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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carus Dec 10. 2021

노르웨이 학생들이 경제적 독립을 빨리할 수 있는 이유

노르웨이, 늦깎이 임산부 대학생의 기록

노르웨이에서는 20대 초반에 많이들 독립을 한다.

부모와 같은 도시에 살 지언정,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 후 집을 나가 사는 게 당연 시 되는 문화.


우리나라같으면 정 없다고 하겠지만…. 20대 넘어서도 부모 집에 얹혀 산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월세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 살면서 부모와 자식간의 경제적 거래가 꽤나 분명하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고등학교 졸업 하자마자 취직을 한다면, 경제적 독립이 가능 하겠지만… 그럼 대학생들은요..?


일단 통계부터 살펴보자.


© 노르웨이 통계청, SSN

2016년 기준 85%의 노르웨이 대학생들이 부모와 독립해서 산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비해, 노르딕 국가들(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의 학생들의 독립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돈없는 학생들이 어떻게 독립 하냐고? 노르웨이 학생들에게는 Lånekassen (학자금대출)이 있거든.


우리나라도, 미국도 OECD 선진국들이라면 학생들의 등록금을 위한 학자금 대출이 워낙 익숙한 개념일텐데, 노르웨이가 다른점이 있다면


노르웨이 대학교는 일단 학비가 공짜다! (몇몇 사립대학 제외). 그리고 학비가 공짜인데도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학비 지출이 없어도 학자금 대출을 내주는 이유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비 대출을 해 주기 때문. 가족의 경제적 지원 없이도 스스로 독립할 수 있도록.


주거 형태나 소득상황, 나이 등에 따라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는 다르지만 베이스는 1,600만원정도에서 시작한다. 나같은 경우는 30살이 넘었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가능하여 연2,800만원정도 대출이 된다 (코로나 이후로 대출 한도가 증액됨).


학교 다니는 내내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는 0%. 학교 졸업하고 7개월 이후부터 이자가 붙기 시작하는데 이자는 2021기준으로는 1.31%이고, 최대 20년동안 상환 가능하다 (이자가 싸고 만기가 길어서 다들 학자금 대출은 대부분 두고두고 묵혀두면서 천천히 갚는다).


낮은 금리와 20년이나 되는 만기일자를 차치하더라도, 학자금 대출이 개이득인 이유는 바로바로, 장학제도!


수업을 들으면서 F 안나오면, 자동으로 대출금의 40% 장학금으로 전환된다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장학전환을 해준다. 주거 독립을 매우 격려하는 시스템).


나같은 경우는 5학기를 다니는 동안 약 5,200만원의 대출을 받았고, 이 중에 2,000만원 가량이 장학금으로 전환돼서 약 3,200만원만 갚으면 된다. 장학금 전환 혜택덕에 학교 등록하고 공부만 꾸준히 해도 돈을 버는(!) 효과가 생긴다. 그리고 남은 대출금은 20년동안 저금리로 천천히 갚으면 된다*


*외국인 학생비자로 공부하는 친구들은 아쉽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나의 경우는 결혼비자라 대출이 가능했다.


학업 중 수입이 없거나 적을때는 때는 생활비 보조가 되니 큰 도움이 되고, 그중의 일부는 안 갚아도 되고, 남은돈은 천천히 조금씩 갚으면 되니 - 안받으면 손해다.


이번에 임신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학업 도중에 출산을 하게되면, 그나마 빚으로 있던 대출분도 전액 감면 해준다고 하니, 어마무시한 복지혜택이 아닐 수 없다 (나의 경우에는 배우자 소득때문에 감면대상자에서는 제외된다. 아쉽. 배우자 소득이 적었다면, 공부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출산을 한다는 이유로! 5,200만원 감면 받을 수 있었다니 놀라운 혜택이다).


물론 노르웨이의 살인적인 물가를 고려하면, 1,600만원의 학자금 대출로는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매우 어렵긴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공부와 파트타임 알바를 병행 한다. 노르웨이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노르웨이 대학생들의 40%가 주당 12시간정도 일바를 한다고.


© 노르웨이 통계청, SSN

물가가 살인적인 만큼, 시간당 임금도 높기때문에 (대략 2만-2.5만원 가량) 학자금 대출 + 파트타임 알바로 충분히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다.


이렇게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자립도가 높기 때문에, 진로나 커리어 등 전반적인 삶에 있어서 부모님이 자식들 삶에 이래라 왈가왈부 하는 경우도 매우 적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가족간의 뒤엉킨 애증의 관계는 경제문제와도 밀접히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는 자녀들의 교육비로 엄청난 금액을 지출하고, 자녀세대는  높은 학비와 생활비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부모세대 입장에서는 투자한 금액에 대해 기대치가 생기고 (인간이므로 당연지사), 이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로 이어진다.


자녀 교육비로 큰 지출을 감당하는 부모세대는 노후 대비가 어려워져, 자녀들은 장성한 이후에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거나 부모의 노후를 부양해야하는 의무를 떠안게 된다.


문화적&경제적 구조에서 기인하는 부모 자식의 애증관계. 서로 경제적으로 기대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노르웨이에서는 교육/노후를 시스템이 대신 떠안아 주기때문에 가족관계가 특히, 경제부분에 있어서 매우 산뜻해진다. 서로 짐 지우지 않고도 각자 알아서 잘 먹고 잘 살수 있도록.


북유럽의 세금은 정말로 악명높긴 하지만, 그렇게 빡시게 세금을 떼어가되,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루고루 나눠주기 때문에 북유럽의 복지혜택에 다들 만족도가 높은 게 아닐까.


나는 얼결에 혜택을 받고있지만, 나도 당당히 일하고 세금내면서 이 시스템에 편입되고싶다. (막상 세금 내기시작하면 세금이 너무 악독하다며 기함할지도 모르지만..)


교육 뿐만아니라 출산혜택, 의료혜택, 실업급여, 연금혜택 등 내가 낸 세금을 통해 내가 다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 과정 전부가 상당히 투명하게 관리 되기때문에 버는돈의 반절가까이를 떼이더라도, 다들 그냥 그려려니 하나보다.


북유럽의 복지 시스템, 특히 교육분야의 복지는 정말 눈여겨 볼만 한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청년대책이랍시고 겉핥기 식으로 일시적, 시혜적으로 단기적 정책을 세울 게 아니라, 청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립 할 수 있도록 방향을 터줘야 하지 않을까.


장기적 청년 대책 세우기 전에 일단은 먼저 코로나로 비대면수업 하면서 등록금은 내릴생각도 안하는 뻔뻔한 대학들부터 어떻게좀 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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