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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니 Nov 07. 2021

'DAY6'가 사랑 받는 이유

데이식스, 그동안의 성장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하여 (2020.10 작성)

*사진 출처 : DAY6 공식 홈페이지



기획사가 기획해 하나의 상품처럼 계약되어 활동하는 조직된 공연자를 ‘아이돌’이라 부른다. 철저한 기획과 트레이닝을 거쳐 데뷔한 그들은 잘 만들어진 하나의 ‘상품’ 혹은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거나 위로해주는 ‘예술’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최근 들어 아이돌 그룹이 스스로 자신의 곡을 작사 작곡하거나 안무 제작에 참여하는 등 스스로를 하나의 상품만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주체적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활동의 큰 틀은 기획사가 정한 컨셉을 벗어나기 어렵고 행동에 여러 가지 제악이 따르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어느 정도 기획사의 기획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한 이후에서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활동을 넓혀가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프로듀싱에 능통한 특정 멤버 주도로 회사와 소수의 멤버가 함께 팀 색깔을 구축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일반적으로 아이돌로 대표되는 메이저음악을 주로 제작한다고 여겨져 왔던 시장 주도적 대형기획사에서는 기존에 인디음악을 한다고 분류되었던 아티스트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인디음악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인디/메이저의 분류로 구분하기 어려운, 새로운 지점에 서 있는 아티스트, 음악들이 등장하고 있다(신요한, 2018). JYP 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소속 보이그룹 밴드 ‘DAY6’ 역시 대형 아이돌 기획사라는 철저히 상업적이고 기획적인 곳에서 탄생한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조금 다른 활동 모습을 보인다. DAY6는 정확히는 박진영 PD가 ‘JYP 내 안테나 뮤직 같은 곳’으로 표현한 JYP 산하 아티스트 레이블 Studio J에서 공연형 밴드로 데뷔한다. 회사는 데뷔 전 그들에게 “너희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보라”며 자작곡을 요구했고 멤버들은 악기 공부에 이어 작사와 작곡 공부도 병행하게 된다. 그들은 그렇게 자작곡이 담긴 앨범으로 데뷔했으며 데뷔 이후에도 전 멤버가 앨범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해 앨범발매와 공연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DAY6의 산업-경제적 특성을 살펴보면 우선 DAY6는 아이돌 기획사라는 주류 회사에서 인디밴드라는 소수성을 노리고 탄생되었다. 상술한 배경과 목적을 바탕으로 90년대 중반부터 발전해온 K팝 아이돌 제작시스템은 기획-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의 5단계로 이루어진 형태가 일반적이다(김지연, 2019). DAY6는 기획, 캐스팅, 트레이닝 단계를 거쳐 제작되었지만 프로듀싱 과정은 일부 회사의 지원을 받고 대부분 스스로 이뤄냈으며, 데뷔 당시에는 매니지먼트 단계에 해당하는 홍보와 마케팅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 데뷔 당시 모든 홍보가 회사가 아닌 멤버들의 SNS를 통해 이루어졌고 데뷔 쇼케이스 포스터도 멤버가 직접 제작해 SNS에 게시했으며 쇼케이스는 홍대 클럽에서 진행되었다. 회사의 홍보도, 음악방송 출연도 없이 홍대 클럽이나 버스킹 공연으로만 활동을 유지하며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활동을 이어간다. 결과적으로 데뷔활동은 JYP라는 대형기획사라고는 출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끝이 났다. 하지만 이들을 완전한 인디밴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어쨌든 DAY6 멤버들은 연습생 시절 당시 현재 JYP 소속 아이돌 그룹인 GOT7, TWICE 멤버들과 함께 철저한 트레이닝을 거쳐 DAY6라는 밴드팀 데뷔 조에 배정되어 데뷔했다. 현재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만의 세계를 음악적으로 뛰어나게 선보이든 간에 그 과정에는 아이돌 산업의 특성이 존재하고 회사의 철저한 기획과 트레이닝이 존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DAY6의 작업과 활동을 살펴보면 ‘밴드’라는 가장 큰 틀은 회사의 요구였지만, 그 안에서의 작업은 타 아이돌 그룹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웠다. 데뷔 조건으로 자작곡을 요구받았을 정도로 회사에서는 DAY6에게 그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스스로 찾아 가꿔나가기를 바랐고, 데뷔부터 지금까지도 모든 앨범에는 멤버들의 음악적 특성이 담겨있다. 실제로 멤버들 개개인 간 음악적 성향이 모두 다른데 팀의 색깔을 특정 멤버에게만 맞추는 것이 아닌, 앨범마다 곡마다 돌아가면서 다양한 멤버의 색깔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멤버가 주도해 만든 곡이냐에 따라 다른 활동 분위기를 내고 자신들을 특정 장르에 가두는 것이 아닌, 그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밴드로 소개한다. 