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X Writing Lab Apr 23. 2024

스파크플러스와 함께 한 UX 라이팅 사례 연구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고 이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스파크플러스 관련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1. 스파크플러스는 어떤 회사인가?

스파크플러스는 기업들의 사무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2016년 공유 오피스 사업을 시작으로 라운지, 대관, 운영 대행과 같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파크플러스는 입주한 기업(이하 입주사)들의 고민에 집중하여 꼭 필요한 서비스는 과감히 투자하되, 불필요한 거품은 제거하는 내실 경영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2022년 업계 최초로 흑자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홈페이지



스파크플러스는 공유오피스를 넘어 새로운 오피스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사무실에 대한 수요와 취향이 변하는 것에 주목해 2023년 '공유 오피스'에서 공유를 뺀 '오피스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아울러 오피스 디자인 Lab을 설립하여 중소형 기업들이 대기업 사옥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100인 미만 기업을 타겟으로 한 '오피스 B'를 론칭하여 사무실 구축 서비스와 운영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2. 스파크플러스의 훌륭한 점 

제가 함께  일하면서 느낀 솔직한 내용을 적어보려 합니다. 


2.1. 본질에 집중

스파크플러스는 비용이 들더라도 꼭 필요하면 투자하고, 좋아 보여도 브랜드에 도움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덜어냈습니다. 예를 들면, 


화려한 라운지나 맥주 파티처럼 업무 생산성과 관련 없는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대신 목받침이 없는 의자를 제공하는 당시의 관행을 깨고 긴 시간 앉아 있는 직원들을 위해 목받침 달린 의자를 제공하거나

눈의 피로를 덜 수 있는 조명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실용적인 정신은 개인으로서도, 기업으로서도 정말 어렵습니다. 과시하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눌러야 하거든요. 


본질에 집중한 덕에 다른 기업의 위기 속에서도 흑자 전환을 이뤄냈으며,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여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홈페이지



2.2. 고객에 집중하는 기업 

스파크플러스는 업계 관행을 무작정 따르는 대신 고객을 관찰하고 거기에서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오피스 위치 선정: 역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동선을 확인하고, 몇 걸음이나 되는지 직접 걸어보며 결정합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위치나 부대 시설, 주변 환경까지 꼼꼼히 고려하여 사무실을 선정합니다.  

넉넉한 회의실 사용 시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회의실 시간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회의실이 많이 비어 있는 저녁 6시 이후에는 무료로 개방합니다. 이것은 공유 오피스 업계에서 처음으로 제공한 서비스로, 해외 기업과 일하는 입주사들의 근무 행태에 주목한 결과입니다. 



2.3. 실력있는 서비스팀

스파크플러스의 웹페이지를 만드는 팀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던 분들이었는데, 부동산 관련 앱부터, UI 전문가, 데이터전문가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부동산 앱의 경우 스파크플러스와 만나기 전부터 직관성과 편의성에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실력을 스파크플러스에서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UX 라이팅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경청해 주실 뿐만 아니라 빠른 학습 능력 덕분에 UX 라이팅 전문지식을 실무에 더 잘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서로의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고 조율하는 초반의 시간을 지낸 후부터는 발전적이고 즐겁게 협업했습니다. 




3. 리브랜딩을 결정하다. 

핵심 역세권에 멋진 공용 공간까지 있는 사무실을 가질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공유오피스는 공유 경제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높은 수준의 사무 공간을 다양한 기업이 공유함으로써 기업들이 부담없이 더 좋은 사무실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공유오피스 사업이 성숙하면서 공유 오피스의 범용적인 장점은 유지하면서 기업에 특화된 공간에 대한 요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스파크플러스는 공유 오피스의 장점을 살리고,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사업 방향을 정교화시키게 되었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홈페이지, 실제 매니저와 소통하는 분위를 연출한다. 

이에 맞춰 2023년 스파크플러스는 대대적인 리브랜딩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스파크플러스 전체를 아우르는 브랜드 컨셉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브랜드, 사이트, 서비스, 인력, 오피스 시설까지 개선하는 대대적인 작업이었습니다.  홈페이지의 글과 관련하여 몇 가지 리브랜딩의 방향성을 언급해 보면, 


공간 제공을 넘어 맞춤 경험 강조하기

노련하고 전문적인 서비스임을 보여주기 

진짜 사람과 소통하는 느낌 창출하기

상품은 말로 설명하기보다 눈으로 보여주기 






4. UX Writing Lab과 만나다. 


4.1. 해야 할 일 

리브랜딩 작업의 일환으로 인터페이스에서 보여지는 글도 점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업무 내역은 


서비스글 다시 쓰기

라이팅 가이드 제작하기입니다. 



