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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적 사회주의자 May 13. 2020

제21대 총선의 청년정치/청년담론 전개과정과 그 결과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민주적 사회주의자 기획국원)

2019~2020 청년담론 타임라인     


빅카인즈(BigKinds)에 ‘청년정치’ 키워드로 바이그램 검색하여 2019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16개월간 중앙일간지에서 청년정치 담론이 21대 총선 과정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대강의 흐름을 살펴봄.

총 237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으며, 월별 추이는 아래 그래프와 같음. 조국 사태 직후이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란, 정당별 청년 지원방안 등이 논의되던 2019년 11월에 가장 많은 기사가 검색됨.



- 21대 총선은 ‘청년정치’가 실종된 선거로 평가되는 경우도 많은데, 기사 개수, 즉 매체 담론이 청년정치 문제를 얼마나 다루었느냐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지난 총선들에 비해서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음. (동일 시기/기간 검색 결과로 15대 총선 11건, 16대 총선 20건, 17대 총선 1건, 18대 총선 8건, 19대 총선 30건, 20대 총선 83건, 21대 총선 237건)



- 이는 청년정치에 대한 세대주의(generationalism)적 상상이 발흥하고 확산되어 온 장기적 과정과 학습의 결과로 보임. (2007년 <88만원 세대>, 2010년대 초반 청년담론과 청년당사자운동 출현, 2012년, 2016년 총선에서의 청년정치 담론과 그 실패)     


- 아래 표에 21대 총선 시기의 청년정치 담론 전개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였음. (기사를 바탕으로 복기한 것이기에 빠져 있는 내용이 있을 수 있음.)



-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의 경우, 신보라가 당내 세대교체와 청년정치를 대표하는 스피커 역할을 해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만들지 못함. 황교안은 ‘90년대생’을 여의도로 불러 미팅하는 과거식의 청년 유권자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한 게 전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창당 이후 오히려 ‘젊은 보수’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청년 공천 신청자나 출마자 수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많았으나, 대진과 판세의 불리함 속에서 신보라 마저도 낙선. 공천과정에서 한선교 등이 ‘청년’을 강조했으나 오히려 당내 반발로 인해 공천이 번복되는 등 해프닝도 발생. 선거 참패 이후 오히려 830세대론, 30대 기수론 등 세대교체론이 잠시 나타나는 분위기이고 여기에 보수 일간지 등도 동조하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     


- 바른미래당의 경우, 2018년 말 ‘이남자’ 담론이 나오기 이전부터 하태경, 이준석 등을 중심으로 ‘20대 남성’ 유권자를 적극적으로 포섭하려 했으며, 실제 20대 남성층 지지율이 상대적으로는 좀 더 나오는 편이었으며, 손학규를 비판하며 젊은 세대 중심으로 신당을 꾸리려는 등 ‘청년정치’ 맥락에서 논의할 만한 움직임들을 보여주긴 하였음. 그러나, 양당 체제로 결국에 흡수됨. 30대 김수민, 이준석 지역구에서 낙선.     


- 더불어민주당은 20대 남성 코호트에서 문재인 지지율 이탈이 가속화되었다는 보도가 나온 2018년 말부터, 드러내 놓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집단의 지지율에 ‘신경 쓰는’ 느낌을 계속해서 나타냄. 청년정책의 급물살(청년미래연석회의(당), 국조실 청년정책추진단(정), 청년미래연석회의(청)), 11월 모병제, 청년신도시 공약이 민주연구원 발로 나오는 등 이슈가 있었으며, 2호 영입인재로 ‘평범한 20대 남성’인 원종건을 영입. 그러나 조국 사태에서 ‘청년 친화적’인 목소리가 억압당했고, 원종건 데이트 폭력 건으로 ‘이남자 전략’을 제대로 가져가기에도 애매한 상태가 됨. 당내 청년 정치인들의 세력이 아직은 약한 상태로 공천 신청자도 적었고 30대 여선웅은 컷오프, 김빈은 경선 탈락, 공천된 오영환, 장경태의 지역구에서는 경선 탈락한 문석균, 민병두가 무소속 출마 선언하는 등 잡음. 선거과정에서 “문재인을 지킬 사람” 슬로건 등장함. 그러나 민주당에 유리한 판세 속에서 지역구 7명 출마자 중 5명이 당선됨.     


- 정의당은 언론 보도 검색 결과로 보면, ‘청년정치학교’ 출신 당내 청년 정치인들이 ‘노회찬 정신’과 관련하여 가끔씩 언급되거나 여러 정당의 청년 정치인 대담에 모습을 나타내는 정도이다가, 2019년 5월 말 당내 의견조직 ‘진보너머’의 선언문이 언론에서 조명받음. 11월, 심상정 당 대표와 김종민 부대표 발로 ‘청년인재리그’ 계획이 언론에 나가고 미래당, 녹색당 등에 연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위성정당 난립 속에서 홀로 선거를 치르게 됨. 비례대표 1,2순위에 청년에게 배정하기로 했고, 당원과 시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류호정, 장혜영 후보가 공천되어 당선되었으나, 여전히 당내에서 이 결정에 대한 불만이 많고, 언론에서도 이를 ‘문제화’하고 있음. (11월부터 현재까지) 이러한 결정이 당원들의 뜻이 아닌 지도부의 뜻이라고 보는 프레임이 지배적. 반면, 당선인들을 조명하는 인터뷰도 최근 다수 등장. 청년기초자산제라는 청년정책이 1호 공약이었으며, 청년선대본 청년정의가 ‘조국 사태 반성’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인상적인 장면.     


