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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빈 Jan 11. 2024

블랙빈에게 쓰다

29 당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

자전적 에세이에서는 행간에 진실을 숨길 수 없다.(p162)


“우리 아버지가 내게 한 번도 해주지 않은 말”이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한 편 쓰라는 낸시의 말에 여자는 한참을 생각했다.


찬찬히 과거에 매달려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낸시가 글쓰기 워크숍에서 만난 대다수의 여자들과 소수의 남자들이 ”아버지가 당신만의 방식으로 저를 사랑하셨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p163)이라는 문장에서 처럼 여자의 아버지도 아버지 방식으로 딸들을 사랑했다. 하지만 워크숍에 참석한 사람들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여자의 아버지는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하시는 분이시다.


경상도 남자라 말투에 투박함이 있긴 하지만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말에 야박하거나 인색한 분은 아니셨다. 물론 엄격하시고, 가부장적인 면이 다분하신 분이셨다. 해서 아버지의 딸로 지켜야 할 규칙과 따라야 할 규범이 항상 차렷 대기상태로 지켜 서있었고, 그것이 학창 시절 내내 딸들의 행동을 제어했다. 그로 인한 불만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건 부모로서 당연한 권리였고 자식으로 받아들여야 할 의무였다.


여자의 아버지는 딸들에게 당신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보여주셨다. 여름날 마당에 텐트와 물놀이 시설을 설치해서 여름을 시원하게 나게 하고, 휴가 때나 주일에 근교나 장거리의 소도시로 데리고 다니며 자연의 풍광을 즐기게 해 주셨다.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참석은 못하셔도 특별한 날 특별식으로, 생일엔 케이크로 그날을 챙기셨다.  그렇게 딸들이 입고 먹고 노는데 필요한 것들을 큰 무리 없이 제공해 주시는 능력을 가진 아버지셨다.


양팔로 안아주고 손으로 쓰담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아버지의 너른 가슴덕에 아버지의 딸로 살았던 그 삶이 얼마나 평안하고 행복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얼마나 행복한지. 하여 여자는 아버지로부터가 아닌 자신이 아버지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이렇게 글로 쓴다.


“나의 아버지가 당신이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살아오신 그 모든 시간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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