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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Sep 29. 2015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가 어려워요

타인의 취향과 어바웃 어 보이 

사회가 점점 파편화 되고 개인화되어 가고 있는 요즈음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대학 입학 후 신입생의 1년을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초, 중, 고등학교와는 달리 원하는 수업을 짧게 짧게 듣는 대학 수업에서는 많은 시간을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보내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과정이 없습니다. 대학과 사회에서는 스스로 움직이고 타인과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맺어나가지 않으면 사회적 교류 범위를 넓힐 수 없게 됩니다. 


'관계 맺음'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때로는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은 사람들과 불편한 자리에서 자기 본연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연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성격 중 하나는 '외향적'인 모습입니다. 술을 잘 마시고 유쾌하게 웃으며 좌중을 웃기거나 재밌는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그렇지 못하고 조용히 있거나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약간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소수의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대화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힘들어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고 싶지 않고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타인과의 교류를 피하게 됩니다. 직장인이 되어서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될 경우 이 고욕은 더 심해집니다. 하루 종일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 틈 속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살게 됩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아무와도 말하고 싶지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주변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간다던지 파티를 한다던지 하는 모습을 보면 또 다시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어집니다. SNS에 올라오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사회적인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가지게 됩니다. 




야네스 자우이 감독의 '타인의 취향'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각자의 섬에서 사는 사람들 같아 보입니다. 문화적, 사회적인 계급으로 나누어진 주인공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의 취향만을 상대방에게 강요합니다. 때로는 어떠한 '선입견'으로 인해 타인을 판단하고 스스로를  더욱더 섬에 가둡니다. 

주인공인 '카스텔라'는 성공한 사업가로 살고 있지만 부인에게 모든 '취향'을  통제당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인이 권유하는 것들에 '귀찮아'라고 대답하지만 실행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우연히 본 연극에서 자신의 영어선생인 '클라라'의 연기를 보고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기 전까지는 그는 아무런 취향이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반대로 부인은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습니다. 높은 미적 감각으로 성공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동생 집 인테리어까지도 모두 자신의 취향을 확고히 관철시키려 할 정도로 명확한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스텔라는 클라라와 친해지기 위해 클라라와 예술적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립니다. 그곳에서 카스텔라는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조롱을 당합니다. 예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성공한 사업가는 그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천박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카스텔라는 클라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클라라는 카스텔라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클라라 역시 카스텔라를 물질만 중요시하는 경박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그가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도, 자신의 공장에 벽화를 칠하는 것도 모두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스텔라의 말을 듣고 클라라는 카스텔라를 다시 보게 됩니다


당신에 대한 내 호의를 이용해요? 난 그림이 좋아서 샀는데 뭐가 문제지요? 내가 왜 그림을 샀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을 기쁘게 해주려고? 근사하게 보이려고? 아주 잠깐이라도 내가 그 그림이 좋아서 샀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날 그런 사람으로 보나요? 난 그 그림들이 좋아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당신 때문에 산 게 아니에요. 날 좋아할 수 없다고 진작 말했잖아요.”

카스텔라를 통해 클라라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녀는 편견을 벗어내고서야 타인과 진정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카스텔라의 부인도 카스텔라의 '취향'에 대한 주장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동생을 찾아가 네가 원하는 대로 한 인테리어가 참 좋다고 말합니다. 그녀 또한 자신의 취향 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취향도 인정할 수 있는 '관계 맺음'의 가장 간단한 진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 모든 게 '카스텔라'가 자신의 '취향'에 대해 확고하게  이야기하게 된 다음에 생겨난 사건들입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 저도 다른 사람을 저 자신의 '취향'이라는 안경을 끼고 바라본 적이 있었습니다. 나와는 다를 것이다라고 미리 짐작하며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였습니다. 수년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를 통해 친하게 된 그 사람들의 속마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도 관계 맺음속에서 뒤쳐지는 게 두려웠기에 사회적으로 옳아 보이는 모습들을 자기 모습으로 포장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카스텔라처럼 '귀찮지만 맞춰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타인의 취향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래도 자신의 방식대로 사회적인 교류를 하고는 있었습니다. 그게 진실한 교류든 아니든 세상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정말 타인과의 교류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어바웃 어 보이'의 주인공인 '윌 프리먼'입니다. 윌은 아버지가 남긴 크리스마스 캐럴로 인해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살아가는 30대 중후반의 남자입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섬이다'라는 신조로 타인과의 관계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가끔 필요할 때 여자와 만나고 그 여자들과의 관계를 쉽게 끊어냅니다. 그러다 미혼모들의 모임에서 여자를 만나면 욕을 먹지 않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끊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여자를 통해 '마커스'를 만나게 됩니다.


마커스는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를 힘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착한 아이입니다. 몸만 어른인 윌과는 반대로 마음이 어른인 소년입니다. 마커스는 윌과 어머니를 맺어주기 위해 윌을 계속 찾아가게 되고 윌과 친해지게 됩니다. 윌은 이러한 마커스의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고 그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 영화 속에서 윌이  사회적 교류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어가는 방법이 조금은 진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즐겁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요즈음 삼포세대란 말도 있듯 우리는 힘든 현실 속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갑니다.  그중에서 가장 간단히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입니다. 힘든 사회 속에 지친 사람들에게  나를 비롯한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섬'으로 보이고 그 섬을 건너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간다는 결심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윌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섬이기'도'하지만 아니기도 하기에 타인과 즐거움과 행복, 슬픔을  함께한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인간관계가 어려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기에 단 두 편의 영화가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사람은 이럴 것이다라는 편견을 버리고 상대방을 바라보고 귀찮음을 조금 버리고 한 발짝만 내딛는다면 좋은 사람들이 분명 주위에 가득히 생길 것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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