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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새 Apr 26. 2023

낭만을 떨어뜨렸다면 신촌에 있을 거야

신촌과 그시절 인디밴드

 *하단에 플레이리스트 링크를 넣어놨어요 :-)

금요일 밤이면 고깃집에선 대학생들의 구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주말 저녁이면 파스타 전문점에는 소개팅이 한창이다가 자정이 다가오면 공연을 마친 밴드들이 주점으로 모여드는 곳, 신촌이다. 대학 밀집 지역이라 항상 북적였던 신촌은 마주 오는 사람들을 하나씩 피해야 하기에 걷기 좋은 동네는 아니었다.


세월이 흐르고 가끔씩 방문하는 신촌은 어쩐지 예전 같지 않다. 계속 이곳에 머물렀거나 자주 오갔으면 그 느낌을 더 확실히 눈치챘을 수도 있고 어쩌면 자연스러워서 몰랐을 수도 있다. 버스만 오가는 메인 도로를 제외하면 신촌의 유동인구는 줄어든 것 같다. 서로 다른 세대의 학생들이 남긴 분식집 벽면의 낙서처럼 추억은 가득한데 정작 방문 손님은 별로 없는 것처럼 말이다.

홍대 동교동 삼거리 부근에서 신촌까지 걷다 보니 보다 더 한적한 신촌과 만날 수 있었다. 주택과 낮은 상가 건물을 따라서 고깃집이 밀집되어 있는 신촌역 뒷길까지 도달했다. 20대 초반에 이곳 어딘가에서 뒤풀이를 몇 번 한 적이 있다. 무슨 행사였는지는 기억나질 않지만 시끌벅적했던 것만 떠오른다.

예전 홍대와 합정, 신촌을 걸을 때면 자연스레 철 지난 인디밴드 음악이 생각난다. 열 일곱 즈음부터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즐겨 들었던 음악인데 확실히 요즘 인디 음악과는 많이 다른 매력이 있다. 보컬과 악기 소리 모두 불에 굽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강한데 어쩐지 돼지갈비를 파는 고깃집의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모순적인 느낌이다. 갈매기살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에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듣던 노래라 그런지도 모른다.

추억을 묻어둔 신촌 길거리에서 요새는 듣지 않는 인디밴드를 불러내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굳이 일처럼 산책하고 음악을 찾아듣자는 취지에 걸맞기도 했다. 소음 없는 신촌 구석구석을 살피며 예전에 내가 남겨둔 낙서가 있는지 살피는 산책에 투박하고 아름다운 밴드들이 함께해 주었다.


* 총 1.2km / 소요 시간 17분

홍대입구 경의선 ⇢ 신촌 세브란스 병원


* Playlist [ 21: 22 ]

언니네 이발관 - 아름다운 것 [ 4:51 ]

윤상 & 조원선 - 넌 쉽게 말했지만 [ 4:55 ]

브로콜리너마저 -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 4:30 ]

델리스파이스 - 항상 엔진을 켜둘게 [ 3:18 ]

크라잉넛 - 명동콜링 [ 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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