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가정과 헤어지기
학대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사례 가정에게 절대 할 수 없는 말, “우리 또 만나요”.
며칠 전 한 사례를 종결했다. 언론에서도 크게 주목하면서 시끄러웠던 사례였다. 그 사례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마침내 1년이 넘어서야 종결을 하게 됐다.
사례 종결에 대해 말을 하니 대상자는 시원섭섭하다는 눈치였다. 그렇게 우리와 지지고 볶고 했으니 그럴 수밖에. 나도 서운한 감정이 앞섰다. 여러 의미가 많은 사례였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우리 다시 만나요”나 “언제든 연락하세요” 혹은 “또 오세요”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우리와 헤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한때,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고 싶다 생각했다. 나의 존재가 그들에게 반갑고 즐거운 의미를 주지 못함에 서러웠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나에게는 꽤 씁쓸함을 자아내는 문제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 생각이 그때만큼 강하게 들지는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곱씹어보게 되는 순간은 온다. 이번 종결 사례처럼 말이다.
사례 대상자와 나는 서로의 시원섭섭함을 빙빙 돌려가며 나누었다. 대상자는 내게 감사를, 나는 대상자에게 지지와 격려를. 그렇지만 그 누구도 먼저 “우리 또 만나요”라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마음을 다른 표현에 담아 전달하기로 했다.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도록 해요. 앞으로 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