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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새 Feb 22. 2023

살아냈던 하루가 저물 때

선우정아의 해질녘과 검정치마의 밤바다

 *하단에 플레이리스트 링크를 넣어놨어요 :-)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 제주도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생각보다 많은 결정이 필요했다. 당장 차를 렌트해야 할까 버스와 택시를 타고 다녀야 할까 같은 결정부터 퇴사라는 나름 중대한 결정까지.


차는 렌트하기로 했다.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기 보단 좋은 산책을 위한 투자였다. 짐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좋아하는 길을 골라 걷기 힘들 것 같았다. 덕분에 전기차도 마음껏 몰아보고 좋은 풍경이 보일 때면 차를 멈추고 산책을 시작했다.

멈추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에서 일을 하거나 생활하다 보면 멈추는 게 곧 뒤처짐을 의미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멈췄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하물며 하늘이 예쁘다고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제주에서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고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멈춰 서서 바람을 맞거나 풍경을 몸에 담았다.


제주 여행의 첫 목적지는 사계해안이었다. 관광객도 비교적 적고 해안도 작았다. 스스로 정리가 필요했던 시간이라 워케이션 하기 좋은 숙소를 가기 위함도 있었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해변에 누워 책 읽기, 해안도로 러닝도 사계해안에서 달성할 수 있었다. 해변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시간대는 해질녘이었다. 선우정아와 검정치마가 함께 자리해 주었던 사계해안의 노을은 마치 그동안 살아냈던 하루들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과 같았다.

사실 오늘 하루도 버거웠지
내 맘조차 지키지 못했는 걸
초라한 발걸음 끝에 다 내려놓고 싶은 날

- City sunset <선우정아>


푸르던 하늘에 귤 색이 짙어지다 붉은빛이 섞이고 총천연색이 더해져 결국 까맣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푹신한 모래 위에 서서 지켜봤다.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에 모든 게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 검은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파도에 휩쓸려 멀리 떠내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사계해안의 파도는 육지로 갈 일 없을 테니 나도 몇 마디 흘려보냈다.


* 총 1.2km / 소요 시간 30분 (천천히)


* Playlist [ 32:38 ]

선우정아 - 보통사람 [ 4:15 ]

선우정아 - 남 [ 3:42 ]

선우정아 - City Sunset [ 4:39 ]

선우정아 - 그러려니 [ 5:26 ]

검정치마 - Everything [ 4:53 ]

검정치마 - 혜야 [ 5:25 ]

검정치마 - 하와이 검은 모래 [ 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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