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척추 역할을 해야 할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의 시간도 3년을 꽉 채워 보냈다. 사례로 힘들었던 시간도, 동료들과의 관계로 고민했던 시간도 이제는 저만치 추억이 되었다. 지나왔던 시간을 후배들에게 간식거리로 들려주는 그런 시기가 되었다.
2022년 한 해는 내가 느끼기에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사례를 능숙하게 다루고, 사업을 하나씩 해치우고, 팀장님들을 지원하며 후배들을 챙기는. 그러면서 내 안에 있던 고민에 대한 해답도 조금씩 정리가 되는. 그렇기에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는 일 년이었다.
일반 회사에서의 3년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의 3년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평균 근속 연수 3.3년. 그런 곳에서 3년을 꽉 채웠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해 주기 충분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오게 된 사연은 복잡했지만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내게 적합한 곳이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한 곳이었다. 내겐 오래도록 큰 의미가 될 곳이다.
그리고 이제는 척추의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내 열심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언제나 인정에 목말라 있던 내가 대서양 한가운데를 헤엄치는 느낌이다. 나를 좋게 봐주는 주변 동료와 리더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미 1년 전에 종결했던 아이가 최근 찾아온 적이 있었다. 지속적인 심리치료와 사례관리 개입을 힘썼지만, 내 의지대로 따라와 주지 않아 속상했던 기억이 있는 사례이다. 그랬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며, 고등학교에 가서는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찾아온 것이다. 내가 쏟았던 노력과 마음들이 황무지 같았던 그 아이 마음에 녹아들어 싹을 틔웠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결국 이런 것에 있는 것 같다. 성과도, 보람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상자의 말 한마디, 작은 변화 하나로 우리는 다시 힘을 얻는다.
올해는 사례뿐만 아니라 다소 많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모두 처음 하는 업무들이라 마음은 분주하지만, 그 분주함이 나의 태도가 되지 않기를. 항상 주변을 살피고 동기 부여를 위해 힘쓰는 동료가 되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