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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chovy Nov 21. 2020

31. 의료사고, 얼마면 되겠니?

의료사고가 난 후, 자궁적출 수술을 담당했던 병원을 통해 손해사정사에게 연락이 왔다. 병원과 내가 직접 의료사고를 해결하기보다는 중간자 역할을 통해 적절한 보상을 마련해주겠다고 얘기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당시에는 한창 내 치료가 진행되는 중이었고 보상에 대해 논할 기분이 아니었기에 만남을 거부했다. 나 스스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시간이 필요했기도 했고. 이런 이유로 요관 스텐트를 제거한 후 콩팥 기능 검사로 내가 정상인지 확인한 후에나 만나자고 약속을 했었다.


아, 혹시나 손해사정사가 뭔지 모르신다면?

손해사정사는 보험가입자에게 사고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손해액을 결정하고 보험금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산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사고 발생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여 조사, 분석하고, 보상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보상협상 사무원의 보고서를 조사하고 유사한 보험 사례나 판례들을 검토한다. 사고 현장조사와 손해 사실을 확인하며, 증거를 수집하여 실제 손해 정도를 판단한다. 보상청구의 타당성 여부와 협상이 회사의 관례 및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보험금 청구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해 변호사, 의사 등의 자문을 구한다. 조사 자료와 보험약관 등을 분석ㆍ정리하고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산출하고, 손해사정 보고서를 작성한다.


라고 네이버에 나온다.

https://m.terms.naver.com/entry.nhn?docId=926285&cid=42116&categoryId=42116


드디어! 요관 스텐트를 뺀 오늘, 손해사정사를 만나게 되었다. 기대도 안 하고 만난 만남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의료사고가 환자에게 얼마나 불리하고 불합리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수술 이후 시행된 시술 및 수술에서 수술 흉터가 커지지 않은 것, 콩팥이 정상 판정을 받은 것 등이 보상 액수를 줄일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또한 의료사고는 또 다른 의사가 과실 여부를 판단하므로 의사의 관점이 들어가니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들 수 있어 큰 기대를 가지면 안 된다고 얘기해 주셨다. 하시는 말 족족, 다 맞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 이거 한 달 동안 수업하며 버는 돈만큼도 보상받을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이 40kg까지 빠져 허벅지가 손바닥 사이즈만큼 빠졌다, 겨우 회복해 42, 3kg이 된 게 오직 자궁적출 수술만의 이유일까? 연달아 배를 열고 전신마취로 두 번의 수술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40대 164cm의 여자가 42, 43kg 나가진 않았을 것이다. 근데 그걸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씁쓸함이 내 마음을 힘들게 했다.


날 낳은 부모도, 살 비비고 사는 남편도 내가 이번 의료사고로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속속 까지 알지 못해 상처 받고 서운할 때가 있는데 합리적 보상도 기대할 수 없다니.


결국, 몸 버리고 상처 받은 것은 오로지 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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