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관점- 두 개의 관점
“나는 이렇게 기억한다. 아마도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의 관점이다. 당신의 진실이다. (p153)
기억은 왜곡된다. 해서 과거의 일들은 실제로 벌어진 그대로가 아니라 내가 느낀 대로 기억되어 미화되거나 소멸되는 방식으로 소환된다.
작년 12월 브런치 작가가 되고 12월 29일에 첫 글을 발행했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사실에 보태어진 나의 기억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기쁨과 함께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기로 한 나와의 약속으로 이어졌다.
내 속에 너무도 많이 들어앉아 있는 나를 덜어내고 비우기 위해, 그리고 내 안에서 들끓고 있는 온갖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나와 호기롭게 약속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은 점차 바닥이 드러났다.
나는 나를 잘 몰랐다.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그것을 인지하는 일이 힘에 부쳤다. 점점 글을 쓰는 시간이 길어졌고, 표현하는 단어들이 부실해지고 문장이 짧아졌다. 글이 점점 얕아지고 얄팍해져 갔다.
관점을 달리해서 다르게 보고 싶어도 사실이 변하지 않는 이상 기억은 미화되지 않는다. 다만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로 브런치 발행 일 년의 성과를 자축하는 것으로 오늘의 시간을 남겨놓고 싶다.
처음 브런치를 발행한 그날로부터 일 년이 되는 오늘, 나와했던 약속을 지켜낸 나를 칭찬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미진하고 부족하지만 나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나로 계속 걸어갈 것을 다짐하며, 먼 훗날 이 날 이 시간이 어떤 모습으로 미화될지 아니면 소멸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지금은 나와의 약속을 지킨 나를 기특해하는 나로 이 시간 저장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