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주적 사회주의자 Nov 26. 2019

홍콩 민주화에 마주하며, 중국공산당의 정신을 묻는다.

by 민주적 사회주의자 / 정의당 중앙대 학생위원회

#말 하나.     

“대부분의 인민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도 없었다. 우리는 인민의 억압자들을 때리는 인민의 주먹에 지나지 않는다.” - 펑더화이(彭德怀)     


중국 인민해방군의 원수를 지냈던 펑더화이가 국민당 정부와 대치중이던 옌안 정부 시절 중국 공산당을 취재하러 온 미국의 기자 에드거 스노에게 했던 말이다. 펑더화이의 이 말은 당시의 중국 공산당이 지향하던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 제국주의와 국민당 정권과의 싸움에서 공산당은 전력상으로 항상 압도적인 열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공산당이 억압받던 농민과 노동자를 대변하며 그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승리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홍콩에서 계속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과, 그에 가해지는 가혹한 탄압을 지켜보며 우리는 그 옛날 중국 공산당이 품었던 정신이 과연 유지되고 있는지를 또다시 질문할 수밖에 없다. 홍콩 인구의 4분의 1이 넘은 200만 명의 시민들이 한날 거리로 나서는 이 상황에서도 홍콩 정부와 공산당 중앙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의 주요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대포, 최루탄, 고무탄 사용에 이어 시민에게 실탄 발사까지 강행하는 등 도를 넘은 폭력적 진압으로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인민의 주먹’으로 인민을 보호기는커녕 앞장서서 인민을 구타하는 자해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홍콩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 본토에서도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노동운동가들이나, 마르크스주의를 학습하는 대학생 모임이 탄압을 받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지금 인민의 지지 위에, 인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스스로의 근간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말 둘.     

“구동존이(求同存異): 다름을 인정하며 같음을 구한다.” - 저우언라이(周恩来)     


 중국인들에게 ‘영원한 총리’로 추앙받는 저우언라이가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국제회의에서 연설 중 사용했던 표현이다. 국제관계에서 서로간의 차이를 급격하게 없애려 하는 것은 자칫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만큼, 차이를 인정하되 공통된 가치와 목표에 집중하여 천천히 화합을 추구하자는 저우언라이의 외교 철학을 보여주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한 국가지만 서로 다른 정치·경제 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원칙을 세운 것 역시 이러한 구동존이 철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홍콩에 곧바로 사회주의 체제를 이식하려 할 때 발생할 혼란을 피하면서도, 식민통치를 종식시키고 중국의 재통합을 추구하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현재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시위를 독립 시도로 간주하며 일국양제를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먼저 원칙을 훼손하였는가? 홍콩인들은 스스로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제대로 된 직선제조차 갖지 못하였고, 그에 대한 분노는 이미 2014년 우산 운동을 통해 표출된 바 있다. 그 이전에도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 시도, 2012년 국민교육 도입 시도 등 홍콩인들의 독립적인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어 왔고, 이번 2019년 시위의 발단이 된 송환법 역시 홍콩 내부의 반정부 활동가들을 본토로 넘길 수 있는 악용의 소지가 다분한 법률이었다. 이번 시위는 양제의 원칙이 훼손되는 상황이 누적되며 쌓인 분노가 마침내 대규모로 폭발한 것이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허구적 이상에 집착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설사 그 이상을 좇더라도 역사적으로 누적된 차이와 난점들을 단칼에 치워버리겠다는 태도는 더욱 문제적이다. 지금 시위대를 탄압하는 홍콩 경찰과, 그것을 묵인 내지 지시하는 중국 정부의 행태는 반대 의견을 용인하지 않고, 논쟁과 설득 대신 강력한 힘으로 차이를 짓이겨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 어디에 다름을 인정하는 구동존이의 정신이 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말 셋.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哪里有压迫, 哪里就有反抗).”- 마오쩌둥(毛泽东)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홍콩 시위가 ‘중국을 흔들려는 서구 제국주의의 분열 책동’이라는 식으로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의 시위가 격화되는 것은 서구 스파이들의 공작 때문이 아니라, 홍콩에 누적된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모순 때문이다. 그리고 홍콩을 그런 상황으로 내몬 원인 제공자는 결국 본토의 공산당 정부이다.

홍콩은 영국 식민지 시기부터 존재해온 극심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고, 부동산 정책의 미비로 수많은 빈곤층 가구가 낡은 아파트 한 호를 몇 개로 쪼갠 ‘당방’이라는 열악한 시설에서 거주한다. 자원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16년 0.539에 달하는데, 이는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심각한 빈부격차이다. 홍콩 청년들이 시위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이유 중에는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삶도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 역시 포함되어 있으며, 빈곤층과 노동운동계의 시위 결합 역시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의 영향이 크다.

 마오쩌둥이 말했듯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다. 홍콩 민중 역시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정치·경제적 억압에 맞서기 위한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홍콩 정부와 중국 공산당은 민중의 정당한 저항에 대한 폭력과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시위대의 5대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총탄을 맞으면서까지 그들이 남기려한 불씨를 끝내 짓밟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전 세계 민중의 지지와 연대 속에서 더 큰 저항의 불꽃으로 자라날 것이다. 마오쩌둥이 남긴 또 다른 한 마디처럼.     


“한줄기 불꽃이 온 들판을 불태운다(星星之火, 可以燎原).”          


2019. 11. 26.     

정의당 중앙대 학생위원회 민주적 사회주의자

작가의 이전글 유시민·홍준표의 정치? 지겹다, '부머'들의 말잔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