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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쉬운, 매실청 담그기

by 소미소리

매년 친정어머니가 해 주신 매실청이 넉넉했으니 따로 매실청을 담글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올해에는 처음으로 매실청을 직접 담가봤다. 친정에서 커다란 유리병째로 주신 매실청을 거의 다 먹어가니 그 유리병에 매실청을 담갔다. 청매실 5킬로를 미리 주문해 두었다가 오늘 배송을 받았고 유기농설탕 5킬로짜리 한 봉지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마스코바도 설탕을 쓸까 한참을 고민했었는데, 마스코바도를 쓰면 매실과 설탕의 비율이 동량이 아니라, 1:1.2가 되어야 한다고도 하고, 마스코바도를 잘못 사용하면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도 하고, 향이 짙어서 호불호가 갈린다고도 하니 그냥 유기농설탕을 사용했다. 마스코바도로 만든 매실청은 색도 아주 짙고, 사실 내 입에는 맞았는데, 백성탕으로 만든 매실청을 주로 먹던 아이들이 갑자기 짙은 색의 매실청을 대하면 싫어할까 싶어서 안전한 선택을 했다.


오후에 배송 온 매실청을 작은 아이가 반갑게 들고 들어왔다. 내일 오전에 매실을 씻고 하루 종일 말려가며 천천히 할까 하다가 매실의 꼭지를 하나둘 따다 보니 재미있어서 아예 손을 걷어붙였다. 매실청을 담글 때 매실 꼭지를 제거하지 않고 사용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매실 알갱이를 먹을 때 꼭지가 거슬리기도 하고, 매실청이 숙성되고 나면 매실 꼭지가 따로 돌아다니니, 매실액을 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실을 씻으면서 매실 꼭지를 분리했다. 깨끗이 씻은 매실은 커다란 다라이에 키친타월을 깔고 몇 시간 말렸다. 큰 유리병이 있지만, 부족할 듯싶어서 다O소에 가서 유리병을 더 사가지고 왔다. 커다란 유리병을 사고 싶었는데 가장 큰 게 고작해야 2리터 들이라 2개를 샀다. 깨끗이 씻은 유리병이 빨리 마르지 않아서 키친타월로 닦았더니 미세한 먼지가 들러붙기에 다시 씻어서 물기를 빼고 전자레인지에 몇 분 돌려서 물기를 말렸다.



준비가 다 되었으니 매실과 설탕을 병에 넣었다. 유리병에 설탕을 깔고 매실과 설탕을 켜켜이 쌓은 다음, 맨 위에 설탕을 넉넉히 부어주면 완성이다. 매실을 병에 넣을 때, 꼭지가 붙어 있는 녀석은 꼭지를 꼼꼼히 제거하고 넣었다. 생각보다 매실청 담그기가 쉬웠다. 매실청을 항상 얻어서 먹다 보니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는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었는데, 막상 담그고 보니 어려울 게 하나도 없다. 못생긴 매실 서너 개는 따로 빼두었다가 씨를 빼고 잘게 잘라서 꿀에 재워 뒀다. 작은 유리통에 가득 되었는데, 이건 몇 시간만 숙성한 뒤에 시원한 탄산수에 타 먹어도 맛이 좋다.


매실청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최소한 100일은 지나야 설탕과 매실이 어우러져서 먹을 수 있다. 1년이 지나고(혹여 작년 매실청이 그전에 떨어지면 먼저 개시하겠지만) 매실이 설탕과 충분히 섞여서 맛과 향이 깊어지면 매실청은 음료로, 양념으로 사용하고, 꼼꼼히 손질해서 넣은 매실 과육은 간식으로 먹을 수 있다. 매실청을 담가서 집 안쪽에 모셔두니 뭔가 큰일을 하나 해치운 것 같아서 뿌듯하다. 베란다보다 실내가 더 시원하기도 하거니와, 며칠간은 뚜껑을 살짝 열어 두고 발효되어 끓어 넘치지 않는지 보아야 하니, 게다가 지나다니면서 유리병에 가득 찬 매실청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으니 당분간은 실내에 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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