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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Dec 13. 2015

어떤 선택이 옳은 걸까요?

슬라이딩 도어즈와 미스터 노바디

우리는 어릴 적부터 정해진 길대로만 살아갑니다. 초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을 위해서 살아가며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취직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취직을 하고 나서는 결혼, 그리고 육아, 집 장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길을 걸어갑니다. 모두가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길을 걸어갈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과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는 선택은 잘못된 것일까요? 오늘은 '선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피터 호윗 감동의 1998년 작품인 '슬라이딩 도어즈'에서 주인공인 헬렌(기네스 펠트로)은 회사에서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입니다. 하지만 작은 실수로 인해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지하철을 놓치게 됩니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부터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해 '다른 인생'에 대해서 병렬적인 구조로 극을 이끌어 갑니다. 지하철을 탄 '헬렌'과 타지 못한 '헬렌'을 교차 편집하여 그녀의 인생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지하철을 탄 헬렌은 그곳에서 옆자리에 앉게 된 제임스(존 한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집으로 일찍 돌아와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집을 나온 후 제임스와 술집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그와 친구가 됩니다. 그 후로 제임스의 조언을 받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게 되고 제임스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지하철을 타지 못한 헬렌은 설상가상 택시를 기다리던 중 소매치기를 당할 뻔 하고 그 와중에 상처까지 입게 됩니다. 병원에 다녀온 그녀는 남자친구의 바람 피는 현장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샌드위치 배달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지하철을 탄 헬렌의 인생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쉽게 두 사람의 인생의 희비를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극이  진행될수록 크고 작은 사건들이 두 헬렌의 인생을 가로막고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게 됩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좋은 일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 감독은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철학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아무래도 당대 최고의 라이징 스타를 앞세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기에 슬라이딩 도어즈가 조금은 뻔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면 지금 소개해드릴 영화는 조금은 무겁고 보다 더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슬라이딩 도어즈에서 '헬렌'이 지하철을 타고 타지 못하고는 그녀의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인생의 다른 방향이 있을수도 있다는 가정을 보여주었다면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미스터 노바디'는 직접적인 '선택'의 여러 결과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니모(자레드 레토)는 부모님의 이혼 과정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 뒤로 영화는 아버지를 선택한 니모, 어머니를 선택한 니모로 나뉘게 되고 각 선택 속에서도 안나, 앨리스, 진이라는 세 여인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생으로 나뉘게 됩니다. 영화는 끝도 없이 각기 다른 니모를 왔다 갔다 하며 보여주며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말합니다. 토토의 천국, 제 8요일의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이 무려 7년간 시나리오를 썼다는 이 작품은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이 옳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많은 철학, 물리학, 심리학에 대한 내용을 관객들에게 설명합니다.  그중에서 '비둘기의 미신'이라는 실험을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둘기를 우리에 가둬놓고 일정한 장치를 건드리면 구멍이 열리고 먹이가 나온다고 했을 때 비둘기는 그 장치를 발견하면 그 장치를 여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학습된 비둘기를 우리에 넣고 아무런 조건 없이 20초 간격으로 먹이를 준다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만약 처음 먹이가 나왔을 때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였다면 비둘기는 날개를 퍼덕이면 먹이가 나오는 줄 알고 그 행동을 반복한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이 비둘기가 먹이를 먹는 것과 같다고 했을 때,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면 우리는 인생의 정답을 비둘기의 미신과 같이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우리가 선택하도록 강요되어진 인생의 그 법칙들이 결국에는 사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꼭 해야지만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선택들. 그 선택들이 비둘기의 날개짓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미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가장 행복한 선택인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택을 하지 않으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차라리 선택의 책임을 회피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포레스트 검프'의 유명한 장면을 오마주 하여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고 열었을때 무엇이 들어있을지는 알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이 놀라운 세상이라는 놀이터에서 어떤 놀이기구를 탈지 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죠.




어차피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다 해볼 수 없습니다. 한가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하며 그 선택에 의한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남에게 안전한 길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안전한 길일지 알 수 조차 없습니다. 그저 내가 선택한 것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을 받아들일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주인공은 수 많은 문이 있는 방에 던져집니다. 그 문중에서 어느 문이 출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주인공은 문 앞에서 어느 문이 진짜인지를 고민해보지만 하루하루 시간은 지나가고 문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몇십년이 지난 후에도 주인공은 두려움에 어느 문도 열지 못하고 결국 단 하나의 문만 남게 됩니다.


사실 어떤 문을 열었더라도 밖으로 나갈 수 있었던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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