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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Oct 10. 2021

아버지는 돈가스다.

모든 두들기면 부드러워진다.

 일전에 김치찌개라는 글에서 가족은 김치찌개처럼 “다양한 개성의 식재료가 매일 치고받고 싸우지만 한 집에서 살면서 이들은 한 가지 맛을 내고 위기에 가장 단단히 한 목소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유난히 아팠던 유년시절 저승사자가 잡아가려고 할 때마다 정중히 사양했고 지금은 백 킬로가 넘는 거구”라는 글을 본 친구가     

 


저승사자에게 사양은 무슨 아버지가 뚜까 패줘서 너가 지금 건강히 있다는

     

말에 공감하여 존경하는 아버지에 대한 글을 돈가스에 표현하여 쓰고자 합니다.  

   

6.25 전쟁으로 인해 10년 넘는 시간을 군에서 보내신 할아버지는 젊은 나이부터 농사를 지을 수 없을 만큼 몸이 안 좋으셨고 아버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하시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의 귀금속 공장에서 일하셨다.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50년 전인 70년대에는 노동자에게 돈가스에 딸려 나오는 한 숟갈 양의 밥에 김치가 전부였다. 하지만 한창 배고플 10대의 아버지는 지독하게 성공만을 바라보시고 일요일날 모은 월급으로 한 그릇 살 수 있는 짜장면을 선배에게 대접하면서 남들보다 더 빠르게 기술을 배우셨다.  

    

그래서인지 돈가스의 까슬까슬한 껍질처럼 까칠하시다. 20살의 나이에 창업하시고 일하면서 더럽고 아니꼬운 것을 너무 많이 서인지 고슴도치처럼 잔뜩 가시를 세운 모습이셨다. 하지만 그 가시 같은 튀김옷은 사실 내부의 고기를 촉촉하게 가두기 위함이고 가족이 같은 꼴을 안 당하고 편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걱정 없이 있길 바래서임을 안다. 튀김옷이 지키고 있기에 우리가 구김 없이 건강히 잘 자랐다는 생각을 한다.     


고기를 망치로 두들기면 연육 작용으로 인해 부드러워지듯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와 부딪치고 알게 되면서, 사실 아버지만큼 한없이 이해해주시고 부드러운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필자의 친구들 중 아버지를 일찍 여읜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한없이 든든한 아버지를 잃고 나서 효도하지 못함을 풍수지탄(「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부모(父母)에게 효도(孝道)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할아버지의 장례식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급하게 달려오시던 아버지의 나이까지 이제 7년쯤 남은 거 같은데 나에게는 그런 일이 없길 그리고 건강히 오래오래 효도받으시면서 사시길 기원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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