특히 2017년엔 ‘Every DAY6’라는 연간 프로젝트를 통해 일 년 간, 매 월 신곡을 발매했으며 현재까지 멤버들의 다양한 음악적 성향에 따라 메탈, 신스팝, 록발라드, 라틴 팝, 보사노바, 레게 등 폭넓은 음악적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JYP는 인디밴드 이미지로 DAY6를 데뷔시켰지만, 현재 DAY6는 아이돌과 인디밴드의 사이에서 모호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는 그들이 대형 아이돌 기획사 JYP 소속이라는 점과 더불어 그들의 팬덤이 ‘아이돌 팬덤’의 특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뿐만 아니라 그 ‘팀’이 속한 ‘소속사’에 관심을 갖기도 하며, ‘내리사랑’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같은 소속사의 후배 그룹들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실제로 DAY6 데뷔 당시, 회사 차원에서 어떠한 홍보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데뷔를 인지하고 응원했던 팬들은 대다수가 기존 JYP 소속 가수들의 팬들이었다. 따라서 DAY6를 좋아하기 시작한 기존 JYP팬들은 JYP가 DAY6를 인디밴드처럼 방치하는 식으로 매니지먼트 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요즘 인디음악은 상업적이지 않은, 더욱 순수한 예술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이돌그룹은 메이저 기획사의 육성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공산품, 상업적인 상품에 불과한 저급한 음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신요한, 2018). 하지만 DAY6의 팬덤은 아이돌 팬덤의 특성을 띄고 있어 DAY6가 인디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월등히 예술적으로 훌륭하고 좋다고 생각하거나, 아이돌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데에 거부감을 갖거나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문화적 생산과 소비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집단으로 직접 행동을 통해 실천적으로 팬 활동을 할 수 있기를 원할 뿐이다. 그에 따라 기존에 자신들이 해왔던 것처럼 소속사에 아티스트의 케어를 요구하고, 아이돌 산업에서 소비하던 방식으로 DAY6를 소비하기를 원했다. 이러한 팬들의 요구로 DAY6는 점차 여느 아이돌과 비슷하게 소속사의 관리 속에서 현재는 공연 뿐 아니라 음악방송이나 아이돌 라디오에도 출연하며 활발하게 모습을 보이고 있다. DAY6 활동이 인디밴드에서 아이돌 밴드의 모습으로 변화함에 따라 팬들이 활발하게 생산적인 팬 활동을 할 수 있는 소재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다양한 방송 활동 영상, 콘서트 영상 등은 유튜브 같은 미디어 플랫폼 등을 통해 팬들에 의해 재생산되어 지금과 같이 많은 팬들이 존재할 수 있게 된 데에 좋은 기반이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더 자유롭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며 특수한 것이 갑자기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위문화로 여겨졌던 것이 대중문화 영역으로 넘어오기도 한다. 모든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 속해있느냐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 그 자체인 것 같다. DAY6 역시 완벽하게 기획된 대형 기획사 소속의 아이돌로 보기도, 순수하게 음악에 대한 열정만 추구하는 인디밴드로 보기도 모호하다. 하지만 DAY6가 데뷔부터 지금까지 한 계단 한 계단 발전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들이 이렇게 자신들을 특정 짓는 것들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좋은 음악’이라는 자신만의 본질을 향해 나아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DAY6가 인디를 지향했을 때 오히려 아이돌 팬덤이 그들을 지지했지만, 팬들의 서포트를 통해 성장하고 유명해지자 아이돌 팬덤을 넘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 팬들에게까지 사랑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그들의 음악 자체가 충분히 매력적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DAY6가 앞으로 더욱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사실 지금과 같이 진정성 있게 장르 구분 없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리고 어떤 분류에 속해있는지를 고민하기보다 그들만의 카테고리를 이뤄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인디 밴드에게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JYP라는 대형 아이돌 기획사에서 소속 가수가 더욱더 자기다운 음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음악과 활동은 사람들이 이전에는 쉽게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고 팬들이 그들의 팬이 된 이유도 어쩌면 어느 한 쪽으로도 구분되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서 양쪽 모두에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DAY6만이 가진 특징이자 강점이다. 앞으로 더 음악이라는 아티스트의 본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야 말로,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적 열정을 펼치는 것이야 말로, DAY6가 인디밴드에 속한 그룹인지, 혹은 아이돌 밴드인지, 혹은 그 사이에 있는 모호한 그룹인지가 아닌 DAY6 그 자체가 장르가 되는 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 김지연 (2019) 「KPOP 소셜프로듀싱 플랫폼 '스노우메이커스' 론칭..제 2의 워너원 만든다」, enews24, 2019년 1월 28일자, http://enews24.tving.com/news/article?nsID=1310453.

- 신요한 (2018) 경계에 선 음악, 인디와 메이저 사이-정진운밴드를 바라보며. p.ⅰ, p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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