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 첫 입성기
7년 만에 혼자 여행을 떠나왔다. 대학생 때 홀로 유럽을 돈 이후 두 번째 나홀로 여행이다. 배우자와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가장 멀리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 되었다. 그동안 배우자와 일상을 보내는 데 익숙해진 나는, 과연 이번 여행을 잘 보내다 올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캐나다 여행 2일 차. 1일 차 밴쿠버를 지나 몬트리올에 와 있다. 현지 시각 새벽 3시 30분. 몬트리올행 비행기 안에서 네 시간을 통으로 잤더니 도통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몬트리올 입성 첫 날을 자축하며 와인도 마셔보았지만 이내 새벽에 눈이 떠졌다. 잠이 안 올 때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는, 잠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새벽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7년 전과 지금. 그땐 그랬지, 하며 과거와 현재 혼자 여행하는 내 모습을 비교해 본다. 23살의 나는 환희와 우울을 왔다 갔다 했다. 스위스 라우터브루넨의 절경을 보며 전율을 느끼다가도, 베를린 도심에서는 누군가 내게 다가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혼자 술에 취했다. 먹기도 참 많이 먹었다. 기차를 탈 때면 프링글스 한 통을 다 비웠다(우리나라 프링글스보다 1.3배는 더 큰 사이즈다). 온갖 과자와 빵을 사서 까먹는 것이 기차 여행의 묘미였다. 두 명이서 배불리 먹을 양의 학센을 혼자 맥주와 함께 비웠고, 피자 한 판은 기본이었다. 외로움이 식욕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혼자 여행은 재미보다는 다른 의미가 있다.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깔깔 웃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재미’적인 측면에 더 가깝다. 천천히 여행지를 음미하는 것, 새로운 사람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 즉흥적으로 다음 행선지를 바꾸는 것. 여행지에서 혼자일 때만 얻을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이다. 매 순간 ‘재미’ 있지는 않지만 순간순간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점에서 혼자 하는 여행은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이틀 간은 캐나다 여행의 기가 살짝 꺾인 느낌이랄까. 매우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순간이 아직 없었다. 혼자여서일 수도 있고, 도시 자체가 내게 주는 영감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낯선 여행지에 혼자 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즐기도록 하자고. 너무 발 바쁘게 걷기보다는 길거리를 차분히 밟아본다. 목적지 없이도 그냥 정처 없이 걸어본다. 그리고, 7년 전과 지금의 내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즐거이 받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