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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Nov 15. 2015

거짓말은 꼭 필요한 건가요?

라이어 라이어와 거짓말의 발명

저의 첫 번째 거짓말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어릴 적에는 참고서를 산다고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그 돈으로 친구들과 오락실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크고 작은 거짓말을 많이 하며 살아왔습니다. 살아갈수록 거짓말을 해야 되는 일들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면접 때도 이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라는 거짓말을 했었으니까요. 


거짓말은 왜 하는 걸까요? 거짓말은 분명 옳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우리 일상 속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도덕적 범죄입니다. 심리학자인 벨라 드폴로는 150여 명의 사람들에게 일주일간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 일기를 쓰고,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속인 횟수를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은 하루 평균 1.5회씩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마저도 거짓말일 것입니다.) 또 다른 실험 결과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사람들이 만난 지 10분 만에 거짓말을 세 번이나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조금밖에 안 기다렸습니다

- 주로 이런 거짓말이 아닐까요? -


그러나 이런 거짓말들이 정말 잘못되기만 한 것일까요? 고2 말까지 꼴등만 하던 저에게 누군가가 '너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라고 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그렇지 못했을 것입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싸우다 간 환자의 가족에게 '그는 편하게 갔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정말 큰 잘못일까요? 이런 거짓말들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하며 우리 세상에서 꼭 필요한 인간관계의 스킬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하얀 거짓말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여기 거짓말을 소재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 두 영화가 있습니다. 먼저 짐 캐리 주연의 '라이어  라이어'입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다 지친 맥스

플레처 리드(Fletcher Reede: 짐 캐리 분)는 소송에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질 변호사입니다. 그는 가족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않고 항상 변명만 늘어 놓습니다. 하나뿐인 아들 맥스의 생일 때마저 나타나지 않습니다. 실망한 맥스는 아빠가 원망스러워 생일 소원을 빌면서 아빠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맥스의 소원은 이루어집니다. 다음날부터 플레쳐는 모든 사람에게 진실만을 말하게 되고 연전연승하던 법정에서도 진실만을 말하느라 패배할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플레쳐는 이 일이 아들의 소원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소원을 취소해달라고 하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맥스, 어른들은 가끔 거짓말을 꼭 해야 될 때가 있어. 아무도 진실만 말하곤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어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된 플레쳐는 주변 사람들에게 막말을 쏟아냅니다. 뚱뚱한 비서에게 그만 먹으라고 소리를 치고, 길거리의 노숙자에게 험한 말을 내뱉습니다. 이러한 플레쳐의 일상은 우리가 얼마나 생활 속에서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반전이 일어납니다. 플레쳐의 이런 직설적인 독설들이 사람들에게 오히려 유쾌하고 진실되게 다가온 것입니다. 플레쳐는 인생에서 진실의 힘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닌 세상을 세상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이 진실의 힘으로 인해 중요한 재판에서도 승리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 진실의 힘에 의한 승리는 달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유쾌하기만 해 보이는 이 영화는 이렇듯 진실과 거짓말을 넘나들며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끊임없이 내던집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비난받지 않을 거짓말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요?




릭키제바이스, 매튜 로빈슨 감독의 2009년 작품인 '거짓말의 발명'에서 주인공인 마크 벨 리슨은 는 거짓말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항상 진실만을 말하면서 살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소설과 같은 것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TV에서는 사실만을 전달하는 뉴스와 역사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역사 프로그램만 있을 뿐입니다. 

마크는 역사 프로그램 담당자입니다. 그러나 세계 역사 중에서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세기의 역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무능력자'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회사에서는 해고되고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에게는 '못생기고 사회적 지위가 충분하지 않다'라는 진실된 이유로 차이게 되면서 그의 삶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던 도중 마크는 우연한 계기로 '거짓말'을 발명하게 됩니다. 그는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 뒤로 마크는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당시의 역사를 재미있게 재구성해 회사에도  재고용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거짓말들을 통해 큰 인기도 얻게 됩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차에 가장 사랑하던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게 되고 두려워하는 어머니에게 아름다운 사후세계가 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다시 한 번 크게 뒤바뀌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마크가 사후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게 되어 마크는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거짓말은 꼬리를 물게 되고 세상은 마크의 말 한마디에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라이어 라이어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은 영화이기 때문에 결말을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감독은 우리 세상에서 거짓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며 가끔은 진실보다 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때가 있는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마크와 플레처는 거짓말을 통해 똑같은 곤경을 겪었습니다. 그 곤경은 거짓말을 타인을 위해 사용할 때가 아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할 때 일어났습니다. 거짓말은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행위입니다.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유희와 같은 것입니다. 그런 즐거운 거짓말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사용한다면 그건 사기나 기만이 되겠죠.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런 거짓말의 기준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들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기독교의 위대한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거짓말이 다 똑같은 무게를 지닌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것이 가장 용서받기 어려운 거짓말인가에 따라 순위를 매겼습니다. 5세기 여러 가지 종교적 환경 속에서 작성된 기준이라 지금과는 다를 수 있지만 아래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거짓말의 순위를 보며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보시기를 바랍니다


1. 종교를 가르칠 때 하는 거짓말
2.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거짓말
3. 누군가를 다치게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거짓말
4. 누군가를 속이는 즐거움을 위해 하는 거짓말
5. 대화에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
6.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고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거짓말
7. 회개의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고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거짓말
8.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고 누군가를 신체적 부정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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