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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gbobo Jun 20. 2021

스노우 6개월 인턴 회고

사실 인턴 입사 첫 주에 브런치에 열심히 적어둔 조각글이 있었는데, 다 고이 내 서랍에 모셔두고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지난주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

그래도 정말 많은 걸 배웠던 시간인 만큼,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생각을 정리한 글을 써보려 한다.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으니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4학년이 되기 전에 제대로 실무를 경험하고픈 마음이 커졌다. 이전에 했던 짧은 인턴 경험이 있었지만, 여전히 두리뭉실한 '데이터 분석'의 영역과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팀의 업무, 특히 유저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입사하게 된 스노우 A studio 팀은 정말 여러모로 초짜 인턴인 나에게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주고, 계속해서 서비스와 유저에 대해 고민하는 관점을 갖도록 해줬다. 서비스 기획/분석 인턴으로 입사하여 프로덕트 팀의 일원으로서 기획-제품 개발-릴리즈-유저 반응 모니터링의 사이클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입사할 때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는데, 여름이 되어 퇴사하다니


우리 팀은 10대를 타깃으로 한 관심사 기반 블로그/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스노우의 다른 서비스에 비해 좀 더 초창기 스타트업의 과제를 직면한 팀이었다.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팀의 장단점과 재미 & 어려움을 두루 겪었던 시간이었다.


초반에는 데이터 분석과 기획이라는 폭넓은 업무에서 나의 직무와 존재 의의(?)가 모호해 헤맸었고, 비대면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의사를 전달해야 팀원들과 명확히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참 많았다. 물론 인턴이 끝난 후에도 이 고민들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일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감을 잡은 것 같다.




아래 정리한 것들은 모두 나의 개인적인 생각들이지만, 앞으로의 커리어에 있어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해서 공유해본다. 특히 인턴 생활 동안 깨닫게 된 점을 요약하자면:


1) 회사는 학교처럼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해주는 곳이 아니다.

이건 특히 인턴이나 신입으로 처음 입사했을 때 학생 > 직장인으로 전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부분인 것 같다. 물론 회사나 팀의 분위기 & 주니어에게 부여되는 권한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회사는 학교 수업처럼 특정 과제를 수행하고 진도를 잘 따라가는 것이 나를 '일잘러'로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다. 어느 정도 이전 기록과 업무 현황을 파악하고 나면, 스스로 나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특히 본인이 더 팀에서 입지를 다지고, 업무적으로 발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사수분이 잘 가이드를 해주시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 사수분은 본인의 업무와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계속 신경을 써주시기 어려울 수 있다. 수동적으로 업무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적절한 질문을 통해 업무 방향을 구체화하고, 팀에서 필요한 업무를 고민하여 스스로 추진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팀 구조나 위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본인이 속한 조직이 신입의 자율성을 독려하는 분위기라면 '나는 인턴이라서 해당이 안돼'라는 선을 긋는 것이 오히려 본인의 역량과 업무 범위를 제한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2) 서비스 기획/PM 직군에서 커뮤니케이션은 너무나도 중요한 역량이다.

별표 백개 필요한 부분. 개인적으로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이었던 것 같다. 이전에 일했을 때는 팀이 정말 작거나, 혼자 몰두해서 업무를 진행하고 종종 결과물을 공유하는 수준의 업무라서 (ex. 리서치 인턴) '혼자 잘 해내는 것'에 더 익숙했었는데, 실제 팀으로 일할 때 협업을 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체감했다.


모든 직군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지만, 특히 기획팀에서는 더욱더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 같다. 기획 방향을 설정하고 팀에 공유할 때 "왜?"라는 질문에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여 팀원들을 설득하고, 프로덕트 개발 & 적용에서도 왜 이게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서비스 버그나 유저 문의에서 이슈가 제기되었을 때 왜 특정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지, 어떤 이유로 우선순위를 정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협업에 어려움이 생긴다.


예시로 입사 후에 데이터 업무와 더불어 프로필 설정 쪽 기획을 맡게 된 적이 있었는데, 비교적 작은 파트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기획을 하다 보니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도 많았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아서 전달이 잘 안되거나 뒤늦게 수정이 필요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기획 프로세스에서 안일함은 추후에 더 큰 '화'를 부른다.


이 부분은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을 때, 이후 누군가는 분명 동일한 문제를 짚어서 문제제기를 한다. 하지만 이미 이 단계에서는 해당 문제를 고치는 데에 훨씬 더 많은 수고가 든다. 초반에 내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 문제를 발견했을 때 이를 먼저 얘기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났다....

