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녀와 춤을 Jul 14. 2021

J에게

이선희 임성균 1984

학교가 표현 그대로 '뒤집어' 졌다.



젊음의 깃발 같았던 대학생 오빠들.

그들의 하늘 같은 모습들을 

볼 수 있었던대학가요제 

그리고  강변가요제.


전날은

그 강변가요제가 

열린 날이었다.

그 더운 여름날 무대위에는

 '이선희'가 있었다.



아줌마 같은 머리스타일에 

얼굴을 덮을 만한 

커다란 안경.

작은 체구에 

세련되지 않아 보이는 모습.




어정쩡하게 다리를 벌린 자세는

그녀가 입은 치마의 맵시를 

살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전주가 나오는 동안의 

그녀 모습은

무표정한 걸 넘어 

더 잘 보이고 잘하려는 

표정도 없었다.


그냥 뭔가 말하러 나온 듯한.



그런 그녀가 우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우린 그날 알았다.

좋은 노래란 이렇게 

한번 들어서도 소름 끼치듯

전율을 느끼게 할 수 있음을.




뭔가 알 것도 모를 것 같은 나이인 

여중생 교실의 아침은

부지런한 누군가가 적어온 

이선희의 J에게 가사를 

서로 써서 돌려 베끼며

비슷한 곡조로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두발 자유화가 되었지만 

늘 묶여 살아서 인지 자유가 주어졌음에도 

'자유로운 두발'을 하지 못하며

눈치를 살피던 우리 반 몇 명은

미장원으로 가서 과감히(?) 

커트로 변신했다..

그중에 나도 있었다. 




별것 아니지만

우리의 움직임은 '별것' 이었다.


이선희의 소름 돋는 노래가

우리를 용기나게 했고 

변화하고 싶지만

뭔가에 구속되어 

정지되어 있던

그 작은 그것을 움직이게 했다.




이후 점심시간이면 우리는 

운동장 계단에 앉아

연습장 뒷장에 적은 가사를 보며

요즘 말하는 떼창으로 행복했다




37년 전의 그날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pRw_HnE98



노래 이선희

작사. 곡 이세건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보이며 

난 오늘도 조용히 

그대 그리워하네 



J 지난밤 꿈속에 

J 만났던 모습은 

내 가슴속 깊이 

여울져 남아있네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J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J난 너를 못 잊어 

J난 너를 사랑해 

J 우리가 걸었던 

J추억의 그 길을 

난 이 밤도 쓸쓸히 

쓸쓸히 걷고 있네




       

예전 제가 살던 시간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음악을 들으면 그시간의 저로 돌아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