- 이외에 ‘청년정당’에 가까운 프레임으로 창당된 정당들이 위성비례정당 관련 논의에서 오락가락하는 장면 또한 이번 선거 청년정치에서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볼 수 있음. (청년 중심으로 창당한 기본소득당의 더불어시민당 참여와 원내 진입, 3040 정당을 표방한 시대전환이 바른미래당 대신 더불어시민당으로 창구를 바꾸고 원내 진입, 녹색당과 미래당이 정치개혁연합 참여를 추진하다가 무산)                    


- 21대 총선 시기의 청년정치 담론을 주제별로 보면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덩어리로 크게 분류할 수 있음.



- 20대 남성 코호트의 정치적 성향이 매우 ‘이례적’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을 포섭하기 위한 정치적 경쟁이 나타나고 있음. 바른미래당은 대놓고, 더불어민주당은 조심스럽게 20대 남성 포섭 전략을 쓰고 있다고 봄. 정의당에서도 내부 조직인 진보너머가 여기에 해당. 그러나 청년정치 담론을 되짚어보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해야 할 것은, 왜 특히 청년 여성의 담론은 여전히 청년정치에 곧잘 통합되어 논의되지 않고 여전히 ‘젊은 남성’이 ‘청년’을 과잉대표하는 담론과 정치가 계속되고 있는가임.     


- 조국 사태는 ‘세대 간 갈등’을 점화시킨 사건으로 의미화되고 있으며, 21대 총선에서 ‘청년정치’를 여러 방향으로 굴절시키는 힘으로 작용함. 더불어민주당 청년 당원들도 내부 비판이 있었으나, <조국 백서>에 참여한 김남국 변호사가 금태섭 의원을 저격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안산단원을에서 당선됨. 20대 총선 지역구 최연소 당선자였던 김해영 의원은 김남국 변호사를 비판하고, 조국 사태 당시에도 ‘다른 목소리’를 냈으나 ‘내부 총질’이라는 당내 여론 형성됨. 청년정치에서도 조국 대 반조국의 구도 형성. 정의당의 경우, 청년선대본 청년정의가 ‘조국 사태’ 때의 당과 ‘다른 목소리’를 독자적으로 내는 장면을 만들어냄.     


- 2019년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던 <불평등의 세대>와 그 바탕이 된 학술논문은 명시적으로 ‘86세대’ 독점에 의해 ‘청년’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언급을 한 바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86퇴진론과 세대교체론이 크게 나왔음. ‘386세대론’은 본래 약 20년 전 보수 진영의 정치 전략과 맞닿아서 창조된 담론이었으며 여전히 친화성을 가짐. 그러나 여당 압승 속에서 86퇴진론이 거의 먹히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게 됨. 다만 세대교체론 자체는 계속해서 젊은 정치인들에 의해 주장되고 있음. 이를테면 더불어민주당에서 30대 4인방(김빈, 여선웅, 장경태, 장철민)이 세대교체 기자회견을 한 것, 선거 이후 보수 진영의 830세대론.     


- 청년정치 담론은 21대 총선을 앞둔 시기 청년정치 관련 기사가 실제로 다른 선거 때와 비교해 가장 많았던 큰 축이라 할 수 있음. 지난 선거에서 청년정치 패배의 경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청년정치 담론은 단순 세대교체의 당위를 주장하는 정도를 넘어, 지난 시기 청년정치의 패착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음. 많은 매체에서 특집기사가 기획되었으며, 특히 한국일보에서는 거의 50개 이상 기사 분량의 ‘스타트업! 젊은 정치’ 연재를 진행함. 주로 청년층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고, 공천되고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에 초점이 맞춰진 논의가 진행됨. 당원 교육/양성 프로그램, 출마자에 대한 할당제/가산점/물적지원 등. 한편 ‘청년’과 ‘청년정치’에 대한 인식개선론도 두드러졌는데, ‘청년정치를 거부한다’는 류의 논의가 대표적.     


- 21대 총선 시기에 가장 두드러지지 않은 청년정치 담론은 청년정책 담론임. 여당의 경우, 2019년 청년정책 관련된 제도를 정리하고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부분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되지는 않음. 2019년 11월 모병제, 청년신도시 등이 잠깐 언급되었으나 실제 총선에서 중요하게 어필하는 정책으로 사용되지 않음. 정의당은 1호 공약으로 청년기초자산제를 내걸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함.          


2030 청년 당선인어떻게 당선됐나?     

