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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gbobo Aug 24. 2018

아부다비에서 인도를 보다

세상 관찰지 - 아부다비, UAE

아랍에미레이트는 참 독특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 중동이란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보통 어떤 풍경을 떠올릴까? 석유, 머리를 가린 여인들, 사막, 낙타, 고대의 유적과 이국적이고 오묘한 옛 신비?


몇몇 요소는 존재하지만, 사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중동의 이미지를 보려면 레바논이나 요르단을 가야 한다. UAE는 1970년대 석유 개발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훌쩍 사막 가운데에 생겨난 곳. 역사나 유산보다는 초고층 빌딩과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한 도시 개발 이루어진, 뭔가 황량함과 썰렁함이 곁들여진 곳.


지나가다 보게 되는 거리의 사람들도 다르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자국민인 에미라티들이 13% 밖에 차지하지 않는 소수이다. 80%가 넘는 거주자들은 모두 외국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도 출신지와 업무에 따라 묘한 계급이 나뉜다. 두바이나 아부다비에 위치한 기업에서 종사하는 전문직 외국인들부터 필리핀, 파키스탄, 인도, 이집트, 레바논 등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고자 건너와 서비스 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모든 분야에서 외국인이 자리 잡고 있다.


평생을 아부다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인도인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It is a country of permanent temporariness."


아무리 평생을 UAE에 거주해도 진정으로 UAE 사회에 녹아들 순 없다. 시민권은커녕 영주권을 따기도 힘들고, 시민권은 오로지 부계 혈통이 에미라티인 사람들에게만 주어진다.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은 정부에서 자국민에게 돌아가는 막대한 혜택을 일정한 인원으로 조정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아부다비에 와서 제일 놀랐던 점은 거리를 점령한 사람들이 모두 인도인이나 파키스탄인이란 것이었다. 아랍어는 몰라도 타밀어를 쓸 줄 안다면 거리에서 생활할 수 있고, 레바논 음식점보다 인도 음식점이 더 많은 곳이 아부다비이다. 대학의 인도 친구들도 고향의 맛을 여기서 똑같이 맛볼 수 있다고 얘기하곤 했다. 이 때문에 버스를 타고 종종 시내로 나가서 밤거리를 떠돌다가 인도 음식점에서 밥을 먹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 됐다.


내가 1학년 2학기에 수강했던 수업 중에 Street Food라는 글쓰기 세미나가 있었는데, 내 인생에서 가장 신선한 수업으로 기억될 듯하다. 이 수업을 통해 진정한 '아부다비'라는 도시를 들여다 보고, 관광객의 시각에서 벗어나 조금 더 현지의 풍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현지의 색을 이해하는 데에는 길거리의 음식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학문적인 의도로 음식 탐방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최고의 묘미는 골목골목을 걸으며 현지인이 찾는 식당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중동 식당만큼 많은 인도/파키스탄 계열의 식당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흔한 북인도식 puri bhaji. 물가 비싼 UAE에서 4천원 정도로 가성비 좋게 먹곤 한다.


나의 개인적인 최애 인도 메뉴를 꼽자면, Puri와 Masala Dosa가 단번에 떠오른다. Puri는 속이 빈 공갈 반죽 튀김으로, 이를 찍어먹는 각종 커리와 야채 볶음이 곁들여져 나오곤 한다. Puri를 시켰을 때 제일 크게 받은 충격은 끊임없이 리필을 해주는 서빙이었다. 한국이야 반찬 리필이 당연시 여겨진다고 하지만, 세계 어딜 가도 그런 곳은 없다. 여기는 끊임없이 갓 구워진 빵과 각종 감자 커리, 렌틸콩 수프를 그만 달라고 할 때까지 채워준다. 덕분에 거절을 못하는 나는 리필 유혹에 넘어가 갈 때마다 배를 통통 두드리고 나오게 된다.


또 다른 형식의 puri 세트.  aloo gobi와 dhal curry가 최고!  


Masala Dosa는 masala (향신료)와 dosa (쌀 반죽으로 만든 남인도식 부침)를 합친 단어로 남인도의 대표적 별미이다. 동그랗게 부쳐져 예쁘게 접힌,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dosa 가운데에는 각종 향신료를 넣고 요리한 감자조림이 있다. dosa를 먹기 좋게 손으로 뜯으면서, 감자와 취향의 소스에 찍어먹다 보면 어느새 그릇이 비워진다. 바삭하고 기름이 좌르르 한 부침개가 압권인데,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강추하는 요리이자 전 세계의 남인도계 디아스포라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마살라 도사. 제일 최애로 꼽는 음식이다.


아부다비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오히려 인도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됐는데, 아부다비에서 살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단순히 중동 문화만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곳의 생태를 경험하고 더불어 다양한 남아시아 문화도 접할 수 있던 점이다.


오늘은 음식 얘기만 나왔지만, 아부다비에서 공부하고 살아가면서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더 많이 곱씹어 보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조각조각 떠오르는 생각들, 의미 있는 풍경들을 더 많이 표현하고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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