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볶음을 한 지 15년은 넘은 것 같다. 처음 멸치를 볶을 때에는 이 잘은 멸치를 하나하나 씻어서 사용해야 하는지 전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막상 볶고 나면 어려운 일은 아닌데, 시작하기 전에는 이래저래 고민스럽고 생각할 것도 많았던 반찬이 멸치볶음이다. 멸치가 깨끗하고 이물질이 없으면 전처리 과정 없이 그냥 볶아도 무방하다. 잔가루가 많으면 채반에 받쳐서 떨어내고 볶아도 좋지만 씻을 필요까지는 없고, 그냥 볶아도 맛이 없거나 문제가 있었던 적은 없다.
보통은 멸치를 200~300그램 정도 볶는데, 이번에는 400그램이 넘는 양을 한 번에 볶았다. 견과류가 있으면 아무거나 넣는데, 볶음땅콩이 있어서 그것까지 넣으니 팬에 가득 차서 조심스럽게 볶았다. 팬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멸치부터 볶으면 된다. 팬을 예열하지 않고 바로 볶아도 상관없다. 멸치가 뜨근해질 때까지 볶다가 설탕과 꿀(올리고당이나 조청도 좋다)을 반반 섞어서 넣고, 통깨와 견과류까지 넣은 뒤에 기름을 넣어 한 번 더 볶으면 완성이다. 기름을 넣으면 지지지직 멸치가 볶아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이때에는 불이 너무 세면 멸치가 쉽게 타니 불조절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불을 너무 약하게 하면 하염없이 볶아야 하니 센불로 하다가 금방 약불로 낮추는 것이 좋다. 불조절이 귀찮으면 중불이나 중약불에서 들들들들 볶으면 된다. 이번에는 멸치가 많아서 불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색을 냈다. 멸치가 노릇하게 볶아지면 팬째로 한 김 식혔다가 적당한 통에 옮겨 담으면 된다.
멸치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을 해도 좋고, 식사 초대를 받을 때 들고 가기도 좋은 반찬이다. 냉장고에 잔뜩 볶은 멸치를 넣어두면 한동안 밑찬반으로도 든든하다. 견과류를 넣기 싫은 날은, 고추나 마늘을 잘라서 넣어도 좋다. 이번에도 고추를 넣을까 하다가 양이 많으니 오래 먹을 것 같아서, 생채소보다는 견과류를 선택했다. 일상에서 그런 것처럼 요리를 하면서도 크고 작은 선택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런 선택에 따라 음식의 맛이 좌우된다. 그렇다고 뭔가 뚜렷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땅콩 대신 청양고추를 넣었다거나, 편마늘 대신 호두를 넣었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그냥 때에 따라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즐겁게 먹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