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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미 Apr 12. 2024

다 깨지고 난 뒤에 얻은 것들...(1)

4년 차 기간제 교사의 에세이

나는 기간제 교사이다. 정교사가 무지무지 되고 싶었던 기간제교사.

3년 차 나의 교직생활에 많은 변곡점과 많은 성장과 발달을 이루며 결론은 아프고 차디차게 깨진 해였다.

무엇이 그렇게 악착같이 살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며 살았던지. 지난날 후회와 반성으로 점철되었다.


3년 차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즐거운 교직생활을 꿈꾸며, 해맑게 학교를 돌아다녔다.

나이가 32살. 임용고시에 합격하겠다고 떠벌리면서 다니던 몸만 큰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시골학교에 임용이 되어 학교 업무를 마치고 공부를 병행하여 임고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근방의 독서실을 끊고 학교가 끝나고 힘든 몸을 끌고 공부에 임했다.


나는 밝은 이미지로 선생님들에게 인사하고 다녔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꿈꿨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다, 아니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었다,

내 3년 차는 무언가 많은 것을 결정지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나는 직감하고 있었다.

임고가 여러 번 낙방하고, 기간제 교사로 지내며 자존감이 하락하고 상처받는 일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에 3년 차 때 무언가 결정이 되어야 했다.


학교 학생들을 만났는데 사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학생들을 보고 놀랐다.

이유는 학생들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리되지 않은 아이들. 천진난만한 느낌보다는 많은 교육을 덜 받아 부족함이 많아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아이들이 심리검사 진단을 하는데 아주 쉬운 용어들을 질문하여 진땀을 뺐다. 그 이유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1학기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아이들을 좀  풀어놓은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을 파악해야 했고, 아이들이 정리가 되지 않는 모습에 서서히 정리 정돈된 스타일로 지도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정리정돈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소란스러움이 크고, 수업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리고 욕설이 잦고 표현하는 언어가 정리되지 않았다. 선생님들 앞에서도 욕을 하고 적절한 표현을 하지 않는 모습들이 많았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어린 실수를 했다..

나의 지도로 학생들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했다.

학생들이 나의 지도로 행동을 바꿔보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나의 지도로 행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룬다면 너무 행복하겠지만 아예 생각 자체가 '나의 지도로 바꾸겠다는 것'은 열정 많은 어린 교사의 모습이었다.

열정만 많은 어린 교사.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이 잘 못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지도로 학생을 바꿀 수 없다. 학생들과 친해지고 학생에 대해 알아가며 래포를 형성하고 그 학생이 필요한 것을 제시해 주는 것

그것이 생활지도임을 깨달았다.


나의 생활지도는 3가지 모습을 본떠왔다.

1. 3년 차 학교 교감선생님의 말씀에서 "사람은 기의 동물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기'를 이젠 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교감선생님의 카리스마를 배웠다. 

나의 롤 모델이신 교감선생님이셨다.


2. 3년 차 생활지도부장선생님(1학기 학년부장님):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신의 생각이 약해졌을 때 응원과 지지..

    그 모습은 내가 교직생활에 들어올 수 있게 해 준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담임선생님의 모습과 흡사했다.(참고로 지금은 돌아가셨다.)

3. 3년 차 2학기 학년부장님: 학생을 대화의 형식으로 지도하셨고, 비슷한 사건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학생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전혀 화를 내지 않으셨고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에 나는 회복적 성찰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을 윽박지르기보다 대화로 풀어나가고 싶었다.

 

내가 이 세 가지를 얘기하는 이유는 이 세 가지를 3년 차 때는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의 실랑이, 혼내고, 화내고, 달래고,, 내가 울고...... 하... 3년 차....

내가 울었다.

내가 집에 돌아와서 엉엉 울고 그날  하루 공부를 못했다.

애들을 혼내고 나면 나도 기분이 안 좋다.. 사랑하는 우리 반.. 그 아이들은 내가 사랑하는지를 모른다..


세가지를 제대로 할 수 있게 시작한 것은 올해 4년 차이다. 아직 시작단계이다. 세밀한 부분은 좀 더 보완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을 대화형식으로 설득하는 것은 아직 큰 상황을 마주하지 못하여하진 못하지만. 자잘한 생활지도로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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