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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Sep 24. 2021

가족 같은 김치찌개

가족이 가장 강한 이유

오늘은 자가격리 4일째에 가족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가족이라는 것은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 말한 것처럼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고 싶은 것

   

인 줄 알았다. 독립한 큰누나는 본가로 들어가고 난 큰누나 집에서 혼자 자가격리를 하게 되니 온 가족이 불편해졌다. 사실 서운했다. 코로나 밀접접촉자라는 것이 일부러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모든 불편의 책임은 내게 있다는 듯이 화살이 돌아왔다.     

누나 집에서는 거실과 게스트 화장실만을 쓰다 보니 수건이 부족하여 수건을 샀다는 이야기에 엄마는 한없이 울었다. 눈치 보고 있을 아들이 안쓰러운 것 같았다. 자가격리라는 게 너무 정신없이 일어난 일이라 어머니는 2주간 먹을 국을 끓여놓고 오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리신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정성을 들여 김치찌개를 끓이기로 했다. 파뿌리로 1차 육수를 낸 다음 멸치와 김치 꽁다리를 넣어 시원한 육수를 만들었다. 간을 안 한 육수를 먹었을 때 이미 군침이 돈다면 반은 성공이다. 그다음 돼지고기와 양파, 파와 김치만을 넣었다. (두부는 이 자가격리에서 출소하면 먹을 것이다.) 김치찌개는 김치만 좋으면 다른 식재료는 필요 없다. 김치를 만들기 위해 이미 마늘, 고추가룻, 젓갈 등 많은 재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김치찌개를 끓이면서 가족이라는 것은 김치찌개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치는 향과 맛이 강한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 저마다 자기 개성을 말하고 있지만 같이 살면서 융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 익은 김치는 김치 맛 한 가지만 난다.      

(김치찌개는 육수가 맛있어야 한다.)

김치 맛을 보니 이미 너무 익어 신맛과 쓴맛이 나길래 올리고당을 넣어 맛을 잡고 육수에 고기와 김치를 넣었다. 볶아서 넣어야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깔끔한 국물 맛을 좋아하여 난 굳이 볶지 않고 넣는다. 그리고 양파와 파의 흰 부분을 넣어 한소끔 끓여 맛을 보니 간이 싱겁고 맛이 따로 놀아 맛소금과 액젓을 넣으니 맛있어졌다.

(육수가 아무리 맛있더라도 MSG는 조금 들어가야 더 맛있다.)

김치찌개를 끓이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가족이 가장 소중한 이유는 가장 힘든 순간 기댈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 이다. 액젓이라는 이질적인 맛처럼 자가격리라는 위기에 김치찌개의 맛은 더 단단하게 뭉쳐진다. 그 어떤 친구가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를 지켜주겠는가? 하지만      


가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먼저 달려올 존재이다.      


모든 자식이 귀한 자식이지만 필자는 특별한 가정사 때문에 엄청나게 귀한 자식이었다. 가정사를 밝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용기 내어 고백해 보자면, 우리 집은 사실 삼 남매가 아니라 사 남매였다. “만수”라는 큰 형이 7살 때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날 아침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던 아들을 때린 것을 후회하시던 아버지는 장례식장 근처 문방구에서 장난감을 사다 태우셨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절대로 자식에게 손을 대시지 않으셨고 어머니는 많이 힘들어하시다가 태어난 아들이 필자이다. 헌데 믿기 힘들겠지만, 필자는 4살 때까지 병원에만 있었다. 선천적으로 장이 좋지 않아 7살 때까지 죽만 먹었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저 집은 아들 복이 없다면서 막내아들도 금방 죽을 것 같다고 수군거릴 때 엄마는 제일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하지만 난 저승사자가 잡아가려고 할 때마다 정중히 사양했고 지금은 백 킬로가 넘는 거구에 몸도 튼튼한 30대가 되었다.      


그런 아들이기에 필자가 어디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하면 온 가족이 달려왔다. 놀이터에서 형들한테 맞고 있으면 갈비를 뜯던 작은 누나는 갈비뼈를 뱉지도 않고 뛰어와서 혼내줬다. 고등학교에서 부당한 사유로 전학을 가게 되자 아버지는 교장실로 가서 이 학교 얼마면 살 수 있냐고 물어보셨고, 큰누나는 편히 쉴 수 있는 자기 집에 코로나바이러스가 덕지덕지 묻을지도 모르지만 내어주었다. 그래서 누군가 가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김치찌개라고 말해줄 것이다.      


다양한 개성의 식재료가 매일 치고받고 싸우지만 한 집에서 살면서 이들은
한 가지 맛을 내고 위기에 가장 단단히 한 목소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까불지 마라 나는 나 대신 싸워줄 강력한 가족이 있다.     

이 글은 속이 까맣게 타고 계신다는 지여사에게 받칩니다. 사랑합니다.  


사족: 아버지가 학교를 살수 있는 재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로 남기고 싶지만, 난 그때 전학을 갔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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