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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Sep 29. 2015

외모가 세상의 전부일까요?

 핸섬수트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현대 사회에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외모'일 것입니다.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에는 매일 새로운 성형외과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외모를 가꾸기 위한 많은 산업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외모를 어떻게 꾸밀 것인가'이며 네이버에서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또한 '외모지상주의'라는 웹툰입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기업 인사담당자 341명을 대상으로 ‘채용 시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75.7%가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다. 채용 시 외모가 영향을 미치는 이유로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업무라서’(46.5%,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자기관리를 잘 할 것 같아서’(35.3%), ‘회사 분위기에 활력을 줄 것 같아서’(25.6%), ‘외모가 큰 경쟁력이 되어서’(19.8%), ‘성격이 좋을 것 같아서’(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의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외모는 단순히 연애와 인간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취업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만 해도 '용모단정'이라는 용어를 통해 외모가 좋은 사람을 우대하는 현실 속에서 외모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나부사 츠토무'감독의 '핸섬수트'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오키 타쿠로'는 모태솔로인 '못생긴'남자로 어머니가 물려주신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쿠로는 못생긴 외모로 인해 연애를 해보지 못했으나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쿠로는 못생긴 외모로 인해 자신은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도중 '히로코'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타쿠로가 일하는 식당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찾아옵니다. 타쿠로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녀를 거절하지만 자신의 재채기에 찌푸리거나 싫어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녀를 채용하게 됩니다. 

타쿠로는 곧 그녀를 좋아하게 되고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냉정히 거절당합니다. 타쿠로는 자신의 못난 외모로 인해 그녀에게  거절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외모에 대해 좌절하고 있을 때 한 남자로부터 '핸섬수트'라는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핸섬수트'는 입으면 잘생긴 외모로 변하는 마법과 같은 수트입니다. 그 수트를 입고 타쿠로는 거리를 활보하며 달라진 사람들의 대우에 놀람과 동시에 기뻐합니다. 그리고 그 외모로 인해 유명 연예인과 화보를 찍게 되고 잘 나가는 모델이 됩니다. 그렇게 외모로 인해 얻어진 뜻밖의 행운들로 인해 타쿠로는 점점 변해갑니다. 그리고 핸섬수트의 결함을 고친 완전한 핸섬수트를 입는 것에 대해  제안받습니다. 그 수트를 입는다면 다시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평생 멋진 모델 '안니'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라면 과연 사람들은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될까요? 멋진 외모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안니의 인생과 못생긴 외모로  차별받으며 살며 평생 솔로로 살아갈지도 모르는 타쿠로의 인생 중 과연 어떤 인생을 선택할까요?



여기 또 하나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비&피터 패럴리 감독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주인공인 '할 라슨'은 능력 있고 유머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리더십을 보이는 남자입니다. 그는 성격 나쁜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못생긴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신조로 여자를 바라봅니다. 절대 가질 수 없는 멋진 외모의 여성들만 따라다니는 바람에 동료들로부터 '가벼운 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최면술사에게 '할'이 외모가 아닌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최면을 걸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할'은 마음이 예쁜 사람이 실제로 '예뻐'보이는 최면에 걸리게 됩니다. 


그는 이전과는 다르게 모든 예쁜 여자들이 자신의 '작업'에 넘어오는 것을 보며 자신감이 더욱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던 도중 정말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보고 그녀와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로즈마리 섀너헌'은 정말 마음씨가 고운 여성입니다. 긍정적인 유머와 밝은 미소로 사람을 웃게 해주며 사회 봉사를 하며 살아갑니다. 할은 너무나 아름다우면서 성격까지 좋은 그녀에게 푹 빠지게 되고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녀는 우연히도 할의 회사 보스의 딸이었고 그녀는 할을 부모님께 소개하기 위해 식사에 초대하게 됩니다. 그 식사자리에서 할은 그녀의 외모를 비하하는 그의 보스의 언행에 크게 화를 냅니다. 보스는 그런 할의 모습에 호감을 느끼게 되고 할을 회사에서 중용하게 됩니다. 

로즈마리와의 만남이 깊어질수록 할의 회사 동료들은 할을 비난합니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예쁜 여자들만 좋아하던 그때의 할이 차라리 더 솔직해서 좋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승진을 위해 '못생긴'여성을 만나는 할의 모습을 보고 변했다며 비난합니다. 사실 로즈마리는 할의 눈에만 예쁜 여성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심각한 비만으로 햄버거 가게의 의자가 부러질 정도로 뚱뚱한 여성이었습니다. 할이 이렇듯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게 되자 책임감을 느낀 친구는 할의 최면을 풀게 되고 친구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된 할은 그녀의 모습을 보기가 두려워 그녀를 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갑작스런 모습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영화의 결말은 핸섬수트와 같이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핸섬수트와는 또 다른 결말입니다. 판타지로 끝나는 핸섬수트와는 다르게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는 조금 더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 주의를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핸섬수트 쪽이 더 현실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외모로 평가하는 사회에 대해 분노하지만 아름다운 사람, 멋진 사람을 더 좋아하는 모순되는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은 외모로 평가받길 원하지 않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나 또한 남을 외모로 평가합니다. 이 괴리감에 사람들은 외모지상주의를 비난하면서 마음속으로는 껄끄러움을 느낍니다. 핸섬수트에서 히로코는 이런 마음으로 자신에게 고백한 '타쿠로'를 거절하였습니다. 외모로 인해 열등감을 지니고 있으면서 단순히 자신의 외모를 보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타쿠로에 대해 실망감을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라오면서 매스미디어나 다양한 매체로부터 '아름다움'에 대한  획일화된 기준을 받아들이며 성장합니다. 이렇게 학습된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의식을 지배하게 되며 상대방의 장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학습된 것이 아닌 태초부터 갖고 태어난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차라리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할 처럼 정말 성격이 좋은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보이는 최면이라도 걸린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걱정하고 이러한 외모 지상주의 적인 사회에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나부터 상대방을 어떻게 올곧게 바라볼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할 처럼 진정 상대방의 내면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길 갈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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