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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씨네 WeeCine Nov 18. 2021

모든 프레임이 아름다운 예술작품

[영화 리뷰] ‘프렌치 디스패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 이상의 매혹적인 미장센

 고약한 위트와 경쾌한 블랙 코미디


2014년,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개봉 당시 국내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관객들은 다소 난해한 이야기에 당혹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다채로운 색감과 화려한 영상미에 매혹돼 시각적 쾌감을 경험했던 것. 오는 18일 개봉을 알린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는 바로 그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이어 다시 한번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감독 웨스 앤더슨’)는 갑작스럽게 마지막 발행본을 준비하게 된 매거진 프렌치 디스패치의 최정예 저널리스트들이 취재한 4개의 특종을 담았다. ‘다즐링 주식회사’, ‘문라이즈 킹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으로 독보적인 비주얼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으로, 할리우드 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에는 배우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프랜시스 맥도맨드,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베니시오 델 토로, 우웬 윌슨, 레아 세이두, 티모시 샬라메, 리나 쿠드리, 스티브 박, 마티유 아말릭, 시얼샤 로넌, 엘리자베스 모스, 세실 드 프랑스, 에드워드 노튼, 윌렘 대포가 출연했다.


‘프렌치 디스패치’의 배경은 20세기 프랑스의 한 가상 도시다. 그곳에서 발행되는 미국 잡지 프렌치 디스패치가 영화의 제목이며, 잡지의 발행인(빌 머레이)가 사망한 후 폐간호를 내기로 한 기자들의 취재와 기사가 내용을 이룬다.


영화는 세 단락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정신병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수감된 천재 화가(베네치오 델 토로)와 그를 만난 기자(틸다 스윈튼)의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는 청춘의 나르시즘에 빠져 학생운동을 펼치는 청년(티모시 샬라메)과 중년 정치부 기자(프랜시스 맥도맨드)의 이야기며, 세 번째는 최고의 요리사를 취재하기 위해 나섰다가 납치 사건에 휘말린 요리 비평가의 경험이 담겼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에 대해 칭찬일색을 늘어놓을 것이기에, 미리 몇 가지 주의점과 아쉬운 점을 언급해두겠다. 먼저 상업영화의 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프렌치 디스패치’는 상당히 불친절하다. 이야기 구성도, 캐릭터 설정도 다소 낯설게만 느껴질 수 있으며, 영화를 통해 감정적 고양을 경험하길 예상했다면 기대와 전혀 다른 구성에 실망할 수 있다. 차라리 어느 미술관에 전시된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영화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더불어 영화는 다소 장황한 이야기로 관객을 당혹시킨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그랬듯, 잠시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따라가기 어렵다. 20세기 예술과 문화, 정치와 사회에 대한 허위를 꼬집으면서도 그 스스로가 인위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데 머무른다. 캐릭터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인물들이라기보다 지난 시대와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무언가로 비춰진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시야가 트이거나, 감정적 동요가 일어나긴 어렵다.


그러나 ‘프렌치 디스패치’는 그런 모든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감히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을 만 하다. 프레임 단위로 정교하게 짜인 모든 화면이 시각적인 쾌감을 넘어 일종의 충격을 선사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만큼 화려한 색감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파스텔 톤 색감과 미장센이 여지 없이 보는 이의 눈길을 고정시킨다. 이야기 전반을 이루는 블랙 코미디는 유쾌하고, 기저에 깔린 위트는 고약해 남다른 감상을 안긴다.


와이드 스크린이 아닌 작은 화면비를 선택했지만, 답답한 느낌은 전혀 없다. 연출과 편집에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개성 넘치는 리듬감은 관객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운다. 기발한 세트 구성과 화면, 구도는 박수를 부를 수밖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 프레임 단위로 정교하게 작업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노력이 엿보이며, 지난 시대를 향한 오마주를 발견할 때면 놀랍도록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스틸.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뿐만 아니라 영화는 흑백과 컬러를 오가는 신선한 화면 구성과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연출로, 기존 영화 문법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물한다. 잠깐 등장하는 조연마저 다른 작품에서라면 홀로 주연을 맡는 배우들인데, 모두가 마리오네트 인형이 된 듯 계산된 움직임을 보이지만, 되레 그로부터 형용하기 어려운 쾌감이 전해진다. 지극히 정교하게 짜여진 시계태엽의 내부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놀라움과 경탄을 영화를 통해 다시금 체험할 수 있다.


요컨대 다소 낯선 형식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프렌치 디스패치’는 놀라운 비주얼적 완성도를 자랑하며 모든 반감을 일소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경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며, 아름다운 그만의 신세계로 빠져드는 경험은 즐겁기 그지없다.


개봉: 11월 18일/관람등급: 15세 관람가/감독: 웨스 앤더슨/출연: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벨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애드리언 브로디, 베니시오 델 토로, 우웬 윌슨, 레아 세이두, 티모시 샬라메, 리나 쿠드리, 스티브 박, 마티유 아말릭, 시얼샤 로넌, 엘리바제스 모스, 세실 드 프랑스, 에드워드 노튼, 윌렘 대포/수입∙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러닝타임: 107분/별점: ★★★★☆


https://www.maxmovie.com/news/43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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