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이 상식으로 통용되는 사회
1. 결혼은 필수, 자녀도 필수
남자 목사는 결혼이 필수다. 목사 안수는 받을 수 있지만 교구 목회를 하려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목사는 교회에서 뽑아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결혼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자녀도 필수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셋, 넷씩 낳으면 성도들이 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주님의 사명을 감당하라며, 사(4)명을 낳으라는 농담이 여전히 통하는 곳이 교회다. 결혼도 하고 자녀도 있어야 성숙한 목회자가 되는 것이고, 그때야 비로소 성도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2. 와이프 관리도 들어가야
'와이프 관리 좀 잘 해'라는 말을 두 번이나 들었다. 그것도 모두 다 교회에서. 남자 목사에게 '와이프 관리'란 무엇일까?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 내가 저런 말을 들은 입장에서 추측해보건데, 십일조는 필수, 매주 남편이 다니는 교회 출석, 성도들과 웃으며 교류, 다른 남자 목사 아내들과도 잘 지내기 등등. 이런 것들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아내가 반대하더라도 자신의 목회를 위해서라면 성도들과 잘 지내라고 아내를 떠미는 것도 필요하다.
3. 아내 사랑은 적당히 혹은 조금만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아내로 둔다고 말했다가, "아내가 우상인 건 아니고?"라는 말을 들었다. 이건 교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분위기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은 헌신적이고 때로는 유난이라는 말을 듣는다. 아내를 배려하고 위하는 것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는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자녀다, 라고 말을 했다면 "아이가 우상인 건 아니고?"라는 말을 들었을까? 교회에서 배우자(아내)라는 존재는 없으면 안 되지만, 절대 사랑하거나 위하는 모습을 드러내면 안 된다.
이런 교회 사회를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 동안 나와 배우자는 교회에서 잘 적응하고 맞춰나가려 노력해왔다. 결혼 초반에는 나도 이해가 안 가는 게 많고 화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배우자를 위해 맞춰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과는 별개로, 이미 기성 교회사회의 눈에는 우리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후련하다. 이제는 확실해졌다. 정말 나는 교회 사회와 맞지 않았다. 억지로 맞춰나가려고 했지만 분명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었다.
이제는 자유다.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한 명의 성도로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교회에서, 내가 원하는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