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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gbobo Jan 16. 2020

유학은 외롭다

집을 나와서 한국을 떠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많이 들게 된 생각이다.


유학을 와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가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또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너무 감사하지만, 가끔은 외로움과 막막함이 버겁다. 혈혈단신의 몸으로, 어쩌면 정말 동떨어진 타지에서 나의 삶을 꾸려가는 것. 또 경제적 및 건강 관련 문제, 비자의 불확실성 등을 계속 직면하게 되는 것.


내 성격상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긴 하지만, 정말 특별하게 따로 만나지 않아도 곁에 있는 누군가의 존재 - 가족이나, 친구나, 혹은 룸메이트 - 가 없다는 사실이 서럽게 파고들 때가 있다. 돌아보면 올해는 유독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잦았던 것 같다. 서로 다른 때에 교환학생을 가면서 친구들과 떨어지고, 상반기에는 런던에서, 또 여름에는 정말 낯선 스웨덴이라는 곳에서 혼자 살아보고.

SNS에는 아마 보기 좋은 사진만 올라가겠지

아부다비 캠퍼스에 있을 때는 워낙 학교 내에서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좋든 싫든 많은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람들과 최소한의 교류는 이어갈 수 있었다. 런던은 처음에는 외롭고 낯설긴 했지만, 사실 그만큼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보고 학교를 다니는 데에 바빴다. 좀 더 익숙해지고 나서는 영국에서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이나 혹은 새로운 인연을 만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룸메 없는 방에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추운 날 혼자 방에 누워서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한없이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있었다. 어딜 가든 이방인인 기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내 집이라고 부를 곳이 딱히 없는 느낌. 워낙 자주 거주지를 바꾸게 되는 학교 특성상 이런 점이 더 부각되는 것도 있지만, 아마 외국에 나와있는 수많은 유학생들이 여러 번 곱씹어봤을 만한 생각이겠지.



스웨덴에서 자취하면서 인턴십을 할 때, 3주 정도가 지나니 마음이 허하고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았던 때가 있었다. 이 모든 기회가 너무 감사하고 소중한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열심히 할 열정이 나지 않았다. 이때 이미 거의 8개월간 끊임없이 거처를 옮겨 다닌 후였는데, 그냥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었다. 스웨덴의 여름은 해가 났을 때는 찬란하지만, 구름이 끼면 곧바로 기온이 떨어지고 우울한 날씨가 되는 신기한 나라였다. 추울 때는 그냥 침대에서 콕 박혀서, 멍하니 천장을 보고, 그냥 차나 좀 끓여 마시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지금은 그런 질문을 머릿속에서 더 자주 던지게 된다. 공부를 더 하게 될까? 석사를 하면 어디로 가지? 공부를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또 새롭게 어딘가로 가게 될 텐데, 얼마나 더 그런 타지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피어나는 외로움이 조금 달래지는 날이 올까? 연인을 만나면 나아지려나? 만약 기숙사가 아닌 최소한 내 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되면, 살림을 꾸리고 있을 수 있다면 나아질까?


그리운 가족들

일을 한다면, 과연 어디로 가게 될 것인지, 어디서 살고 싶은지... 답이 없는 질문만 늘어간다. 궁극적으로는 외국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싶으니, 아마 해외에서 살게 될 것 같은데, 그럼 가족들을 보러 가는 건 연중행사가 되겠지. 지금도 이미 일 년을 통틀어 한 달이 채 안되게 한국에 있었으니. 앞으로는 이보다 더 짧아지면 짧아졌지 오래 머물지는 않을 텐데.


어느 때는 정말 '잘'나가고 싶고, 공부하고 배우고 내 커리어를 쌓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가도,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그냥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집에만 쭉 있는 삶이 나의 여유와 행복을 안겨줄 것 같지도 않다. 방학이 3주가 넘어가니, 내가 계속할 수 있는 일과 커뮤니티가 그립더라.




2주간의 짧은 방학이 끝나면, 다시 한국을 떠나 2020년은 뉴욕에서 반년을 보내게 된다. 설레고 감사하면서도, 벌써부터 외로움이 무서워 지레 조금은 겁먹고 만다. 하지만 잘 지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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