크래프톤 6층 카페는 아이스크림 맛집이다


3) 가치 있는 데이터 분석은 단순히 리포팅을 넘어서, 내가 고민하는 문제와 도출한 인사이트가 실제 제품에 반영될 수 있는 "액셔너블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직접 일에 부딪히면서 정말 많이 느꼈고, 여전히 부족함을 체감하는 부분이다. 인턴 초반에는 내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뭔가 계속해서 분석 리포팅을 해야 하고, 이를 보여주는 것에 급급했던 것 같다. 하지만 프로덕트 팀의 일원으로 업무를 하면서, 데이터 분석이 의미가 있으려면 결국에는 이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통해 어떤 실질적 변화를 이룰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을 프로덕트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연결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느꼈다. 실제 액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데이터 분석은 수동적인 롤에 그치게 된다.


나는 팀에서 Amplitude라는 유저 행동 로그 데이터 플랫폼을 담당했는데, Amplitude는 자체적으로 매우 다각도의 분석과 지표 세팅 기능을 제공하나 결국에는 현재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울 좋은 그래프에만 그치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느낄 때 도메인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ex) 앱 버전 기획 단계에서 해당 앱에 대한 유저 소통 참여율과 리텐션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key action을 유도해야 하는지 KPI를 도출하는 업무를 진행했었는데, 내가 혼자서 컴퓨터를 붙잡고 열심히 데이터를 파고들어도, 도출한 인사이트를 우리 프로덕트의 context와 엮어서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가치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분석 리포트의 효용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 것 같다. 팀원들에게 더 유기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전반적인 data literacy를 높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라는 고민을 자주 했다. 일시적인 분석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좀 더 거시적인 방향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제품 개선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설 설정 - 테스트 실행 - 가설 검증하는 과정을 도입하여 분석을 통한 인사이트가 팀원들에게 공유되고, 실제 프로덕트 개발에도 유의미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4) 데이터 분석 테크닉도 갖춰야 하지만, 실무에서는 데이터 적재 환경을 구축하고 믿을만한 데이터를 받고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더 필수적이다.

입사 전에는 특정 툴이나 코딩을 잘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실무에서 업무를 경험해보니 무엇보다 팀의 데이터 구축 환경과, 현재 쌓이고 있는 데이터가 잘 분류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에 쏟는 시간도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뭔가 데이터가 들어오고 있긴 한데, 이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집계되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면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된다 :(


학생일 때는 무조건 통계 분석 프로그래밍으로 분석을 진행하거나, 이런저런 모델링을 바로 적용하는 것을 꿈꿀 수도 있지만... 사실은 회사 규모나 팀의 현재 우선순위에 따라서 오히려 일일이 코딩을 하는 게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세분화된 데이터팀이 따로 없을 경우, 오히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학 위해서는 분석 플랫폼/툴을 사용하는 게 더 유용할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은 한번 세팅하면 다른 파트의 팀원들도 간단한 숙지 후에 바로 원하는 데이터를 필터링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데이터 접근성이 높아진다).

거의 재택으로 진행된 업무 (+ 줌 미팅은 일상)


처음에는  의견을 피력하는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눈치도 많이 보였다. 특히 나보다 훨씬 많은 경력을 가진 팀원들과 일할 ,  부족함이나 판단 미스로 인해 다른 팀원에게 피해가 가고 불필요한 업무를 하게 되는 상황이 너무 끔찍했다... 하지만 내가 실수를   어떤 점이 부족했고 개선할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언을 주시는 분들이 셔서 참 감사했다.


6개월간 근무하면서 팀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이렇게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일을 추진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우려했던 점이 무색할 만큼 자율권을 주셨다. ex) 팀원 요청으로 SQL 클래스 진행, 비싼 Amplitude 플랫폼 관리, 기획 방향 논의 & 고민 및 프로덕트 개선점 제안 등... 물론 자율성이 주어지는 만큼 책임도 커져서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인턴 신분에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고 거시적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동시에 직장인의 매운맛은 이런 건가..학생 신분이 제일 좋구나...먹고 사는 거 쉽지 않아...하지만 돈 버니까 좋다!라는 생각도 솔직히 자주 들었다.


이제 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데, 배운 것들을 차곡차곡 잘 쌓아서 졸업도, 졸업 후 삶도 잘 준비하고 싶다. 안녕 스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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