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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와 춤을 Jul 13. 2021

A4 종이 한 장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종이에 적으며 정리하면 보이는 것들

아침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출근길 바닥의
지그재그 불록을 보다가
문득 그녀에게
해 줄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나의 일정표 '연락할 분들'에

그녀 이름이 올라(?)있었고  

이름을 볼 때마다 

어떻게하면 

그 '지침'에

힘을 줄 수 있을까를

내내 생각해 왔었다.  



그래 

오늘 그 이야기를 해드려야 겠어.  

남편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그녀였다.



너무 힘들어요.

그 사람은 전혀 나를 

공감해 주지 않아요


자신의 화를 다 풀고 

곧 잊어버리죠


나는 외로워요 

그리고 혼란스러워요


하루 시작 하면서 나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책 하나 들고 카페로 가는 

일상이 많아지고 있어요


남편의 말과 행동. 

그리고 

반응이 때론 무섭기도 해요.



그녀가 내게 풀어놓은

속내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를 그녀의 남편과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년 간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의 힘든 모습처럼

잘은 모르지만 남편도 

비슷한 시간을 들여다 보고 

있지는 않을까.



그녀의 이야기로

내가 느낀 건

그녀 마음의 대부분 공간에

가득한 '남편'.

그런 그녀여서

더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차가운 남편에 대해 

조금씩 포기하게도

동반된 거절감들이

시멘트처럼 흐르다가는

마침내 단단히 굳어진건 아닌지. 



나는 그녀 마음에 일단 '힘'을 

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내가 소중하다는 것.  

남편이고 뭐고(?) 일단 

그녀만의 즐거움과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통해 

'여유'를 가지기를 원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대단한건 아니지만 혼자 실험하고 

1인 임상3상 까지 마쳤다고 

피식 웃으며 자주 생각하는 

나만의 정리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했다.



A4 종이 한장
옆에 있으세요? 




간절하면 

방법이 보인다지. 


일이 잘 안풀리거나 

마음이 복잡하면 

나는 자주 정리요법을 

나 자신에게 들이댄다.



청소도 좋아한다.  


깨끗이 정리된 집에 앉으면 

내 마음속 감정까지 

뭔가 거듭나는 느낌이 든다. 


그럴때 드는 생각은

사람 마음은 무한하지 않고 

마치 잘 눌러져 모양이 잡혀진

두부 한판 같다는 거다.


잘 나누면 반듯한 그것이

마치 뭔가 좋은 작품 같지만

뭉개지면 뭔가 엉망된 듯한.



여긴 화장실, 

여긴 안방, 

여긴 주방,

그리고 창고. 베란다..


구석구석 들어가 정리하면 

버릴 것과 남길 것. 

나중에 활용할 것들이나

지금 당장은 아니고 몇 번 쓰다가

 버릴 것들. 


이렇게 눈에 보이고 분류가 된다.



이어지는 정리다음 의식은 

목욕이다. 


청소하며 흘린 땀들이

욕조안에 물들에 씻겨지고

마치 침례로 거듭나듯 

새로운 자세와 마음으로

욕실을 왕후처럼 걸어 나온다. 


이날을 위해 아껴둔 

뽀송한 타올을 두르고 말이다.


연이어 준비된 커피향을 

우아하게 즐기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다.



그렇다 

세상은 마음이
움직이기도 하지만
때론 형식이
나를 자유하게도  한다.


상황에 따라 그룹이 바뀌긴 하지만 오늘 나의 정리그룹들



이런 나의 집청소 마음정리는

예전보다 뜸해져 

실선아닌 점선횟수로 

이어지고 있는 

'묵상'방법이다. 



복잡한 생각이 많으면 

해결되지도 않으면서 

나의 시간을 소비한다. 


그래서 적어야 한다. 


다들 그래서 메모가 

중요하다고 하나보다. 


나는 단순해서 적은 후 잊어버린다. 

잊어버리기 위해 적는다. 

이것도 나름 훈련이라 

감정 컨트롤이 된다.



일단 백지를 꺼내어 

지금 나의 생각을 하나하나 

다 적는다.

시시콜콜하다고 

생각하는 것 까지 다.



병원 가기, 세탁기 돌리기, 

택배 반품하기

책 사기, 가계부 쓰기, 

강아지 목욕, 밥하기..... 

영어 배우기, 

다이어트, 돈 벌기....


뭐든지 좋다.



그리고 그룹으로 나눈다.

하나씩 진행하면서 지워나간다. 


나는 A4 종이로 

처음엔 시작했지만 

지금은 문서를 활용하고 있다

(엑셀, 메모장 등.. 

뭐든지 자신이 편한 것으로).



누가 내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잘 걸러 나에게 보약이 되도록,  

나의 영역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내공을 발휘하는 힘이 필요하다.  


잊지 않아야 할 건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 

겸손이 필요하지만 

지금 내가 힘들다면  

그 마음조차 일단 뒤로 미룬다. 


내가 일어설 힘이 

지금 당장에는 필요하니까.



마음의 공간.

A4 종이 위의 공간은 

한눈에 들어오는 

내 마음을 보는 것일 수 있다.



마음의 방·폴더가 

정리되어있으면 

외부 누군가의 자극을 

객관적으로, 때론 내게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맘대로의 여유가 가능하다.


그것 말고도 생각할, 

내가 좋아하는, 

내가 해야 할 다른 

ROOM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의 선택과 해석의 힘은 

나를 인정하는 가운데 

만들어 질 수 있다. 

다른 방이 더 좋고 

그걸 해야 하니. 


그게 힘이다. 



반대로 내 마음이 복잡하고 

정리가 안되어있으면  

아주 작은 자극도 

나의 복잡함을 포화상태로 

증폭하기에 충분하다. 


다이너마이트에 

붙여지는 그 작은 불꽃처럼.  



나는 그녀에게 마음속에 

가득한 남편의 그림과 흔적, 

기억들을  A4종이 위에 

그려진 마음 폴더의 

칸 하나로  축소시켜 보기를 권했다.



그 한켠은 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쯤은 여러 폴더 중

하나로 정의하고 

방안을 찾아보는 거다.



출근길 바닥의 벽돌들은 

이런 저런 모양이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지그재그 안정됨이 있었다.



.

빼곡하지 않아도 된다.
틈새가 좀 있으면 어떠리.

그래.  

마음은 완벽하게 나누어
관리할 수는 없어도
 배치와 크기는 내가
정하고 디자인할 수 있다.




어느 가수의 노래 제목 중 

'내 인생은 나의 것' 이 있다.


숨 쉬는 순간 순간은 

나의 것이다. 


펄프로 만들어진 

한낱 A4 종이이지만  

그 위에 자신을 적어 올리는

간절한 한 사람에게는

'한낱 종이'가 아닐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나처럼. 



그녀는 내게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 숲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A4 종이 정리의
한 칸일지도 모를
'쉴 수 있는 여행 가기' 를
나는 함께 실행해 주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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