- 21대 총선 결과 2030 청년 당선인 현황은 아래와 같음


※ 17대 총선(2004년)에서는 2030 당선자 비율 8% 

    

- 당선인 명단은 아래와 같음


-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의 당선인들은 청년정치 맥락에서 공천/당선되었다고 보기 어려움.


- 더불어민주당/시민당 당선인들에 관해서도 대부분이 ‘청년 프레임’으로 활동해 온 사람들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음. 당선 맥락 역시 이들이 ‘청년정치’나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민주당 후보가 주로 당선되는 분위기와 더 관련이 있다고 여겨짐.


- 그러나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당선인에 대해서는 별도로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 이들이 외부영입인재가 아니라 당내에서 성장한 정치인으로 분류된다는 점임.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전용기 당선인이 비례대표 6번(일반경쟁명부 남성 2등, 1등은 김홍걸)을 배정받은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됨. 경선 과정은 공관위 심사를 통해 40명 선정 후, 당원+시민선거인단 투표로 20명(남성 8, 여성 12)을 추리고 중앙위원회를 통해 순위를 결정한 방식. 청년 명부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닌데, 20명 내에 2030청년이 8명 포함되었음. (청년 후보자 가점은 있었음.) 구체적인 ‘청년정치’의 모습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그룹인지는 모르겠지만, 청년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내지는 세대교체에 대한 이해관심을 공유한 조직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고도 볼 수 있음. 민주당 청년정치스쿨의 커리큘럼이 부실하고 유명 정치인의 강의로 채워지는 정도라는 비판도 있으나, 동시에 가장 빠르게 많은 이해당사자를 결집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음. 또한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은 최초의 ‘30대’ 위원장이면서 동시에 청년정치에 관한 관심이 있는 인물이었는데, 조직 개편을 통해 다양한 ‘명함’을 청년 당원들에게 발급하고 청년정치발전기금을 통해 부족하나마 청년위원회가 별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함. 김해영 의원 등 주도로 경선 및 공천 룰에서 청년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도 했음.


- 정의당은 비례대표 명부 1,2번은 청년에게 주는 안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청년정치인 2명을 국회로 보내는 데 성공함. 다만 이 과정이 당원들에게 ‘위에서 아래로 결정을 하달한 것’으로 보여졌다는 점이 당내 청년정치에 대한 비토를 키웠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큼. 또한 출마자들과 주도 세력에서 ‘청년정치’의 구체적인 ‘내용’은 가장 ‘청년정치’ 다웠던 반면, 아직까지 당내 청년정치 조직과 세력이 튼튼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이기도 함. 1인 1표로 진행된 비례경선에서 청년 1위인 류호정 당선인의 득표율은 1.76%로 이는 최초에 후보 순번을 받지 못한 강상구 후보(3.16%) 등에 비해서도 낮았음. 청년이 배려의 대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하는 당내 선거 과정에서의 제도개선이 ‘섬세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며(1인 2~3표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음),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2석, 그리고 청년선대본 청년정의를 통해 구성된 청년정치에 대한 이해관심을 발판으로 조직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봄.


인상적인 기사내용 발췌     


- 조선일보 (2019, 9, 21). 코리 비스비 인터뷰     

비스비(민주당 매사추세츠 지부 이사 코리 비스비(22))와 한국 청년의 정계 진출 확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계 입양아인 그는 한국 정치 지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정치를 통한 변화를 꿈꾸는 한국의 청년들이 청년 비례대표제(비례대표 중 특정 비율을 청년에게 할당하는 방식. 주요 정당은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다)같이 기존 정당이 만드는 '문법'에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렵겠지만 청년 후보자들이 지역구에서 세력을 키우고 힘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젊음을 곧 미숙함과 연결짓는 한국의 문화도 좀 바뀔 필요가 있겠지요. 한국은 여전히 나이에 따른 위계가 중요하잖아요.“     


- 경향신문 (2019, 10, 4) 장혜영 인터뷰     

“음, 저는 ‘청년정치’라는 게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86세대가 청년 시절부터 정치를 했지만 그때 누구도 그것을 청년정치라는 방식으로 얘기하지 않았어요. 청년정치라고 하는 순간 어떤 특별한 의제만을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요. 지금 대의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늙음’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미래 빼고 청년 빼고 그냥 정치가 필요해요. 전 많은 청년, 여성들이 이미 힘을 가질 준비가 돼 있고 그 연습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세상이 더 많은 청년, 여성 정치인을 원한다고 생각해요. 기존 정당들만 그걸 모르죠.”     


- 경향신문 (2019, 11, 19) 장하나 인터뷰     

“세상을 바꾸고 싶다. 내 아이에게 좋은 세상을 주고 싶고, 엄마라는 이유로 인생이 불행해지거나 권리가 침해당하는 문제를 바꿔보고 싶다. 정치하는 엄마들뿐 아니라 ‘정치하는 ○○’들이 많아져야 한다. 정치하는 청년, 정치하는 노동자, 정치하는 캣맘도 필요하다. 스스로 세력화해서 공천 한 자리라도 더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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