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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빈에게 쓰다

49 에세이

by 블랙빈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라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나는 에세이라는 형식이 익숙하고 편할 뿐이다.(p251)


낸시 슬로님 애러니님이 에세이라는 형식이 익숙하고 편한 것처럼 나도 그렇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에세이 형식의 글이 편하고 익숙한 것이 아니라 에세이 형식의 글 말고는 나의 생각을 말하고 나를 표현하는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사실 진심이 우러나오는 글을 쓰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그저 내 마음과 생각을 에세이라는 형식을 빌어 이렇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글을 쓸 핑계를 찾고 있던 중에 갱년기가 찾아온 것인지 갱년기가 찾아와서 글을 썼는지 어떤 것이 먼저였는지도 헷갈리는 지금, 어쨌든 갱년기로 몸과 마음이 아팠고 그 아픔을 덜어낼 도구로 글쓰기를 찾아냈다.


처음엔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저 책만 읽었다. 그러다 블로그에 집에서 책을 읽고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상을 조금씩 글로 쓰기 시작했고 일상보다는 책에서 느끼고 알아차린 것들을 블로그에 서평을 적는 것으로 내 속에 엉킨 것들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나를 풀어낼 색다른 책을 찾기 위해 독서를 한 것이 아니라 무작정 눈이 가는 제목의 책을 골라 읽었다. 매일매일 한 권 두 권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소설 속의 등장인물 중의 한 사람이 꼭 ‘나’ 같고, 자기 개발서를 통해 개발되어야 할 사람이 ‘나’ 같고, 또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람과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이 ‘나’ 같았다.


책 속의 단어와 문장들로 위로받으며 독서를 하고 그 책을 통해 나를 찾아내는 과정을 에세이로 적으며 위안받았다. 그렇게 나는 나를 풀어내는 글쓰기의 시간으로 치유되고 그렇게 조금씩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브런치 작가도 되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라기보다는 나를 풀어내는 공구이고 나를 치유하는 연장이다. 에세이는 내가 살아오고 살아가면서 엉켜버린 내 마음과 엉킴에서 오는 들끓는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도구이자 장치다.


만년필로 빨간 노트에 두서없이 뱉어내던 감정의 쓰레기들을 오아 블루투스 자판을 사용해서 브런치에 에세이 형식으로 나를 담아내고 표현하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의 나를 있게 해 준 에세이로 오늘도 나는 내가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에세이. 허물없는 친구같이 편안한 네가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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