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밥먹는 기획자 Sep 28. 2021

친구와 나눠먹어야 맛있는 짜파게티

짜장면은 깐부다

고등학교 시절 저녁 먹은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허기가 지면 매점에서 친구들과 짜파게티를 먹었다. 10분이라는 쉬는 시간 동안 국물라면은 다 먹을 수 없기에 면이 익을 동안 먹을 빵 한 개와 짜파게티를 먹으면 행복했다. 그 시절 곤궁한 주머니 사정의 고등학생에게 그 이상으로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참치회에 사케 한잔해도
그 시절의 맛이 왜 안 날까?     


요즘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보면 하는 말이다. 왜 그때처럼 즐겁고 맛있는 게 없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아마 맛으로 따지면 지금 먹는 음식이 더 맛있겠지만, 이제 일과 결혼 등 근심 걱정으로 가득한 나이가 되니 잃어버린 게 있었다. 친구들과 놀 궁리만 하던 10대에는 친구들과 짜파게티만 먹어도 만족했다. 부모님과 외식하면서 먹은 더 맛있는 음식도 있었지만, 그때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 소중했다.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라고 부르는 지금 세대(?)에 말로 베스트 프랜드와는 있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되고 친구들에게 난, 친구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기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의 경쟁은 사실 체험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회초년생은 친구들하고도 경쟁하면서 아등바등 혹은 꾸역꾸역 살았다. 그리고 사회에 쓴 맛을 보고 소주 한잔이 땡길 때면 친구들에게 전화했다.      


친구라는 존재는 오랜만에 전화하건, 내가 잘 못 나가고 있을 때건, 사정 따지지 않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존재이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다. 누군가 주머니 사정이 곤궁하면 친구사이에 내 것, 네 것 구분이 없는 것처럼 그럴 수 있다면서 사정이 나은 친구가 샀다.     


그 모습이 마치 짜장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짜장면은 들어가는 재료가 해산물이든 육고기든 그냥 짜장면이다. 새우 짜장면, 돼지고기 짜장면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비싼 재료가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짜장이라는 검은 소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놀이를 할 때 내 것, 네 것 구분 없이 새끼손가락 걸며 함께하는 동지를 깐부라고 하듯 누가 잘 벌고, 누가 상황이 안 좋고, 누가 친구들에게 잘못을 했더라도 그런 게 어디 있냐면서 묻고 갔다. 논리적이거나 계산적으로 따지지 않았다. 아마 이 경쟁사회에서 기댈 곳이 필요해서 만든 암묵적인 룰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믿을만해서 기대는 것이 아니다
기댈 대가 사람밖에 없어서이다.    

 

라는 오징어게임의 말처럼 친구는 가족에게도 말하기 애매하고 억울한 이야기를 술술 이야기하며 의지하는 모습이 짜장(친구)라는 암묵적인 룰로 모든 것을 묻고 갈 수 있어 가치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가격리 4일 차 친구들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짜파게티를 끓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와 마늘을 볶고 있는 프라이팬에 간장을 눌러주니 이미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야구공만 한 양파 한 개를 모두 넣고, 한입 크기로 썰은 돼지고기와 새우를 넣고 반쯤 익혀주면 면을 프라이팬에 옮겨 담고 짜장 분말을 넣었다. 물기가 많지만 넓은 프라이팬이기에 섞으면서 수분을 날려주면 먹기 좋은 농도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느끼한 짜장의 맛을 잡기 위해 매운 고추가룻를 뿌려주고 계란후라이를 고명으로 올려주면 완성이다.     


사족: GOD의 노래 가사에는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지만 난 친구들과 짜파게티 나눠먹던 그 시절의 그 맛을 재현해보고 싶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 없었도 친구가 있어 든든하던 그 순간을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작가의 이전글 개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