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닙니다.
"각본의 틀을 처음 짰던 것은 거의 15년 전이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제 머릿속에서 발전시켜 온 이야기예요."
"왜냐면 이런 영화를 하자고 누군가를 설득할 만한 위치에 일단 올라서야 했거든요."
영화 [바빌론]의 감독 데어미언 셔젤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설득할 만한 위치에 올라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빌론]
감독 : 데어미언 셔젤
출연진 :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줄거리 :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 (네이버 인용)
1. 영화에 관한 영화
[바빌론]은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영화에서 칼라영화로 전환되는 할리우드 과도기의 혼란스러움을 담았다.
이 대전환의 시대에 누군가는 도태되고, 누군가는 성공한다.
그러나 영화라는 본질은 영원함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이 영화의 제목, [바빌론]이다.
2. 왜 바빌론인가
바빌론은 이라크의 고대 유적이다.
성경에는 바빌론에서 인간들이 높은 탑인 바벨탑을 쌓았는데, 신이 이를 신의 권위에 도전한다 생각하고 노여워하여 인간들에게 천벌을 내렸다고 한다.
그 천벌은 언어의 탄생이다.
인간들의 언어를 달리하여 서로 대화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언어의 본질은 생각이다.
생각은 영원하고, 언어는 수단이다.
무엇하나 무시할 수 없다.
수단인 언어를 무시하는 영화 [바빌론]의 잭(브래드 피트)은 이혼을 반복하는 고통을 받는다.
수단인 유성영화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넬리(마고 로비)는 할리우드에서 도태된다.
바빌론에 언어가 탄생한 것이 고통이듯, 할리우드에서 기술이 발전한 것 역시 고통이다.
3. 마지막 5분을 위한 184분 (스포주의)
[바빌론]의 엔딩을 보며, 셔젤이 형이 미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을 시작으로 역대 최다 매출 영화 [아바타]까지 영화의 역사를 현대 미술로 덮어주며 다이나믹하게 보여주는 5분?(체감상 5초)은 압도적이었다.
마치, 영화계 거장의 유작과도 같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부담스러운 과제를 남겨주고 건방지게 은퇴하는 듯하기도 했다.
그 자신감으로부터 나오는 멋짐이란 것이 그의 아주 약간의 재수 없음을 충분히 덮어줬다.
앞서 말한 15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님을 느낀다.
4. 과제_출제자의 의도 파악
무성영화에 유성영화, 흑백영화에서 칼라영화 그다음은 무엇일까?
3D? 4D? OTT? 모르겠다.
여하튼 영화의 발전에 영화인들이 도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인 것임이 분명하다.
[바빌론]의 주인공 매니가 떠나려는 넬리에게 스페인어로 고백한다.
Tiamo, Tiamo, Tiamo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
넬리는 그 고백을 받아준다.
생각이 언어를, 본질이 수단을, 영화가 기술을 이긴 순간이다.
Tiamo, cinem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