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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오후 시간대면 언니들과 SBS 인기가요를 틀어놓고
TV 앞에 나란히 모여 숨죽인채 앉아 있었다.
방송이 끝나갈때 쯤이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인 HOT가 나왔다.
그러면 그들의 등장과 동시에 "지금이야!"라고 누군가 외치면
다른 한명은 조용히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공 테이프에 HOT의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
이런 녹음기 역할을 한건 당연 라디오였다.
라디오는 우리집의 한 켠을 꽤나 오랫 동안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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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우리들의 정서 발달에 좋다며 클래식 음악들을 틀어주기 위해서
전축이라고 불리던 라디오보다는 좀 더 커다랗고
다양한 기능을 갖췄던 전자기기를 들이셨다.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유물축에 속하는
CD와 카세트 테이프를 모두 이용할 수 있고
라디오를 듣는것도 가능한 만능 엔터테이너같은 기계였다.
큰 언니가 고등학교를 진학했을 때였나?
그 때쯤 마이마이라는게 유행을 했다.
우리집에서는 소니브랜드의 워크맨을 구매했던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작은언니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엔
mp3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용량이라고 해봤자 겨우 8기가 남짓이었던것 같은데
허락된 용량이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 좋아하는 노래들만 고르고 골라서
아이팟에 담았던 기억이다.
그 뒤로는 핸드폰에서 음악 파일을 재생하는것이 가능해졌고
스마트폰 시대가 된지 꼬박 10년이 된 지금은,
음악 어플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음악을 원하는때 들을 수 있으니,
노래를 듣기 위해서 라디오를 찾고 카세트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러주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앞으로만 진보해 나가던 시간들이
최근에는 조금씩 뒤로 뒤로 향하고 있다.
사실 복고라는게 유행한지는 꽤나 오래된 현상이다.
원더걸스가 Nobody를 부르던게 2008년도의 일이니 말이다.
그 이후로는 CJ ENM이 응답하라 1997과 1994, 1988 등의 시리즈를 히트시켰고
급기야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현대자동차의 광고들도 바꿔놓았다.
-현대 자동차 더 뉴그랜저 성공에 관하여 시리즈 중 일부-
이런 뉴트로 감성은 최근 '힙하다'라는 단어로 표현되어 지고 있으며,
식품, 패션, 자동차,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 구분없이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되어지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 중 다른 하나는 오디오북의 유행이다.
킨들이나 아이패드 같은 e-book reader의 등장으로 한 차원 변신을 했던 책들이
이제는 오디오 형태로 읽혀지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책 읽는 시간을 들이는 수고로움을 줄여주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뉴트로 감성과 오디오 북의 등장에 포착해서 해보는 상상.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오디오로 만들어 간직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바로 브런치의 CD화이다.
사실 CD가 아닌 카세트 테이프로 만드는쪽이 좀 더 끌리지만
'장기 보관'이라는 관점이나 '현실적 소비 유발' 측면에서는 CD가 더 나은듯 하다.
카세트 테이프가 끌리는 이유는 조금 단순하다.
우선 이름 때문이다.
브런치 카셑-트 테잎 버젼이라는 글씨를 촌스러운 폰트로 적어주어도
기시감 없을법한 이름이다.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가 갖는 물리적 형태가 매력적이다.
이에 비해 CD는 브런치가 갖는 따뜻함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내긴
충분하지 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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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세트 테이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오랫동안 쓰기 어렵다는 점.
그 옛날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다라는 말이 유행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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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는 카세트 테이프에 비해서 물리적으로 차가운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정도는 예쁜 재킷을 입혀주면 그만이다.
브런치가 CD화 된다면 얻게되는 이점은 어떠한것들이 있을까?
최근에는 브런치팀에서 이런 저런 활동들을 시도하여서
온라인에 있는 작가들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작가와 만나는 방법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서 이루고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프로필이 인쇄된 CD를 소장한다면 그것 만으로도
작가와 한발짝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게 하기에 충분 할 것이다.
책으로 느끼는 무게감과는 조금 다른 세련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온라인에 발행된 브런치는 시각적으로만 소비할 수 있다.
온라인에 있는 창작품이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전통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는
책도 역시 시각에만 의존하여 소비 한다.
하지만 브런치가 CD화 된다면 최소 3가지 감각을 동원해 작품을 소비할 수 있다.
바로 시각, 청각, 촉각이다.
CD의 물리적인 형태를 보고 만질수 있고, 귀로 브런치의 내용을 들을 수 있다.
무지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벽걸이형 CD 플레이어
브런치만의 감성을 담아내어 CD로 만든다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 가능하리라고 기대해본다.
그리고 최근에는 투박한 CD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벽에 걸어주는 벽걸이형 CD 플레이어도 존재하기 때문에
한껏 더 감성을 충전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