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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네 Jul 08. 2022

유럽여행 중 코로나에 걸린 이야기

여행은 역시 달콤쌉싸름

프라하에서 코로나 판정을 받았다. 드레스덴에서부터 감기 증상이 있었던 게 알고보니 코로나였다. 생각해보면 모든 증상을 다 훑고 지나갔다. 발열, 오한, 기침, 가래, 코막힘, 목부음. 한국에서 코로나 한 번 걸리지 않았던 내가 유럽에서 걸리다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살면서 이런 절망을 마지막으로 느껴본 게 언제였을까. 가장 먼저 생각난건 직장이었다. 10일 뒤에나야 돌아갈 수 있다니, 그 동안 직장은 어떻게 하지. 괜히 유럽을 갔다고 날 비난하진 않을까. 나는 길에서 눈물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정책이 어디있나 싶기도 했다.

프라하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지..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있을 때 사람은 더 단단해진다. 배우자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나를 위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제대로 회복하고 오자고. 한국이었다면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데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이다. 배우자가 없었다면 얼마나 무섭고 막막했을까. 덕분에 나는 현실을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다.

팍팍한 내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계속 아름답기만 한 프라하


감사하게도 직장에서는 내 상황을 기꺼이 이해하고 걱정해 주었다. 오히려 이런 기회 없으니 더 즐기고 오라는 말도 함께.

7년 만에 유럽을 다시 오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있었는데, 코로나 확진까지 더해지면서 생각이 더 깊어진다. 그중 하나는, 내가 보내고 있었던 일상들이 감사한 선물이었다는 것. 팍팍한 삶이라고 답답하게만 여겼던 시간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오죽하면 한국에 빨리 돌아가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까. 출퇴근 걸어다니는 골목길, 오토바이로 시끄러운 동네까지 그리워하게 된다.  

여행은 달콤한 순간만 있지 않다는 것을 7년 만에 다시 기억해냈다. 낯선 사회를 다니는 설렘은 분명 있지만, 그만큼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여행이다. 그리고 그 난관을 극복하면서 성장한다. 장애물을 마주한 순간에는 머리가 새하얘진다. 막막하고 좌절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흘러 한 발자국 멀리서 보게 된다면, 그 안에서 감사함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20일 넘게 유럽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


지금 우리는 계획에 없던 오스트리아에 있다. 하얗고 우아한 도시를 보니 절로 치유가 되는 것 같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서 진짜 보석이 있음을 깨달으며, 알프스의 정경을 보러 기차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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