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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Oct 20. 2015

소수자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천하장사 마돈나와 헤드윅

사회적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분위기가 최근 몇 년 간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01년 동성결혼에 찬성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7%, 반대는 67%였습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2014년 12월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5%가 동성결혼에 찬성을, 56%가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동일한 여론조사에서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동일한 취업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는 85%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에는 79%가, 동성애자의 방송 및 연예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에 67%가 찬성한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부분이나 사회적 활동에 대한 부분을 보았을 때 실질적으로 크게 자유로워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정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터놓고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은 0.1%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성 소수자가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놓고 살기 어려운 이유는 근본주의 기독교 단체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동성애 청정국'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남들과 다른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일민족, 단일문화 사회의 한국사회는 식민지, 외세의 아픈 경험 속에서 국가의 공백을 메워주는 민족이라는 신화 아래에 민족적, 인종적 소수자들에게 더 엄격하고 가혹했다.      -소수자와 한국사회 중-


성적 정체성뿐만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성격, 취향, 행동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남들과 다른 것을 좋아하거나 그것을 표현할 때, 우리는 그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행동양식이나 성격, 취향 등이 남들과 비슷해져 가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쉽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획일성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남들의 기준으로 인해 그 기준과 다를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싫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게 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자라납니다.




이해영, 이해준 감독의 2006년 작품인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주인공인 오동구(류덕환)는 여자가 되고 싶은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권투 선수 출신으로 술만 마시면 이성을 잃는 아버지로부터 매번 얻어맞고 학교에서는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장학금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태국으로 건너가 수술할 돈을 벌기 위해 씨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수 많은 매력적인 플롯을 갖고 있습니다. 그 각각의 이야기들을 모두 풀어 놓자면 영화의 리뷰가 될 것 같아 이번 주제와 연관된 부분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동구의 가장 친한 친구인 종만(박영서)은 하고 싶은 일도 되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습니다. 어느 날은 풍물패가 되고 싶었다가 어느 날은 힙합가수가 되고 싶었다가 어느 날은 모험가가 되고 싶은 꿈 많은 소년입니다. 영화에서 좋아하던 선생님에게 경멸을 당한 동구에게 종만은 장래희망이 뭐냐고 묻습니다. 동구는 절친한 친구인 종만에게 처음으로 크게 화를 내며 말합니다. 

난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고 그냥 살고 싶은 거야


다른 성장영화들과는 다르게 동구는 이미 내면적으로 충분히 성장한 소년입니다. 동구는 종만과는 다르게 자신이 무엇인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확실히 알고 살고 있습니다. 많이 아프게 살 거라고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강하게 부딪혀오는 아버지에게도 쉽게 체념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도전합니다. 이 영화에서 성장해야 하는 사람들은 동구가 아닌 동구 주변의 다른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동구의 아버지는 동구를 밥 먹듯 때리지만 동구가 립스틱을 바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는 멋쩍어하며 못 본 척합니다. 동구가 여자 옷을 입고 아버지 앞에 섰을 때도 못 본 척 피해가려 합니다. 동구의 어머니는 동구의 아버지에게 "당신은 너무 자기 자신을 미워해"라고 말합니다. 결국 동구의 아버지는 스스로의 모습조차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동구의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 보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동구를 그저 아프게 신파적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가슴 절절하게 있는 그대로 그려냅니다. 그 아픔의 무게는 다른 사람들의 아픔의 무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두 가지씩 아픔을 가지고 있고 소수자의 아픔도 소수자가 아닌 사람의 아픔과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영화는 우리 사회의 사람들이 모두 각자 자기 스스로를 인정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스로를 먼저 인정할 때 진정으로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모습을 진정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헤드윅'입니다. 이 작품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수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명작 중 하나입니다. 베를린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한셀'은 미군 라디오 방송에 심취하면서 '데이빗 보위', '루 리드', '이기 팝' 등의 음악에 열광하는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한셀은 미국인 장교를 만나게 되고 그 장교와 같이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받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수술은 실패합니다.

이 작품은 이후 헤드윅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배신당하고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정체성을 되찾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줄거리나 대사 등을 소개해드리는 것보다는 영화의 곡들을 소개해 드리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곡들의 가사 하나하나가 정말 큰 치유를 주는 명곡들입니다. 이 작품의 곡 중에서 한곡의 가장 좋은 부분을 소개해 드리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And all the strange rock and rollers 
You know you're doing all right 
So hold on to each other 
You gotta hold on tonight 

And you're shining 
Like the brightest stars 
A transmission 
On the midnight radio 

And you're spinning 
Your new 45's 
All the misfits and the losers 
Yeah, you know you're rock and rollers 
Spinning to your rock and roll

-Midnight Radio 中-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때로는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성향이 싫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유 없이 싫어한다는 것도 사실 알고 보면 우리 주변의 환경을 통해 '학습'된 결과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볼 때 그 본연의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누군가로부터 씌여진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 색안경이 남들 뿐 아니라 자신의 모습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요? 헤드윅에서는 우리 자신은 그냥 그대로 모두가 옳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제 글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2시간 영화 속 인생이라는 매거진을 통해 한 번쯤 우리 삶의 여러 가지 주제들을 생각해볼 기회를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때로는 영화 한 편이 가치관을 크게 흔들어 놓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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