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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 미 Sep 07. 2020

편지

부칠 수 없는, 쓰지도 못한 편지


몇 개월 전, 아쉬운 마음을 담은 글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때의 마음이 여전하다는 사실에 슬퍼졌다.


너에게 편지를 쓸 거란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멀리 떨어져 살지만 자주 만났고 만날 때마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웃으며 떠들곤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에서 켜켜이 쌓여진 허기지고 불편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끔 한 번씩 관계를 괴롭게 만든다. 아니라 생각해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라 여겨도 결국 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 허탈하다. 이해한다는 말로도 전혀 가닿지 않는 그 마음속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편지를 띄우려 했지만 아무 말도 적을 수가 없다.
빈 종이를 한참 쳐다본다. 언제고 적을 말이 있는 날이 있겠지. 그건 아마도 허탈했던 감정도, 어쩔 수 없다 여겼던 순간들 마저도 그리워지는 다른 날이 될 거 같다. 그리워서 만나고 만나고 싶어서 그리워하지만 어쩌면 만나지 못해 그리운 마음이 되어서야 널 이해할지도 모르겠다. 너도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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