적으로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다. 연기 외에도 광고, 굿즈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직업이다. 이런 점들은 컴퓨터 그래픽스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대체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창작’의 능력을 갖추게 되더라도, 그것이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과 정신까지 커버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정보를 수집해 기사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 기자의 비판적 사고와 저널리즘 정신까지는 가질 수 없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시나 소설 역시 어떻게 보면 기계적인 단어의 조합일 뿐 그 속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본질적인 예술 정신을 찾기 힘들 것이다. 배우역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어떤 부분에서 배우의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는 있어도 그 존재 자체와 직업정신까지는 대신할 수 없다. 사람들은 예술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과연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에 해석이나 분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인공지능은 예술 속 복잡한 정신세계와 그 밖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사회현상까지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동근, 「예술로 진출한 인공지능, 이젠 창작까지?!」, SAMSUNG NEWSROOM, 2018. https://news.samsung.com/kr/367925-2

동훈, 「파괴적 혁신물 `GANs` 온다」, 디지털 타임스, 2018.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10302102251607002

pmg지식연구소, 「스낵컬처」, 네이버지식백과, 2016.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73636&cid=43667&categoryId=4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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