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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Aug 17. 2023

나도, 나도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

너무 늦어버린 답신


' 엄마는... 모르는 것 같아요... '


마지막 문장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누가 읽어주기라도 한 것처럼, 누군가 내게 직접 했던 말처럼. 처음부터 이 문장은 누군가의 목소리로 읽혔다.


모처럼 가족여행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우연히 내 유튜브 채널을 열었는데 영상 아래 장문의 댓글이 남겨져 있었다. 깜짝 놀라 댓글이 남겨진 날짜를 확인하니 벌써 오래전이다.


"저기~ 구름 좀 ."

" ... ... . "

" ... ... . "


"어휴~ 차들 . 연휴엔 차가 적당히 밀려줘야 기분이 나지! 그치? 응? "


" ... ... . "



운전석에서 밀려오는 들뜬 목소리보다 더 크게 귓가를 울렸다.


' 엄마는... 모르는 것 같아요... '


"미안한데, 나 10분만." 마지막 문장이 끝나자마자 나는 조수석에 앉은 채로 SONY를 뒤집어쓰고 부랴부랴 답글을 적기 시작했다.  ( 내게 sony 헤드폰은 일종의 비상깜빡이다. 잠깐! 입력신호 일단멈춤. 언젠가 이 고요하고 몹쓸 sony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


밀려오는 마음을 꾹꾹 눌러담아 부랴부랴 답신을 남겼다.

그리고는 휴가지에 도착해서 한 번 더, 물놀이를 하다가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남편이 낮잠자기를 기다렸다가 그때는 여러 번 답장을 고쳐썼다.


마지막으로 고쳐쓰기 전에는 댓글을 여러번 다시 읽었다. 그마음을 떠올려보려고 애썼는데 줄임표로 끝난 짧은 문장들만으로는 댓글을 남긴 그 사람의 마음을 다 알 수가 없었다. 말이건 글이건 감정은 그 시간과 장소를 지나면 다르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거기엔 그때의 그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만 무겁게 남는다.

   

휴일엔 늘 신생아같이 잠만 자는 남편은 그날도 어김없이 노을이 질때까지 코를 골며 잤다. 덕분에 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 중언부언 답장이 길어졌다. 생각을 풀어쓰느라 이런저런 사례와 자료를 덧불일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러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한 말로 답신을 줄이고 더는 고쳐 쓰지 않기로 했다.







y님 모습이 떠올라 잠시 가만히 그 마음을 느껴보았습니다. 힘든 마음은 함께 나누면 한결 나아진답니다 :) 마음과 마음이 닿아 깊이 접촉할 때 치유가 일어난다는 오랜 심리학 이론도 있고요. 이렇게 잠시나마 우리 마음이 닿았으면 합니다.


엄마는 미처 알지도 못하는 그 마음 때문에 몹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글을 읽는 내내 온 힘을 다해 애쓰는 엄마와 지친 딸의 모습이 함께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에게 인정을 얻으려 이리저리 애쓰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는 어머니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과정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가족들에게도 말할 수없이 힘든 시간이겠지요.


지금 y님이 바라보는 어머니는 스스로 자신을 믿어줄 만한 힘이 많이 약해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y님의 말씀처럼 오래 전 직장 동료에게 인정받았던 기억으로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으로부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받는 경험은 또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데 아주 중요한 양분이 됩니다. 이런 경험에 서투른 사람은 대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남기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누군가는 가족을 떠올리면서 ‘애증’으로, 혹은 ‘피할 수 없는 덫’으로 힘든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여전한 사실은 가족이 서로에게 ‘부인하기 어려운’ 중요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엄마와의 관계 속에 놓여있는 y님 모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어머니를 대하면서 불편한 마음이 들 때 얼른 y님의 마음으로 시선을 돌려보세요.


서로의 마음이 닿아 치유가 일어나듯, 내가 내 마음과 깊이 만날 때 회복이 시작됩니다.

y님과 깊이 만나는 오후 되길, 그리고 y님과 함께하는 모두에게 평온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 혜진코치 드림-





그 뒤로 벌써 한 달쯤 지났다. 뒤늦은 답장에 실망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이 글의 수신자는 아마도 다시는 여길 들르지 않을 모양이다.


어쩌면 다행이다.


원래는 지루하도록 길었던 이 편지의 원문과 여기 인용한 사례와 자료는 다시 브런치에 정리해 둘 생각이다. 이번엔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더 쓸모있는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여기 함께하는 모두의 평온한 오후를 기도하며. To be continued...


https://www.youtube.com/watch?v=ed6dNo9F59g  


 https://litt.ly/sweetjin  윤혜진 코치의 전자명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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