4.2. 협업의 한계 상황 

1) 작업 기간이 짧다. 

한 달입니다. 한 달 동안 도메인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이해하고, 기존 글을 이해하고, 글을 다시 쓰고, 가이드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2) 반복 작업의 회수가 적다. 

작업 기간이 짧아서 문제가 되는 건 글을 여러 번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개인 글쓰기도에서도 기업 글쓰기에서도 글은 많이 쓸수록 좋아집니다. 하지만 한두 번 고쳐 쓸 시간 밖에 없다면 서로 만족하지 못하고 끝날 확률이 높습니다. 


3) 글이 미완성이다. 

아직 글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대대적인 리브랜딩의 현장에서 중요한 많은 결정들이 대기중이었고, 글도 그 중 하나였죠. 




5. UX Writing 방향성 

글쓰기는 지속적인 작업이고, 기업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라도, 매일 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 환경에서는 단발적으로 좋은 글을 쓰는 것보다 조직 전체의 글쓰기 수준을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글을 씀과 동시에 글을 쓴 기준을 전파하고 그 기준이 스파크플러스 팀의 향후 글쓰기에 이식될 방법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UX Writing Lab은 UX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UX 라이팅의 원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업 글쓰기 업무의 효율성과 판단력을 높이는 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서로, 강의로, 컨설팅 결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UX Writing Lab의 전문성 

UX 라이팅 교육: UX 라이팅 방법 전파

UX 라이팅 역량 강화: UX 라이팅 역량을 조직에 이식하기 


UX 라이팅 컨설팅 사례. 비씨카드와 UX 라이팅에 강한 조직 만들기


출간서. UX 라이팅 교과서


탈잉 온라인 강의. UX 라이팅 완전판




6. 스파크플러스를 위한 UX 라이팅 원칙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스파크플러스 팀은 실력있는 팀입니다. 핵심을 포착하고, 사용자와 교감하고, 짧고 간결하게 쓰는 온라인 문법에 이미 능숙한 분들입니다. 이미 좋은 글에서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저는 스파크플러스의 글을 보고 다음의 원칙들을 세웠습니다. 


1. 가독성을 높이자

시선의 움직임을 고려하여 더 쉽게 읽히도록 하기

정보가 더 잘 드러나도록 콘텐츠 포맷 바꾸기 

시선이 머무는 곳에 핵심을 배치하기 

제목의 중요도를 끌어올리기 


2. 스파크플러스의 언어와 사용자 언어의 교집합을 찾자

사용자가 생각하는 방식과 언어를 조사하기 

사용자 입장에서 글의 구조와 단어 선택하기: 글의 순서, 단락 구성, 단어 결정에 대한 큐 제시 

사용자 증언의 활용도 높이기 


3. 글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자

고객에 집착하는 스파크플러스의 노력을 글에 녹여내기

꼭 필요한 내용으로 축약하기 

정보의 계층 구조를 명확하게 재구성하기 


적합한 원칙을 자신있게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의 실무, 연구, 강의, 컨설팅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구체적인 방법과 다양한 사례들은 UX 라이팅 교과서에 담겨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UX 라이팅 교과서 5장. 핵심이 잘 보이게 글쓰는 방법의 목차입니다. 


출처. UX 라이팅 교과서 목차 중 5. 핵심이 잘 보이는 글쓰기


출처. UX 라이팅 교과서, 학계와 산업계에서 써주신 추천사



7. 글 개선 사례 

위에서 언급한 원칙들에 따라 바꾼 사례들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7.1. 자연스러운 시선의 흐름 만들기 ∙ 핵심을 위로 끌어올리기

분위기를 위한 이미지때문에 글이 아래로 내려가거나, 핵심과 무관한 상황성 문장 때문에 주제가 뒤로 밀려난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 브랜딩을 위해 꼭 필요하지 않는 한 이미지나 문장 때문에 핵심이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수정했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홈페이지


왼쪽 그림 '현재안'에서 글의 시작점이 더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페이지에서 글자 배열이 더 규칙적이라 '초안'을 읽을 때보다 시선의 이동이 편하고, 다음 단락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더 예측이 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7.2. 제목에 핵심 담기 

온라인 글에서 제목은 독자들이 글을 읽는 기준점이자 서비스 가치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스파크플러스는 입주사들의 편의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까지 신경쓰는 기업입니다. 공유 오피스 입주를 고려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받게 될 실제적인 혜택일 뿐만 아니라, 디테일에 충실한 스파크플러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디테일한 노력들 중 두 가지만 거론해 보면, 


다른 공유 오피스 업체는 지정한 직원수만큼만 입주할 수 있었는데, 스파크플러스는 지정 인원수의 130% 까지 늘어나도 추가 비용을 낼 필요가 없습니다. 

