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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미 Apr 14. 2024

다 깨지고 난 뒤에 얻은 것들 (3)

4년 차 기간제 교사의 에세이

사회초년생 3년 차를 마무리하고 이 1년 동안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배워도 너무 많이 배웠고 너무 많이 깨달았다.

1.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상대방에게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다.

2. 내가 호의를 베푼다고 해서 호의가 호의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3. 때로는 둘 중에 과감히 하나를 정해야 할 때도 있다.

4. 내가 단단하지 않으면 먹혀버릴 수 있다.

5. 그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

6. 이간질하고 뒷담화하는 사람은 상대하면 안 된다.

7.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벌하려고 하면 내 안위에 문제가 생긴다.

8. 작은 일을 뒤집어 씌우는 사람이 있다면 정확하게 선을 그을 줄 알아야 큰일을 안 겪는다.

9. 남자선생님들한테는 너무 밝게 다가가면 안 된다.

(처음에 거리 조절도 잘 못하고 천진난만하게 다가갔다..

나중에는 뒷담 화하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충격이 컸었다..

거리 조절도 할 줄 알게 되고.. 챙겨주는 것도 줄였는데 너무 상처를 크게 받았다.

나는 단지 남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을 뿐이었는데..

2학기때 새로 온 선생님이 있었는데 내 옆자리였다.

그 선생님한테는 오해 사지 않도록 대했다.

이미 험담당해서 상처를 크게 받았다..

지나가다가 스치면서 뒷말을 들었는데 온몸이 부들거렸고 숨도 잘 안 쉬어졌다.

나를 머라고 생각한 걸까. 너무 너무 화가 났다.

21 시수 수업, 부서무랑 임용공부에 병행하여 바쁘게 살았을 뿐이었는데

새로 온 학교에서는 도저히 남자선생님들을 마주할 수 없게 되었다.)

10. 학교 업무는 공적인 것이고, 나의 임용 공부는 사적인  영역이다. 굳이 남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11. 나의 생각을 남에게 관철시킬 수 없다. 그저 제시할 뿐이다. 만약 수용하지 못하더라도 서운해할 필요 없다. 그저 다를 뿐이었다.

12. 선과 악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선과 악은 주관적인 것이고 나 또한 부족한 점이 있을 뿐이다.

13. 엮이면 쎄 한 사람, 호의를 베풀어도 베풀어도 내가 손해 보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라고 규정지어 벌하기보단 그냥 내적 손절 치는 게 답이다.

14. 타인에게 열등감을 느낀다면 그 사람에게 직접 방법을 물어보던지 아니면 나 스스로 방법을 공부하던지 해야 한다.

15. 인정받으려고 하지 말자.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 나 스스로가 인정하면 된다.

16. 잘했고 잘했다.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하자.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배운 것뿐이다. 그뿐이다.

17.  직장은 감정에 호소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내 업무를 행해야 하는 곳이다.

18. 사람은 자기 자신을 열등하게도 만들고 고상하게도 만든다.(석가모니)

19. 수업은 학습자가 자신의 활동을 수행하거나 제작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형태로

       생활지도는 교사로서 카리스마 있게 대하고 문제가 발생하거나 의견을 물어야 할 때는 대화형식으로

       조종례는 간결하고 필요한 사항만 그리고 긍정적으로 힘을 북돋는 정도로 간단하게 한다.

20. 어떤 순간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21. 유종의 미도 '미'다. 1월까지 페이스 조절해야 한다. 종업식날까지 페이스 조절하고 멋지게 마무리해야 한다.

22. 각자의 어려움이 있고 힘든 인생이 있다. 타인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의지하지도 말아야 한다. (감정적이면 안된다.)

23. 홀로 서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타인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24. 피해를 끼쳤다면 죄송합니다. 혹은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잘 지내려고 하자.

25. 모든 것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수업에도 업무에도 학부모 상담에도 생활지도에도 개학식에도.. 그리고 종업식에도.

26. 사랑한다면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과 자세에서도 나와야 한다.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27. 절대 학교랑 싸우지 말자. 학교는 나를 보호해 줬다..... 3년 차 이후 나는 정말 많이 성장했다.

28. SNS 간결하게 학생들, 학부모님, 선생님들 다 본다~~!!

29. 화가 난다면 한 템포 멈추고 그 일에 대해 정중히 물어보는 것으로 내 화를 풀자.

30. 나는 험담, 이간질하는 거 싫다. 어렵고 못한다. 오로지 솔직한 나 자신이 되고 싶다.

31. 다른 선생님들과 시간 맞추어 함께 움직이기 ^^

32.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하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자.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면 당사자에게 가서 정정하기도 하자.

33. 동년배라고 해서 친구가 아니다. 동료 교사 일적으로 만난 것이다. 나는 처음에 친구인 줄 알고 연락하고 그랬다.

34. 교사라는 직업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직업이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가야 한다.


글을 적어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되었는데

악착같이 살았던 내 모습이 보였다.

"나 왜 이렇게 악착같이 살았지."그땐 왜 그랬지 싶었다.

좋은 교사가 되려고 노력했고

남들에게 인정도 받고 싶었고

열등감도 있었고 욕심도 있었다.

 어린 교사가 깨지고 깨졌었다.


21 시수, 23 시수..

나는 다 잘하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것들이 생각이 난다.

다 부질없었음을

그것들이 어린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이곳에서 인정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나 스스로 자신을 인정해 가며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상처받은 것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상처 준 것들이 생각이 난다.


하루는 엄청 미웠다가

하루는 엄청 그리웠다가

또 하루는 엄청 싫었다가

하루는 엄청 보고 싶기도 한 이상한 나의 3년 차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과거를 거슬러서 올라가서 고치려고 하면 안 된다는것도 깨달았었다.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냥 앞으로 가는 것이 맞다.


3년 차. 나는 내가 온 길만큼은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다.

나는 꿋꿋이 오늘 하루 일을 수행할 것이다.

남들이 뒤에서 내 욕을 하든, 나를 피하던,

나는 강한 교사가 되고 싶었다.


3년 차 때 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복도에 있던 모든 선생님들이 다 나를 노려본 것이 기억이 남는다.

모두가 다 나를 노려봤다.

그 눈들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나도 내 학급을 혼내고 나면 나도 기분이 안 좋다.

그 눈들이 가끔은 나를 멈추게 만든다.


나는 나를 노려본 선생님들에게 분노했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믿지 않았다.

3년 차 부족했겠지,

나도 잘하고 싶어서 왔다.

나 못하고 싶어서 이사까지 해서 비싼 월세를 내며 지내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연애를 하면서 "이거 잘 모르겠어요~~~" 이러고 싶지도 않다.

나는 나 스스로 딛고 일어나고 싶었다.

나 열심히 했다. 그냥 좀 부족했을 뿐이다.


악착같이 살았다.

불안해서 더 악착같이 산거 같다.

그다음이 없을 것 같아서,

그다음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런데 이렇게 4년 차가 되었고

나에게 없던 내일이 생겼다.

원래 나에게는 내일이 없었는데

내일이 생겼다.


나는 오로지 오늘 하루를 꿋꿋이 산다.

나는 나를 누군가에게 의탁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의지로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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