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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Sep 15. 2015

대학을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억셉티드와 세 얼간이

많은 나라에서 아니 적어도 한국에서는 대학은 더 이상 진리의 상아탑도 아니고 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공간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이유는 '취업'등과 같은 사회적인 요구 때문일 것입니다. 독일, 미국 심지어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도 대학 진학률은 50%를 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어서 9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1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대학교를 졸업(또는 재학 중)한 20대 7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중 4년제 대학교 입학을 후회해본 적 있다는 응답이 무려 74.8%나 나타났다. 후회한 적 없다는 25.2%에 그쳤다.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는 "4년 동안 공부했지만,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해서"가 46.7%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취업이 어려워서'(28.8%), △'기타'(15.0%), △'등록금 때문에'(9.4%) 순으로  집계된 것. 기타 의견으로는 '생각했던 대학생활과 다르다'라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대학 진학을  후회해본 경험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74%의 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큰 원인으로 뽑고 있습니다.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필수 자격증이 대학 졸업장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취업을 위해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 중 72%는 실제 대학에 입학해서도 전공 선택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라는 응답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적성과 맞지 않거나 취업률에 대한 원인이 가장 컸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적성과 맞지 않은 학과에 취업을 위해 등록합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합니다. 취업만을 가정하고 사회적으로 낙오되지 않으려 대학에 진학하나 대학을 진학한다고 하더라도 처음 목표처럼 취업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합니다. 뒤늦게 자아실현을 하려고 해도 결국 현실이 발목을 잡습니다. 결국 우리는 대학에 다니는 이유도 대학생활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 지도 모른채 방황하게 됩니다.




억셉티드(2006)에서 주인공인 바틀비 게인스(저스틴 롱)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부모님의 실망과 주변 시선 때문에 그는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가짜 대학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가짜로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가짜 대학에 지원하게 되고 결국 바틀비와 친구들은 실제로 대학을 운영하게 됩니다. 


우리는 애들이 대학에 가게 만들도록 이런 저런 말들을 늘어 놓습니다.
더 나은 인생을 보장하며 말입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짓은 새로운 시대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만들 뿐입니다.
장사꾼들 말입니다.
결국은 주저함과 빚의 노예가 될 뿐입니다.

제대로 된 교수가 한 명도 없는 바틀비의 대학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바틀비는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에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그는 학점을 따기 위해 맹목적으로 책속의 지식을 암기하며 채워 넣는 학생들과 원하는 수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없는 현실들을 보게 됩니다. 바틀비는 가짜 대학으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묻게 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화이트보드에 자신들이 배우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기 시작합니다. 명상과 목각수업, 스케이트 보드 타기 등 취업이나 그 어떤 사회적 요구와도 상관이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들을 적고 그것들을 실행에 옮깁니다.


결국 바틀리의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교육위원회로부터 대학의 존폐에 대한 심의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바틀리의 멋진 연설이 시작됩니다. 바틀리는 "정말로 배우는 데는 선생이나 교실이나 화려한 전통이나 돈도 필요 없다. 필요한 건 오로지 자신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뿐이다."라고 외칩니다.




여기 또 다른 영화가 있습니다. 세 얼간이(2009)에서 주인공인 란초(아미르 칸)는 입학부터 남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입식 교육을 하는 교수의 질문에 당돌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잘못된 전통을 후배들에게 보이는 선배를 골탕 먹입니다. 그는 마치 현실과 사회의 관습과 같은 것들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이 살아갑니다. 란초의 이런 모습에 이끌려 친구가 된 라주와 파르한은 란초와는 전혀 다른 일반적인 대학생입니다. 부모님의 기대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길을 버리고, 가난 때문에 눈물지어야 하는 우리 세대의 모습을 라주와 파르한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란초는 그런 두 친구에게 말합니다.


알 이즈 웰 (All is well)


우리나라에서도 명문 공대에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 얼간이에서도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하는 친구,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눈물짓는 친구들의 모습들이 있습니다. 이토록 현실적인 영화에서 란초라는 인물이 비현실적인 히어로물의 영웅처럼 느껴지는 것은 현실에서 꿈을 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반증합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끝까지 '알 이즈 웰'이라 말합니다. 정말 자신의 꿈을 쫓는다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말합니다. 




두 영화에서 처럼 지금 당장 우리가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학과 철학과 같은 학과에 진학하고 싶어도 현실에서 취업에 대한 걱정을 버리고 그러한 선택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세상을 바꾸기는 쉽지 않으며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억셉티드의 바틀리의 말과 같이 정말 자신을 개선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면 '대학'이라는 공간 안팎에서 '대학생'이라는 자격을 가지고 많은 경험들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서 대학을 가는 현실 자체에 개인이 맞서 싸우는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대학생이라서 지원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과 '대학생'이라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기회들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를 찾아보는건 어떨까요? 인생의 모든 것을 '꿈'을 쫓는데  올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할 수는 있습니다. 정말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저의 대학생활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같은 가치관을 지닌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바틀리와 라주, 파르한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입니다. 성인이 되어서 미래에 대한 목표와 가치관을 정립해가면서 만난 친구들은 정말 자신을 크게 달라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의지하며 함께 걸어갈 사람들을 만나 같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학이 가진 큰 장점이 아닐까요? 수업시간 배우는 많은 전공과목들과 교양과목들 속에서도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 수업만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만난 친구들과 밤새 고민을 털어놓고 다양한 관심사를 공유하며 자신 속의 우주를 넓혀나가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와 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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