월별 제공하는 무료 인쇄 매수는 타사 대비 높습니다. 


위의 항목을 포함하여 다양한 노력들을 담은 글의 초안입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서비스글 초안


위의 이미지는 '계약부터 이용까지 유연함이 곧 편리함'라는 제목에 계약 방법, 공간 이용, 서비스 내역 등 다양한 레벨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크고 진한 숫자는 숫자만 봐서는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레벨의 정보가 하나의 제목에 포괄적으로 담겨 있으니 제목만 보고 하위에 어떤 항목이 나올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해가 안되면 글을 읽는 양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제목이 좋은 뼈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다시 구조화하고, 글을 고쳐 썼습니다. 


최소 계약 월수를 의미하던 '1'이라는 제목은 '최소 계약 기간 3개월'로 의미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풀어 썼습니다.  

130%까지 늘어도 추가 계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130'이라는  제목은 '자유로운 인원 확장'으로 더 정확하게 고쳤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서비스글 초안과 현재 홈페이지 글


제목의 길이는 길어졌지만 제목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사들은 자신들이 받을 혜택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더 잘 이해하면 다른 글까지 읽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스파크플러스가 고객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도 알릴 수 있습니다. 



7.3. 유의미한 콘텐츠 그룹핑

제목은 부속 단락을 포괄해야 하고, 부속 내용들은 제목과 연관이 되어야 합니다. 제목과 하위 정보간 그룹핑이 직관적이면 더 많은 내용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목과 하위 단락의 내용이 다르면 정보를 이해하는 기준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더 이해가 안되고, 길을 잃게 됩니다. 브랜드 경험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위의 글을 다시 보겠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서비스글 초안


이 글은 한 제목 아래 계약, 입주후 서비스, 공간 사용에 대한 규칙 등 다양한 성격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제목이 포괄적이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아래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관련있는 내용끼리 정보를 다시 그룹핑했습니다. 이미지에서 아래쪽  4개 항목은 이미 입주한 기업들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이 부분을 따로 분리하여 하나로 묶었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서비스글 초안과 현재 홈페이지 글



7.4.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정보만 제공하기

스파크플러스에는 B2C 고객을 위한 라운지 서비스가 있습니다. 사무실처럼 일하기 좋으면서 카페처럼 분위기가 좋습니다. 하루 커피 한 잔 값으로 한 달 동안 핵심 역세권에 위치한 라운지를 연중 무휴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라운지 상품은 멤버십으로 판매하는데 하나의 라운지만 이용할 수 있는 싱글패스와 24개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올패스권이 있습니다. 


멤버십 안내글은 다음과 같이 수정했습니다. 


출처. 스파크플러스 서비스글 초안과 현재 홈페이지 


항목의 축소: 초안에는 5개의 항목이 있습니다. 이 중 하단 3개는 두 멤버십간 차이가 없어 독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삭제를 결정했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정보의 중요도를 재편: 독자의 입장에서는 멤버십 이름보다 몇 개의 라운지를 얼마에 이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멤버십 이름의 비중을 줄이고, 이용 가능한 라운지 개수와 가격의 정보 비중을 높였습니다. 

CTA 의 접근도 강화: 멤버십 종류와 CTA와의 연관도를 높여 CTA에 더 접근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8. 이것을 가능하게 한 방법: 이터레이티브 코라이팅 

사례 연구: 비씨카드와 UX 라이팅에 강한 조직 만들기에서 이터레이티브 코라이팅을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스파크플러스와도 이터레이티브 코라이팅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한 가지 또는 다양한 기준을 바탕으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쓰면서 저는 도메인과 비즈니스를, 스파크플러스는 UX Writing 원칙을 깊이 있게 이해하며 글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습니다. 


이터레이티브 코라이팅은 글쓰기 훈련일 뿐 아니라 협업의 효과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서로의 작업 방식과 전문 분야를 무리없이 이해하게 됨으로써 신뢰와 배움이 가능해집니다. 


출처. UX Writing Lab



9. 글을 정리하며 

저는 기존의 글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기준들을 제공하고, 스파크플러스팀은 쏙쏙 흡수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와 스파크플러스팀은 전속 라이터가 없어도 기존의 조직 안에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기준과 문화를 쌓을 수 있는 방향으로 협업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스파크플러스와 저는 신뢰를 바탕으로 정말 재미있고 생산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작업이 종료된 이후 스파크플러스 팀은 스스로 수많은 이터레이션을 거쳐 홈페이지를 개편하게 되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더 명료하고 읽기 편한 글을 보며 기쁨의 박수와 응원을 드리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씨카드와 함께 한 UX 라이팅 사례 연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